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제3지대 창당 ‘친노는 가라’
야권 제3지대 창당 ‘친노는 가라’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4-12-01 10:37
  • 승인 2014.12.01 10:37
  • 호수 1074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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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는 지금…
▲ photo@ilyoseoul.co.kr

비노 일각 “친노만 남기고 빠져나오자” 여론
호남 출신 전현직 의원들 탈당, 신당론도 솔솔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여의도 정가에 야권의 움직임을 둘러싼 괴담이 무성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친노(친 노무현)’와 ‘비노(비 노무현)’로 갈라져 극심한 계파 갈등을 빚자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돈다. 특히 내년 2월 8일 전당대회 이전에라도 새정치연합이 어떤 형태로든 쪼개질 것이란 관측마저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친노와 비노 사이 알력의 골이 워낙 깊어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당내에서 많이 나온다”며 “같은 핏줄이라도 서로 뜻이 맞지 않으면 따로 사는 길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같은 핏줄도 뜻이 안맞아…”

그는 “전당대회 때까지 어떻게든 지금의 비대위 체제로 가면서 갈등을 봉합하더라도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계파 간 대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그 일이 당을 쪼개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정치연합 당권 경쟁의 핵심은 친노계 좌장 문재인 의원의 도전 여부다. 문 의원은 출마 의지를 점차 강하게 밝히고 있지만, 비노계 주자인 박지원·정세균 비대위원은 대권과 당권 분리를 요구한다. 차기 대권주자인 문 의원이 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만일 문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 그 순간에 연쇄 탈당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여의도 정가에 나도는 괴담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비노·중도계가 친노계만 남기고 몽땅 빠져 나와 새 살림을 차릴 것이란 ‘제3지대 신당 창당론’이다. 다른 하나는 당의 뿌리인 호남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해 신당을 만든다는 ‘호남 신당 창당론’이다.

3지대 창당론은 연기가 피어 오른 지 꽤 오래됐다. 안철수 의원 세력이 민주당(현 새정치연합)과 결합하기 전엔 안 의원 주도의 3지대 창당론이 거론됐다. 또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비주류 일부 세력이 당을 뛰쳐나와 신당을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으나 실행되지는 않았다.

최근 거론되는 3지대 창당의 중심에도 ‘안철수’가 있다. 안 의원은 지금 새정치연합 안에서 ‘당무 태업’을 벌이는 중이다. ‘당무 파업’을 하면 당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태업을 하면서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비대위에 참여해 달라는 다른 세력의 요청을 거절했다. 내년 2월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그의 측근들도 당직에서 빠져 나오도록 했다. 심지어 최근 교체 작업에 들어간 지역위원장(새누리당의 당협위원장 격) 공모에도 가급적 나서지 못하도록 했다. 안 의원의 측근은 “‘안철수의 사람들’이 당무 태업을 하고 있는 건 언제든 탈당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당직이나 지역위원장을 맡으면 결행을 하는 데 부담이 있기 때문에 주변을 홀가분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安·비노·중도계 잦은 회동

안 의원이 비노·중도계 중진들과 자주 회동을 갖는다는 소문도 나돈다. 특히 안 의원과 김부겸·노회찬 전 의원이 ‘3자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보도는 잘 못 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부겸 전 의원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노회찬 의원과는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으나 안 의원은 본 적이 없다. 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노회찬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 사람이 그렇게 만난다는 얘기는 저도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사실 무근이고,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야권의 진로를 원점에서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했다. 김 전 의원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거나 한 적은 없다”면서도 “다만 노회찬 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야권의 틀을 새로 짤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의견교환은 있었다”고 소개했다.

노 전 의원은 3지대 신당 창당론과 관련, “현재의 정치체제가 크게 뒤바뀌고, 진보정치의 축이 우뚝 선다면 다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한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이 낡은 정치체제가 문제”라며 “그런 점에서 다른 나라들처럼 복지국가로 가는 데 있어서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나 진보정당이 서로 정책정당으로서 대결을 벌이는 구도로 가야 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노 전 의원은 또 “지금 한국 정치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민생문제 해결, 특히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 우리 정치권은 과거 독재정권과 싸울 때의 정치체제, 20년~30년 전의 낡은 정치체제가 그대로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 두 사람과 비슷한 말을 듣는 일은 어렵지 않다. 3지대 신당 창당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세력이 아직 있는 건 아니지만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야권에 많다. 3지대 신당 창당에 필요한 뇌관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지금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

문제는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뇌관을 점화 시키느냐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다음 총선까지는 아직 1년 반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신당론자들이 탐색을 하는 단계지만 현시점에서도 정계개편의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신-구 정권 갈등, 새정치연합의 친노-비노 대치 등을 감안할 때 예상외로 빠른 시점에 정계질서가 재편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하나의 야권 재편 시나리오는 ‘호남 신당론’이다. 호남은 새정치연합의 뿌리이지만 주도권을 부산·경남(PK) 세력에 빼앗긴 지 오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서 정권을 잡았지만 경남 김해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선 PK가 득세했다.

2007년 대선 때 전북 순창이 고향인 정동영 후보가 나섰지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명박 후보에게 참패했다. 이어 2012년 대선에선 다시 부산 출신인 문재인 후보가 도전했으나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대권주자도 PK 일색이다. 문재인 의원과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경남 창녕이 고향이다. 그가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1, 2 행정부시장을 모두 호남 출신으로 채운 일도 야권의 뿌리인 호남을 의식한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잠재력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는 안철수 의원 역시 부산 출신이다. 안 의원도 부쩍 호남에 애정을 쏟고 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의 주도권을 PK에 빼앗긴 호남 세력이 독자 신당 창당을 모색하는 건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다. 친노 세력에 우호적이지 않은 호남 민심을 타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의 중심에는 한 차례 대권 도전에 실패한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이 있다.

정 고문은 최근 새정치연합의 주축 세력을 겨냥해 “당 밖에 강하고 의미 있는 ‘야권의 경쟁자’가 나타난다면 절대 그렇게 무사태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당론을 제기했다. 그는 “‘지금의 당으로는 안 된다’, ‘제3신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출하고 호남의 분노와 절망이 큰데도 당 지도부만 무사태평”이라고 공격했다.

정 고문이 당의 주도세력을 싸잡아 비판한 건 호남신당 추진의 명분 쌓기용으로 분석된다. 정 고문은 새정치연합 결성 과정에서 소외된 호남권 정치인들을 규합해 신당을 만드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 지역정당이 될 수 있는 만큼 호남 민심의 호응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다. 황태순 평론가는 “호남 사람들은 선거 때마다 현명한 선택을 한다. 차기 대선에서 호남 출신 유력 주자가 없다면 노무현, 문재인 때처럼 다른 지역의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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