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진〜하산 프로젝트…3국 경협 치열한 첩보전
박근혜 정부 대박론 성과낼지 비상한 관심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정치권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과 러시아, 그리고 남한과 북한 간의 물밑 조율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러시아로 이어지는 대륙간횡단열차 운행을 놓고 삼국이 본격 사업에 착수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향후 부가가치는 실로 대박 그 이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철로연결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남북한이 통일의 문 앞에 서게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남북한과 러시아의 합의가 순조롭게 잘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이 러시아와 협의해 추진하고 있는 철로연결은 TSR(TRANS SIBERIAN RAILWAY, 시베리안 경유 횡단철도)이다. 이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 지대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총 길이 9,288km의 세계 최장 철도다.
한국은 시험적으로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구간은 향후 부산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북한 내 첫 사업 구간이어서 이 프로젝트도 향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상선, 포스코, 코레일 등 국내 3개 기업 컨소시엄은 지난 24일부터 북한 나선특별시 나진항에서 경북 포항항으로 러시아산 석탄 3만5000t을 실어 오는 시범운송 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코레일과 현대상선, 포스코 실무진이 현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최근 방북 신청을 하고 현지를 시찰 중이다.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3사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정부 관계자 등 우리측 점검단 13명은 이날 열차를 타고 러시아에서 북러 국경을 지나 나진항이 있는 나선특별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 관계자들은 올해 두 차례 방북해 항만시설 점검 등 현지 실사를 벌인 바 있다.
이들은 지난 28일까지 북측에 머물면서 나진항과 연계된 육해운 복합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기술적 점검도 했다.
점검과 선적이 예정대로 진행되면서 러시아산 석탄을 실은 벌크선도 지난 28일 나진항에서 남녘을 향해 출항해 다음날 입항했다. 시험적으로 출항한 벌크선이 처음으로 포항에 들어오면서 남북러 경제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본격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시범운송 사업이 앞으로 본격 가동될 경우 국내 기업이 러시아산 석탄을 이전보다 싼 값에 도입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5.24 대북제재 조치의 예외로 규정하고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 출발 TSR 완성 임박
한국 컨소시엄사들이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수출 화물을 북한 나진항으로 끌어들여 나진-하산 구간 철도와 러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복합 물류·운송 사업이다.
TSR과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이란 장기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이자 한국 정부의‘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실현하는 첫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운송사업은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지방 하산에서 나진항까지 54㎞ 구간은 철도를 이용하고, 나진~포항 간은 해상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나진~하산 철도 구간은 이미 러시아 측이 개보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나진항 3부두와 나진~하산 철도의 운송 효율성이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 측에 따르면 러시아 측과 북한 측 간 레일 궤도폭이 다른데 이번 시범운송을 통해 이 코스로의 석탄 운송에 장애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시간과 유류비를 계산하면 10〜15% 정도 절약이 되고 안정적으로 장기 계약을 맺으면 더 절약이 될 수도 있지만 사업의 안정성도 고려대상이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코레일 등 3사는 러시아 하산〜북한 나선의 54㎞ 구간 철도 개·보수 및 나진항 3호 부두 현대화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 함께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먼저 시작한 러시아 측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간접 참여 방식을 택하고 있다. 2008년 7대 3의 지분 구조로 설립된 러시아와 북한의 합작기업인 ‘라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 절반을 사들이는 우회 투자 방식이다.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3사로 구성된 우리 기업 컨소시엄은 5.24 조치를 우회하기 위해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 가운데 50%를 1800억〜2000억원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필요성 등을 국익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 기업의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 참여가 결정된 바 있다.
러시아와 남북한 물류망을 잇는 이 프로젝트는 남북 경협은 물론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극동부터 아시아, 유럽을 잇는 초국경 경협 프로젝트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우리 기업 컨소시엄의 사업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첫 운송사업의 경제성이 입증되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구간이 시베리아횡단철도의 북한 내 축이 돼 향후 남한의 동해북부선과 연결되면 부산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여객과 화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철도시설공단은 오는 2018년 말까지 예정으로 포항~삼척간 철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2019년부터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강릉까지 열차 운행이 가능해진다. 향후 북한 내 나진〜청진〜함흥〜고원〜원산〜고성 구간까지 연결되면 TSR의 한반도 축이 완성되게 된다.
