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효 미원 출시 대대적 홍보…논란만 키웠다
대상그룹이 발효 미원 출시를 기념하고자 문을 열었던 서울 마포구 홍대 삼거리포차 맞은편 팝업스토어 밥집 미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초 대상은 직접 밥집을 열고 미원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정면 돌파하자는 생각으로 이를 계획했다. 그러나 이를 본 일부 소비자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들은 “아토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첨가물이 바로 ‘미원’”이라거나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으로 알고 있는데, 해당 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요서울]은 밥집 미원이 불러일으킨 논란을 들여다봤다.
시민단체 등 “여전히 유해 가능성 있어”
사 측 “이미 식약처가 안전성 입증했다”
대상은 자사 대표 조미료 제품인 미원을 발효미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맛과 포장까지 전면적으로 교체했다. 화학조미료라는 오해를 벗고 미원의 발효 제조공법을 강조하기 위한 제품명 변경이었다.
제품 디자인을 새롭게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원을 상징해 온 붉은 신선로 문양 대신 주원료인 사탕수수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원이 화학조미료가 아니라는 점이 강조된 디자인이다. 흰색 분말이 드러나던 투명포장은 미색의 불투명 포장으로 바뀌었다.
또 그 일환으로 팝업스토어 밥집 미원을 런칭,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대상은 미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발효 미원출시를 기념한다면서 지난달 20일부터 나흘 동안 홍대 소재의 팝업스토어 밥집 미원을 운영했다.
홍대 삼거리포차 맞은편에 문을 연 밥집미원에서는 대상 소속 셰프의 레시피로 만든 국밥을 1970년대 가격인 100원에 제공했다. 소고기, 버섯 등 양질의 재료를 듬뿍 넣고, 여기에 발효미원으로 감칠맛을 더했다는 것이 대상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격적인 홍보들이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우선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이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이를 접한 한 소비자는 “미원이라는 재료가 안정성이 입증된 것이 맞냐”고 되물으면서 “아직까지 몸에 좋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이용하기가 조금 꺼림칙하다”는 반응이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몸에 안 좋은 재료가 아니라 하더라도 좋은 것도 아니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대대적인 미원 홍보가 끝난 줄 알았던 L-글루탐산나트륨(MSG) 유해성 논란을 다시 불러온 모양새다. 특히 화학조미료 없는 안전한 사회 만들기 운동을 벌이는 등 MSG 반대의 선봉에 서있는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는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결국 논란이 일부 소비자 반응에서 시민단체로 전이된 모습이다. 환경연합 여성위원회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데, 기업이 매출을 올리고자 미원을 먹으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것 자체가 기업윤리에서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아울러 “미원을 먹는 즉시 이상반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미원에 노출돼 두통과 아토피 또는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을 보인 바 있다”면서 “지금까지 미원이 안전하다고 나온 조사 결과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상이 미원은 사탕수수를 발효해 만들었다고 전한 것과 관련해선 “미원은 그래도 천연조미료가 아닌 합성조미료”라면서 “유해하지 않다고 가정해도 한국은 MSG 섭취 1위국으로 일본보다 세 배, 미국보다 열 배 이상 높다. 더 먹어도 된다고 홍보하는 건 상식을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앞서 L-글루탐산나트륨은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메스꺼움과 두통 등을 일으키는 중국음식점 증후군의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 미원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지기도 했다.
팽팽한 대립
다만 대상 측은 MSG 논란은 이미 끝이 난 일이며, 오해가 너무 많다는 입장이다. 발효 미원 출시 당시 최광희 대상 식품사업총괄 상무는 “L-글루탐산나트륨의 안전성은 세계적으로 공인됐다”며 “올바르게 사용하면 나트륨 섭취량이 줄어드는 기능도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상 관계자는 “정부 공인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래 전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전히 논란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십년째 지속된 식품첨가물 안전성 공방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MSG 등의 식품첨가물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에 따르면 MSG는 1995년 미 식품의약국과 세계보건기구가 공동 연구한 결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이미 판명됐다.
또 대상 관계자는 화학조미료라는 단어조차 “미원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첨단 기술로 가공된’이란 뜻으로 ‘화학’이 붙은 것인데, 여전히 오해가 많은 것 같다”면서 “미원은 사탕수수에서 100% 만들어진 제품일 뿐”이라고 전했다.
정리해보면 여러 기관을 통해 미원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입증 받았지만, 뿌리 깊은 불신 속에 근거도 없는 낭설이 불거지고 있다는 말이다. 미원을 비판하는 근거 중에서도 과학적인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는 의견도 분명히 했다.
한편 조미료의 대명사 격인 미원은 대상그룹 그 자체로 봐도 무방하다. 1962년 동아화성공업이 미원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이후 1997년 대상이 출범했을 당시까지 사명 자체가 미원이었기 때문이다.
또 대상의 주요 제품인 미원은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출만 연간 1000억 원 이상 육박한다. 해외시장 수출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미원의 해외매출은 지난 20년 동안 2000억 원 이상 상승했다.
대상은 임대홍 창업주가 1956년 설립한 동아화성공업이 전신이자 모태기업이다. 임대홍 회장은 일본에서 배워온 조미료 제조 기술로 L-글루탐산나트륨과 헥산을 더해 미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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