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부산항운노조(위원장 김상식)가 138년 만에 노무공급권 포기를 선언했다. 유사 항운노조는 노무공급권 사수를 위해 목숨을 거는데 반대로 부산항운노조는 그 반대 선언을 했다. 명분은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갖춰 채용 비리를 근절하고 고용안정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벌어지는 주류와 비주류 간 세싸움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현직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주류세력과 비주류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한국정치판을 쏙 빼닮은 부산항운노조 실상을 추적해봤다.
- 138년 만에 노무공급권 포기…눈가리고 아웅?
- 대한민국 정치 축소판 부산항운노조 ‘가관’

외형상 고질적인 인사 비리와 채용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개혁의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 속살을 보면 복잡한 이해관계로 점철돼 있다. 이번 선언을 하기 전 검찰은 부산항운노조 전현직 간부 7명을 수천만 원 금품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일하지도 않은 근로자를 현장에 투입한 것처럼 근무일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부두 운영사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지부장은 2010년 12월 해당 지부 한 반장으로부터 비조합원 6명을 정조합원으로 만들어 주는 대가로 1억 원의 채무를 탕감받은 혐의를 받고 11월중순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 8월에는 제1항업지부에서 반장 자리를 두고 수천만 원대 돈이 오간 사건도 불거졌다.
조합원 자살 사무장 야구방망이 난타
무엇보다 부산항운노조가 신속하게 ‘노무공급권 포기’를 선언한 데에는 지난 9월 제1항업지부장 원모씨에 대한 권한중지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는 원 지부장에 대해 임시 조합원 수십명을 마음대로 동원하고 상급기관에 공급 실태를 축소보고한 사실을 들어‘권한정지 3개월’ 중징계를 의결했다. 또한 제1항업지부 반장 자리에 금품이 오간 점을 들어 관리 소홀의 책임도 물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1항업지부 간부 ㅂ(50)씨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ㅂ씨는 노조산하 조사관실에 불려가 ‘승진대가로 6000만 원을 제공했다가 4개월 뒤 4000만 원을 돌려받았다’는 진술서를 작성해 지부장이 권한정지되는 데 일조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ㅂ씨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한 것으로 검찰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노조 측에서는 “조사과정에서 어떠한 강압도 없었다”고 자필 자술서와 녹취록을 공개했다. 하지만 또 다른 조합원 ㅁ씨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집행부에서 돈을 줬다고 진술하면 승진을 시켜주고 안 줬다하면 자른다고 협박했다는 소문이 조합원 내 돌고 있다”며 “뇌출혈로 쓰러졌던 경험도 있고 평소 좋아하던 형님(지부장)이 자기 때문에 권한정지된 것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고 전했다.
한편 제1항업지부 사무장에 대한 ‘야구방망이 폭행사건’ 역시 주류와 비주류 간 파워 게임 양상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사건의 요지를 보면 8월28일 사무장을 제1항업지부 조합원 ㅂ씨(35)가 야구방망이로 폭행하는 닮은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구속된 ㅂ씨는 조사과정에서 “사무장이 은행 대출 과정에서 모멸감을 줬다”고 폭행 이유를 밝혔다. 이로 인해 사무장은 전치2주로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노무공급권 포기 뒷면 무서운 진실은...
문제는 폭행 당한 사무장이 ㅂ씨를 ‘살인교사죄’로 몰고가고 있다는 점이다. ㅂ씨는 ‘살인교사죄’에 대해 ‘전치2주 나왔는데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사무장이 향후 지부장 승진을 위해 유력한 경쟁자인 이모씨를 죽이기 위해 ‘물귀신 작전’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노조 개혁을 위해 꺼내든 ‘노무공급권 포기 선언’에 대해서도 조합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선언에 대해 “노사정 인력수급위원회 구성은 형식적”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모습이다. 특히 한 조합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기자님들 부산항운노조의 진실을 보도 바랍니다’(2014년 11월17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받아쓰기하는 기자님들’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 이 인사는 “항운노조가 갖고 있는 노무공급독점권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노사정 항만노동인력 수급위원회를 만들어 인재채용을 투명화하고 개혁과 비리척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말 아주 좋은 말씀이다”면서도 “노사정 위원회는 이전에도 북항재개발 사업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항만공사는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수십억 원의 국가 세금이 낭비되었는 데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2009년 1000억 원넘게 들어간 북항재개발 사업에 노사정 항운노조 협상을 주도한 항운노조 협상 대표자들이 수억원의 국가보상금을 수령 받고 위장 퇴직해 항운노조 집행부에 고위임원과 조직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그는 “퇴직보상금 수령자들이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숨기고 감추고 직무유기를 하시면서 투명한 채용이란 말들은 사용해서야 되겠느냐”면서 “노무공급권 포기는 위원장 혼자 기자회견하고 방송에 낼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2011년 복수노조 허용 후 포항·울산항운노조에서는 노무공급권 사수를하려고 투쟁을 하고 있는데 부산에서 김빠지게 노무공급권 포기라니...개인의 비리를 조합원에게 돌리려 하지 말고 죄가 있으면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아라”고 강조했다.
조합원 “날 무고죄로 고발해달라
특히 제1항업지부장 권한중지건 관련 이 인사는 “위원장이 말하는 개혁과 비리척결이 조합원 제보와 노동청의 정기감사에 의해 1항업지부의 상시비조합원을 조합에 보고 없이 임의로 가입시켜 현장에 투입하였다는 이유로 반목관계에 서 있다고 직선제 선거로 당선된 지부장의 권한을 중지시키면서 본인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느냐”고 반박했다.
끝으로 이 인사는 글 올린 배경으로 “어차피 모든 자료는 제가 다 가지고 있다. 협박성이나 없는 사실을 올리면 부산항운노조는 무고죄로 나를 검찰에 고발해 주시면 당당하게 검찰에 출두하겠다”며 “광안대교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으로 글을 올린다”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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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