러시아 측은 합자회사 설립이후 러시아 국경역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km 구간 철도 개보수에 착수해 지난해 9월 공사를 마치고 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개보수된 나진-하산 구간 철도에는 러시아식 광궤(1천520㎜)와 한반도식 표준궤(1천435㎜) 선로가 나란히 깔려 그전까지 시속 30~40km 정도의 속도밖에 내지 못하던 열차가 시속 60~70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됐다.
철도 개보수에 이어 올해 7월에는 화물 환적을 위한 북한 나진항 3호 부두 현대화 사업이 마무리됐다.
북한은 지난 1991년 나진·선봉을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하면서 나진항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했다. 나진항은 러시아의 TSR로 연결되는 나진-하산 구간 철로가 부두 앞까지 연결돼 있어 TSR의 기·종착 지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로 물류·운송 사업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는 갖춰졌다. 남은 과제는 화물 유치다. 이에 러시아는 나진항으로 연결되는 중국 철도와 연계해 중국 화물의 수출 통로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은 지난 2007년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남·북·러 합작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다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ㆍ24 대북 제재로 사업이 중단됐다.
여권과 외교가에서는 TSR이 연결될 경우 한반도가 전세계 물류허브가 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부가가치에 힘입어 한반도 통일이 수년 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교통연결을 통한 경제 시너지 효과로 남북한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황해-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이에TSR과 더불어 TCR
(TRANS CHINA RAILWAY 중국 경유 횡단철도)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CR은 중국의 렌윈항에서 출발하여 카자흐스탄과의 접경지역인 아라산 입구와 카자흐스탄 드루즈바(Druzhba), 러시아의 모스크바, 베를린을 거쳐 로테르담으로 이어진 총연장거리 1만 2,971㎞의 철도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원유철 의원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에 참석한 뒤 “한-중 FTA 타결을 계기로 평택항과 옌타이항간의 열차페리를 연결해 한반도와 중국을 잇는 ‘황해-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단길을 열어가자”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원 의원은 “한-중 FTA 타결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ASEAN에 이어 세계 주요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며 “미국과 더불어 G2로 부상한 중국과 FTA를 맺음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함께 안보, 전략적 가치도 함께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 의원은 “이번 한-중 FTA는 한-중 관계는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또하나의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한-중 열차페리를 통해 한반도와 중국을 잇고 중국의 대륙횡단철도(TCR)과 신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이른바 ‘황해-실크로드 익스프레스’구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중국식 마샬플랜이라고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구상의 핵심인 ‘육해상 실크로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결합한 거대 경제벨트 구축안으로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구조조정, 에너지 안보와 국방 강화 등 중국의 핵심 전략을 응축하고 있는 중요 국가 정책이다. 이 가운데 육상 실크로드 구축 계획은 박 대통령이 제안하고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맞닿아 있다.
원 의원은 “한-중 열차페리를 통해 한반도와 중국을 잇고 중국의 대륙횡단철도(TCR)과 신실크로드를 연결한다면 우리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위한 또 하나의 ‘비단길’을 개척하는 것”이라면서 “황해-실크로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단길’을 열어줄 것이고 그 시작은 평택항과 옌타이항 간의 열차페리”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경북도도 팔을 걷어붙였다. 경북도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경제ㆍ문화ㆍ관광ㆍ의료분야에서 협력하자는 내용의 의정서에 서명했다.
이인선 경북도 정부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방문단은 지난 11월 27일 하바롭스크 주정부 청사에서 다양한 분야에 협력을 하자는 내용의 의정서를 체결했다. 의정서에는 경제ㆍ문화ㆍ관광ㆍ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고, 에너지ㆍ물류ㆍ항만 인프라 개발에 상호협력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법령의 범위 안에서 투자와 인도주의적 협력 발전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주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표명한 신동방정책의 핵심 지역으로 극동지역에서 기계공업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다.
이곳에는 콤소몰스크 항공기 제작공장, 군용 선박, 지질탐사선 등을 건조하는 하바롭스크 조선소 등 3개의 대형 공장들이 위치해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 9개 자치구의 본부인 극동연방관구 본부(정치), 극동군관구사령부(군사)가 위치해 있으며, 북한의 러시아 진출 관문으로 러시아 극동지역의 맹주로 인정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인선 부지사는 “이번 협약은 현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을 지방차원에서 실현하기 위해 러시아 극동지역과 교류를 확대했다는 의미로 볼수 있다”며 “경북도가 민선6기 세계화 전략으로 중점추진하고 있는 통일대비 환동해 북방교류 활성화의 구체적 성과물로 평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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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