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 내부거래 40%~90%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사조그룹(회장 주진우)을 살펴본다.
사조산업·사조인터내셔널·사조시스템즈 등 규제 적용
시민단체 지적에 회사는 묵묵부답… 공정위는 수수방관
사조그룹의 모태는 1971년 고 주인용 전 회장이 설립한 사조산업이다. 이를 동력으로 사조그룹은 수산 및 식품업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1978년 고 주인용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한 뒤에는 그의 아들인 주진우 현 회장이 27세의 나이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그의 공격적인 경영 철학이 돋보였다. 1988년 참치캔 판매를 기점 삼아 식품 분야를 본격적으로 확대했고, 1990년대 레저 및 건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2004년 사조해표를 시작으로 2006년 사조대림과 2007년 사조오양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현재는 30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법인은 사조산업, 사조해표, 사조오양, 사조대림, 사조씨푸드 등 5개이고 기타 비상장법인이 20개, 비상장 해외법인이 5개다.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진 않았지만 사조산업이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주진우 회장 등 그의 일가가 모기업인 사조산업과 사조대림 그리고 사조시스템즈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을 가지고 이들 계열사가 또 다른 자회사를 두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오너 일가가 일감 규제안 기준치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사조산업(35.8%)과 캐슬렉스제주(30%)를 비롯해 사조인터내셔널(67.7%), 사조시스템즈(68.6%) 등 4개사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는 곳만 따지면 사조산업, 사조인터내셔널, 사조시스템즈 등 세 곳이다.
문제는 이러한 핵심 계열사들의 내부거래율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사조산업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매출 성장과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매출이 약 38% 성장하는 동안 내부거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30%를 기록했던 내부거래 비율은 지난해 43.90%로 10%P 가량 상승했다. 금액으로는 828억 원에서 2012년 1800억 원으로 올랐다. 사조산업의 매출이 성장한 것이 일정 부분 내부거래로 환산되는 대목이다.
사조인터내셔널의 경우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50% 수준이었던 내부거래 비중이 2012년 60%를 넘어선 뒤 지난해 75.66%가 넘었다. 대부분이 사조산업, 사조씨푸드, 사조대림, 사조오양과 해외 계열사 등의 내부 거래로 나온 것이었다.
시장가와 장부가
부동산 임대업과 용역경비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사조시스템즈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90% 이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6억 원의 매출 중 70억 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2011년 66.49%, 2012년 91.39%까지 급증한 뒤 지난해에는 91.95%로 늘었다.
사조그룹 총수 일가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 소재의 캐슬렉스서울 골프장 장부가격이 시장의 거래 가격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들의 숨겨진 재산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 8월 29일 공시된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사조산업의 캐슬렉스서울 지분은 79.5%이며 사조씨푸드는 20.0%를 보유하고 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0.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해당 골프장은 하남시와 서울시 송파구가 맞닿은 곳에 인접해 있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으로 많게는 수조 원에서 적게는 수천억 원까지 평가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파악되고 있는 현재 장부가는 6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차익이 곧 이들 총수 일가의 알려지지 않은 자산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장부상 주주자본은 시장가격이 누적되기 때문에 현재 가격과 비교해 낮게 잡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사조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골프장과 시장의 가치 차이는 지나치다는 평가다.
골프장 용지 56만평을 당시 거래된 800만 원으로만 계산해도 4조 4800억 원이다. 아울러 캐슬렉스서울 지분을 보유한 사조산업과 사조씨푸드는 상장사인 만큼 평가된 것과 실질적인 자산이 큰 차이를 보이면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종합해보면 사조그룹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총수 일가가 대부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일감을 몰아주고 덩치를 키우는 전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사조그룹은 이 외에도 정기인사를 통한 경영 승계나 제품 내 이물질 논란 등 갖가지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계열사 간의 복잡한 상호출자 관계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동반부진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일부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심해질 경우 그룹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민 단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더욱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한 관계자는 “사조그룹의 내부거래는 분명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외면해선 절대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 공정당국의 조사나 제재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사조그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사조그룹의 한 관계자는 “제품과 관련된 사항이라면 몰라도, 경영 전반의 설명은 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면서 “회사 내에서도 아직 모든 부분을 파악하지 못 한 상태”라고 전했다. 여러 모로 악재와 난제가 얽힌 가운데, 사조그룹이 현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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