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이 뜨겁다. 임기 4개월여를 남겨둔 박종수 현 회장이 연임을 포기한 가운데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미 증권맨과 금융맨의 대결구도로 물밑 선거전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심상찮게 들린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를 ‘관피아->민간출신’으로 바뀌는 금융협회장 풍토가 반영될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자리를 두고 ‘3강2중’ 각축전이 치열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금융투자협회장 직은 300여개 회원사의 수장이 되는 자리다.
김기범·황영기·황성호·유정준·최방길 출사표
12월 회장후보 공고, 내년 1월 투표…물밑 선거 중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이 일찌감치 연임 도전을 포기한 가운데 내년 1월 새로운 회장을 맞는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사전 선거전이 한창인 가운데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사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는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히고 ‘대권 도전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장기 침체기에서 허우적대는 업계의 빠른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회장의 경우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물론 삼성증권 사장,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을 지내 경력 면에서 화려함을 보인다. 외국계인 뱅커스트러스트은행에서도 근무한 바 있다.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선거 준비를 시작했다. 제일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PCA투자신탁운용 사장, 한화은행 헝가리 행장, 씨티은행 본부장 등을 지내 황 전 회장만큼이나 업계 경력이 많다.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 역시 한불종합금융(메리츠종금) 대표, 씨티은행 기획조정실장, 한국거래소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가장 최근까지 업계에 몸담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김 전 사장 역시 출사표에서 “최근까지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해서 현재 업계 상황이나 형편을 잘 알고, 회원사가 협회에 바라는 바를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중’으로 분류되는 후보 가운데 최방길 전 사장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을 거쳐 SH자산운용 부사장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로 최초 운용사 출신 회장을 노리고 있다.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은 한양증권 부사장과 사장을 지냈고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돌발변수는
다만 최근 사회 흐름상 그동안 관료 출신들이 자리를 꿰찼던 금융 관련 협회장 자리가 민간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논란이 확산되면서 민간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급속도로 퍼지는데 이는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이미 은행연합회를 비롯해 4대 금융협회장 대부분이 민간출신들이 자리를 차지한 상태다. 실제로도 금융권에 따르면 6대 금융협회 중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4개 기관이 민간 출신 회장을 맞이하거나 선임이 유력하다.
우선 관심을 모은 차기 은행연합회장에는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선임됐다. 하 신임회장은 재정경제부 출신인 박병원 현 은행연합회장의 임기가 이달로 끝남에 따라 차기 회장에 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가 11년 만에 관료아닌 업계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그동안 은행연합회장은 관료출신들의 밥그릇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험업계도 민간출신 CEO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손보협회장은 올 8월 LIG손해보험 부회장 출신인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이 선임됨에 따라 12년 만에 민간 출신 손해보험협회장이 탄생했다. 앞선 손보협회장 선거에는 모두 민간출신 전직 CEO들이 추천돼 관료출신은 아예 배제된 채 진행됐다.
올 연말 선임을 앞두고 있는 생명보험협회장도 민간 출신들 간의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관피아 논란에 따라 자천타천 유력 후보로는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 신은철 전 한화생명 부회장, 고영선 교보생명 부회장, 신용길 전 교보생명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보험협회장 자리는 금융당국 인사가 내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관피아 또는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마피아 합성어)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보헙업계 역시 관피아 논란 속에 기조가 관료에서 민간출신으로 바뀌게 됐다. 이에 금투협도 주목된다.
일단 업계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금융맨 출신이냐 증권맨 출신이냐’를 두고 결과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차기 금투협 회장 선출을 위한 공식 일정은 다음 달 말 시작된다.
금융투자협회는 다음 달 중순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12월 말 회장후보 공고를 내고 내년 1월 말 투표를 진행한다.
금투협 회장에 대한 투표권은 전체의 40%를 회원사들이 동등하게 행사하고 나머지 60%는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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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