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궁금] 단통법에 팬택이 산다?
[이것이 궁금] 단통법에 팬택이 산다?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12-01 10:08
  • 승인 2014.12.01 10:08
  • 호수 1074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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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아이언2·팝업노트 품귀…무슨 일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팬택(대표 이준우)이 출고가 전략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팬택은 지난달 말 매각 입찰을 실시했지만 응모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 반응이 뜨거워 반전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출고가 인하 카드가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베가아이언2’와 ‘베가 팝업 노트’는 출시 하루 만에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할인 혜택이  축소됐다는 지적을 받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으로 팬택의 출고가 인하 정책이 더 빛을 봤다는 평가도 있다.

출고가 인하 카드에 신제품 불티
매각 유찰로 침울…반전 일어날까

‘벤처 신화’의 상징이었던 팬택이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으며 존폐 기로에 몰렸다. 지난달 21일 매각 본입찰 유찰로 최악의 경우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팬택 매각이 진행되면서 국내기업을 비롯해 샤오미와 하웨이 등 중국 제조업체, 인도의 마이크로맥스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이에 “외국계 매각은 안된다”는 반대 움직임도 있었지만 막상 입찰에 응모한 업체는 없었다.

업계는 유찰의 이유로 팬택에 관심을 보여온 기업들의 인수희망가격과 채권단의 최저입찰가격 기준 격차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실사 후 인수 후보자들에게 제시한 최저입찰가 가이드라인은 약 2000억 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팬택은 매각 유찰로 더욱 벼랑 끝에 몰렸다. 기업 회생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23년의 전통을 이어온 팬택의 청산절차 돌입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택을 둘러싼 반전의 기운도 감지되고 있다. ‘베가아이언2’와 ‘베가 팝업 노트’ 등 신제품 출시에 대한 시장 반응이 뜨거워 실제로 관심 있는 투자자가 나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팬택은 신제품인 ‘베가아이언2’와 ‘베가 팝업 노트’ 출고가를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출시 하루 만에 품귀 현상을 빚었다.

SK텔레콤 전용모델로만 출시된 ‘베가 팝업 노트’는 출고가가 동급의 타사 휴대전화에 비해 절반 수준인 35만2000원으로 책정돼 보조금을 더하면 20만 원 이하로 판매됐다. 또 다른 주력 상품인 ‘베가아이언2’도 KT와 LG유플러스가 가격을 절반 이상으로 낮추면서 현재까지도 대리점의 추가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팬택이 예상한 초기물량은 3만 대 정도였지만 대리점에서 6만 대 이상의 주문이 몰렸다”면서 “아직 물량을 가지고 있는 대리점을 찾아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최근 휴대전화 시장은 단통법 시행 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상대적으로 혜택이 감소하자 번호이동, 신규개통보다 기기변경, 중고폰 가입이 늘어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팬택의 파격적인 출고가 인하 정책은 단통법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시행에 따른 현재 시장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파격적인 출고가와 할인을 내세운 팬택이 더 빛을 봤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팬택은 추가 제작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매각 입찰이 유보됐지만 출고가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 배경이다. 또한 유찰이 한 번 있었던 만큼 인수 가격이 떨어진 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덤

이 같은 팬택의 ‘출고가 인하 카드’는 휴대전화 시장에도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와 제조사가 협의해 잇따른 단말기 출고가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G3, G3비트, 옵티머스G프로 등이 출고가가 할인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그랜드2’, ‘갤럭시코어’등도 출고가가 추가로 더 인하됐다.

이처럼 팬택의 출고가 인하 카드와 단통법 효과가 시너지를 내면서 업계는 “팬택이 최종청산에 들어갈 확률은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최근 통신사와의 협력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음은 물론,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이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팬택의 매각 주관사인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는 “당장 재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것보다 실제로 인수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를 찾아 개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입찰이 수의매각 방식을 통해 일 대 일 협상으로 전환하고, 직접 투자자를 만나 인수 가능 여부를 타진하겠다는 것이다.

팬택 역시 인력 감축 및 독자생존 카드를 통해 자구책도 동시에 찾는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이미 팬택은 무급휴가 및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를 바탕으로 생존 가능성을 끌어올린 바 있다.

팬택 관계자는 “공개매각이 유찰돼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심 업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며 “신제품 출시에 따른 반응이 좋아 매각 진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사실상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출고가 책정이었던 것은 물론 유찰이 일어난 만큼 섣부른 판단은 어려운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출고가 인하로 팬택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샤오미 같은 차별화 전략을 채택하지 않고,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형회사의 고가전략에 초점을 맞추다 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팬택이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리지 않는 수준이지, 이를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두 회사가 이동통신회사에 상당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시장점유율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이에 맞설 자금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마케팅 실패의 이유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팬택이 가진 연구개발능력, 인지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고성능 초저가 스마트폰 전략으로 시장에 파고들었다면 이 같은 상황에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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