[알쏭달쏭 정치이야기-18] 정치권 편가르기 반사이익 “찌질하다”
[알쏭달쏭 정치이야기-18] 정치권 편가르기 반사이익 “찌질하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12-01 11:20
  • 승인 2014.12.01 11:20
  • 호수 1074
  • 4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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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정치권은 끊임없이 상대를 규정하고 편 가르기를 하여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빨갱이로 몰려 우리나라가 빨갱이 공화국이 되었던 것도, 군사정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빨갱이 덧칠을 해댔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나 보수우파가 툭하면 종북이니 좌파니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과 반대에 있는 사람들과 세력들을 옭아매는 것도, 아직 우리나라에 과거의 빨갱이 덧칠하기 전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보수우파를 수구꼴통으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렇게 시민권을 얻을 만큼 강력하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정당 내에서 이렇게 자신들과 반대되는 세력을 나쁜 이미지로 규정하여 편 가르기 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나타난다. 더군다나 이러한 움직임에 언론이 부화뇌동하고, 때로는 언론이 앞장서서 싸움판을 키우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인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의 친노, 비노 논쟁이고, 새누리당 내에서의 친박, 친이 논쟁이다.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은 우리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크게 재미는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일정이 정해졌다. 내년 2월 8일 일요일이다. 이제 2달 남짓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여름 박영선 체제에서 막장의 끝을 보여준 이래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였지만, 예상했던 대로 기대할 만한 결과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그저 강압적으로 당의 규율은 세웠지만, 친노, 비노라고 하는 공허한 메아리 소리는 오히려 더 커질 뿐이다.

그런데 친노란 무엇이고, 비노란 무엇인가? 예전에는 반노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에게 같은 뿌리를 가진 정당인으로서 차마 반노의 입장에까지 서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친노, 비노 할 때의 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얘기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죽은 사람을 가지고 편 가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삼국지를 보면 ‘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잡다’는 장이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본인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아직도 크게 발휘되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에는 그렇게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었는데, 그리고 퇴임을 할 즈음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추종하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폐족으로 부를 정도였는데, 너무나도 극적인 죽음으로 인해 노무현의 진면목이 새롭게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친노는 가장 강력한 선거마케팅 자원이었다. 당시 민주당의 공천도 대부분 노무현 이름 석 자가 들어간 명함을 갖지 못하면 받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죽하면 소설가 서해성씨가 ‘놈현 관 장사’ 그만두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4년 뒤 그들 대부분은 재선에 성공했다. 친노였기 때문에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2년 후 201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도 친노 세력을 집대성하여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그는 비노 야권진영의 대표선수였던 안철수 후보를 제압하고 박근혜 후보와 맞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선거 후의 민주통합당은 선거패배가 친노패권주의에 기인했다는 분석에 의해 친노가 숨 쉴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친노는 그렇게 근신하며 1년 이상을 버틸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비노진영의 대표적 인사였던 김한길 당대표와 지난 대선에서 친노를 등에 업은 문재인 후보의 기세에 눌린 안철수 의원이 야권통합을 이뤄내면서 친노는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상황이 되었지만, 그렇게 오랜 기간 쪼그라들어 있지는 않았다. 김한길, 안철수 두 당대표가 자충수를 두어 친노의 부활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 선거에서 소위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가만있는데, 궁지에 몰린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자 비노진영은 공허하게 친노, 비노 편 가르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친노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면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한 마디로 찌질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과거 2010년의 지방선거, 그리고 2012년의 총선, 대선 과정에서 친노진영이 과도하게 당을 자기중심으로 운영했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이 상황은 분명 친노가 만들어 낸 상황은 아니다.

자신들의 무능력에 대한 반성도 없이 무작정 이 모든 상황이 친노진영의 패권주의에 의한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게임을 하려는 의도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진정으로 계파주의를 청산하고 노무현의 후광정치에서 벗어나려면 친노, 비노 편 가르기를 해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내년 2월 8일의 당대표 선거는 노무현을 진정으로 하늘로 보내드리는 세력이 승리할 것이다.

정치권 편 가르기의 또 다른 전형은 좌파, 우파 논쟁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좌파정당이라고 규정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신들이 좌파정당으로 불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우리 국민들이 좌파정당을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정당과 동일시하고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한 우려는 사실 기우다. 우리 국민들이 좌파정당하나 구별 못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우파정당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크게 노여워하지 않는 눈치다. 아직 이데올로기로서의 좌우를 이야기 할 때 상대적으로 오른쪽은 우리사회에서 크게 손해보는 것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건 그렇고, 그렇다면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은 좌파정당이고, 새누리당은 우파정당인 것인가?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이념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좌측에 위치하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측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새누리당이다. 그런 측면에서 좌파정당은 새정치민주연합, 우파정당은 새누리당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과 더불어 이 두 정당이 좌파정당인 이유와 우파정당인 이유는 명확하게 한 가지 더 있다. 두 당의 현재 서열 1위는 새누리당은 김무성 당대표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다. 이들은 일주일에도 최소 3번 이상 당내 회의를 주재한다. 회의를 할 때, 이들 서열 1위를 중심으로 다음 서열의 당 내 인사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앉는 것이 기본이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당 대표의 오른쪽에 원내대표 이완구가 앉고, 다시 김무성 대표의 왼쪽에 서청원 최고위원이 자리한다. 이완구의 오른쪽은 김태호와 김을동 최고위원이, 서청원의 왼쪽은 이인제 최고위원 자리다. 새누리당은 서열 2위가 서열 1위 자리의 오른쪽에 앉는 자리의 순서를 보면 우파정당이 맞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떤가?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다음 서열은 원내대표 우윤근이다. 우윤근은 문희상의 좌측에 자리한다. 문희상 위원장의 우측으로는 정세균, 문재인 비대위원이 자리잡고, 우윤근 원내대표의 좌측으로 박지원, 인재근 비대위원이 자리잡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누가뭐래도 자신들이 스스로 좌파정당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좌파정당으로 불리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 앉는 자리의 순서부터 바꿔라! 그러나 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좌파정당으로 불리어도 지금의 자리 앉는 순서를 고수하기 바란다. 좌파라서 행복하진 못해도 아쉬울 것은 없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김영필 정치개혁시민의힘대표>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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