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교도소의 숨겨진 비밀 파헤친다.
[심층취재] 교도소의 숨겨진 비밀 파헤친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12-01 11:20
  • 승인 2014.12.01 11:20
  • 호수 1074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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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깔에 힘 빼라… 눈알 뽑기 전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일반인들에게 교도소는 미지의 세계다. 죄를 짓기 전에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보니 내부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소문처럼 전해질 뿐이다. 그나마 지난 2009년 조재현, 윤계상 주연의 ‘집행자’, 2010년 김윤진 주연의 ‘하모니’ 등의 영화로 교도소 내부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최근 [일요서울]로 제보자 한 명이 찾아왔다. 교도소 내부에서 겪고 들은 문제점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본지에서는 제보자의 증언을 토대로 내용을 논픽션으로 구성해봤다.

“교도소에서는 교도관들이 왕이자 법이다”
기동순찰팀은 교도소내 무소불위 권력

김태수(가명)씨는 보험사기로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2012년 5월경 안양교도소에서 복역을 시작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공갈과 협박을 당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김씨는 결국 보험사기로 형이 확정돼 가족과 떨어져 교도소에 들어가야만 했다.

미운털 박힌 재소자
타 교도소로 이감

안양교도소는 지은 지 50년이 넘었다. 그래서 그런지 감방은 음침했다. 방문 맞은 편에 창문이 하나 있지만 볕이 잘 들지 않아 낮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5~6시처럼 어두웠다.

교도소가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난방이 되지 않는다. 한겨울에는 실내에서도 입김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죄수들에게 제공되는 건 서너 장의 모포가 전부다. 복도에는 라디에이터가 있지만 감방 안의 죄수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건물이 지어진 지 오래 돼 쥐나 바퀴벌레가 나오기도 하지만 교도관들에게 이야기할 거리는 되지도 않는다.

어느날 교도관이 김씨를 찾았다. 재판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민사의 경우는 교통비를 직접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교도관이 내민 서류에 사인을 하고 비용을 지불했다. 서류에는 교통비, 유류비 등과 함께 김씨가 타고 갈 차종까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재판 당일 김씨는 형사범들과 함께 경찰차를 타고 법정에 출두했다. 엄연히 교통비를 지불했으니 다른 차를 타고 가는 줄 알았던 김씨는 당황했다. 형사범들의 경우는 특별히 교통비를 지불하지 않고 경찰차를 타고 호송된다. 하지만 교도관들은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은 채 김씨를 호송했다.

결국 김씨는 교도소장을 고소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문제는 이 시기부터였다. 죄수가 교도소장을 고소했으니 소위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것이다. 결국 김씨는 1년 5개월 만에 청송교도소로 이감됐다. 청송교도소는 조두순, 김길태가 수감돼 있는 중범죄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독방 다녀오면
몸은 만신창이

청송교도소 생활은 끔찍했다. 김씨는 청송교도소에 들어갈 때 안양교도소 동료에게 받은 시계 하나를 갖고 들어갔다. 물론 교도관들의 허락 하에 감방에서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훗날 이 시계가 문제가 됐다.
청송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의 폭언은 흔한 일이다. 복도를 지나가다 살짝이라도 쳐다볼라치면 “뭘 쳐다봐, 눈 안 깔아?”라는 말이 날아왔다. 폭언과 교도관들의 불합리한 행동을 참다못한 김씨는 청와대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5일 뒤 갑자기 교도관 5명이 김씨의 감방에 들이 닥쳤다. 교도관들은 이곳저곳을 뒤지다 처음 갖고 들어온 시계를 찾았고 부정물품소지 혐의로 영상계호거실(독방)에 넣었다. 몇 평 되지 않는 이 독방에서 김씨는 교도관들에게 혹독한 체벌을 당했다.

교도관들은 독방 CCTV로 김씨를 지켜보며 양반자세로 앉아 꼼짝 말 것을 지시했다. 조금이라도 허리를 움직이면 스피커로 욕설이 쏟아졌다. 심지어 한 교도관은 “정문으로 들어왔다 후문으로 나가고 싶냐”고 까지 했다. “후문으로 나가고 싶냐”는 말은 죽음을 의미한다. 이뿐만 아니다. 교도관들은 “○○놈아! 눈깔에 힘 빼라 눈알 뽑기 전에, 개○○야!”라는 말도 서슴치 않고 내뱉었다. CCTV에 나오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는 어김없이 폭력이 이어졌다. 교도소 내에서 교도관은 왕이요 곧 법이다. 이렇게 독방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독방 생활을 마치고 가족과 면회하던 날 김씨는 교도관들로부터 독방에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말라고 강요받았다.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한 것이다. 교도관은 김씨가 화상접견을 하러 가는 동안에도 계속 강요했다. “만약 발설을 하면 면회를 중지하겠다”고 압박했다. 이후 작성된 자술서도 교도관들이 불러주는 대로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또 어떤 체벌이 가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이후 교도관들의 부당한 행위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서면진술서 및 자료제출 요청에 교도관들은 김씨에게 “아무일 없었다”는 자술서를 강요해 받아 제출했다.

청소교도소에는 11동 조사징벌사동이 있다. 재소자들에게는 지옥같은 곳이다. 심지어 “맞아 죽는다”고 소문이 나기도 했다. 11동 조사징벌사동과 함께 재소자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기동순찰팀이다. 법무부가 교도소 내 치안을 바로잡기 위해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법무부는 무술유단자와 오랜 경력을 가진 교도관을 중심으로 기동순찰팀을 꾸렸다.

무술유단자 중심
기동순찰팀 꾸려

기동순찰팀은 교도소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일단 기동순찰팀에 의해 11동 조사징벌사동으로 끌려가면 포승줄에 꽁꽁 묶힌 채 간다. 그곳에서는 집단구타도 일반적이다. 한겨울에 밤새도록 수형복 하나만 입혀 놓은 상태로 창문을 활짝 열어놓는 체벌을 가하기도 한다. 김씨는 그 상황을 “몸을 개 떨듯 떤다”고 표현했다.

기동순찰팀에게 체벌을 당한 재소자들은 그 뒤로는 쥐 죽은 듯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재소자들 사이에서는 기동순찰팀에 삼청교육대 출신이 있다는 소문도 돈다.

김씨는 지난 11월 청송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지난 2년6개월 동안 교도소에서 겪은 일들이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 생생하다.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던 교도관들의 이름도 잊혀지지 않는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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