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한국 중소기업 (주)독도가 만든 휴대용 발열용기 ‘바로쿡’을 미국 ‘매직쿡’이라는 회사가 카피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미국회사는 지난 23일 미국 ABC 방송을 통해 방영되는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 샤크탱크(Shark tank) 시즌 6에 출연해 10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미국 네티즌들에 의해 국내 중소기업의 제품임이 발각되면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주)독도도 이 사실을 파악하고 특허 침해에 대한 법적 소송을 준비중이다.
기술 빼내 만든 ‘매직쿡’…美투자프로그램서 10만 달러 유치
해외 네티즌도 의심…방송게시판에 제품 유사성 지적하기도
‘바로쿡’은 용기 내부의 발열제가 열을 발생시켜 야외에서 불이나 전기 없이 음식을 요리할 수 있는 휴대용기다. 바로쿡 제품은 2012년 PCT 출원 후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독일, 캐나다에서 실용신안 및 디자인 특허를 받았다.
순수 국내기술로 만들어졌으며, (주)독도 임직원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묻힌 제품이다. 등산, 낚시, 사냥, 여행 등 불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제품으로 웰빙바람과 함께 매출도 상승했다.
2012년 중국 추계칸톤페어에서 구매자로 만난 매직쿡의 샤론 대표가 미국 시장 진출을 이유로 많은 자료를 요구했다. 300여통의 이메일 자료와 샘플 및 로고 관련한 파일 등을 건넸다. 이 일이 결국 발목을 잡고 말았다.
샤론 대표가 미국에서 유사 상품을 만들어냈고, 이걸로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휴대용 발열용기 패션 브랜드 ‘후부(FUBU)’의 창업자 겸 CEO 데이몬드 돈으로부터 1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 주목받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중소기업의 유력 기술만 빼내 해외에서 유사 상품을 만들고 이 제품으로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다.
㈜독도 관계자는 “매직쿡의 샤론 대표는 지난 2012년 중국 추계칸톤페어에서 만났으며, 구매자로 위장해 미국 시장진출을 이유로 많은 자료를 요구했고, 2013년 겨울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직쿡은 (주)독도의 바로쿡 제품을 그대로 중국에서 복제한 제품으로 밝혀져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네티즌들은 아마존 및 미국 대형 아웃도어 매장에서 이미 바로쿡 브랜드로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디자인까지 똑같이 카피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글을 주요 포털 및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놓고 있다.
샤크탱크 블로그 등에는 “바로쿡과 매직쿡이 상표만 다를 뿐 똑같다"는 글이 올라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보상 어려워
이에 따라 모방 여부가 단순 신경전을 넘어 업체간 법적소송전까지 비화될 전망이어서 향후 이들 업체의 행보에도 귀추도 주목된다.
㈜독도 관계자는 “카피캣인 매직쿡은 명백한 고의적 특허 침해이고 징벌적 배상(enhanced damage)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법률 자문인의 답변을 받았다”며 “주고받은 300여통의 이메일 자료와 샘플 및 로고 관련한 파일 등 고의적 특허 침해에 관한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중소기업 입장에서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진행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는게 현실이다.
특허청도 “국내 제품들이 미국기업에 의해 특허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반대의 경우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며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이 주요국가에 모두 지적 재산권 신청을 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힘들고, 특허가 있다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해외로 유출되는 특허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우 재정적 여건으로 인해 국내 특허 출원을 하는 경우에도 해외 출원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균적으로 150만~200만원 정도인 국내 특허 출원 비용에 비해 미국의 경우 10배에 가까운 20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중국으로의 특허 유출이 빈번히 이뤄져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보호센터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 한국 특허 번역을 전담하는 인력을 두고, 한국특허를 변형해 도용하는 수법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 특허 출원 당시 중국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당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중소기업의 이윤창출은 물론 존폐를 위협하는 기술유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시스템 개선과 지원이 절실하다.
한 관계자는 “특허는 정보 노출과 동시에 보호를 받는다는 양면성이 있다며 전세계적으로도 특허를 통해 기술유출이 되는 것에 대한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소장은 “특허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보다는 기업들이 영업비밀법, 산업기술 유출 방지법 등의 다양한 보완책을 통해 종합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도의 라수환 대표는 “카피제품의 등장은 회사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좋은 기회이다”며 “현재 바로쿡 제품은 20여개국에서 판매중이며 12개국에서 자국어 웹페이지가 운영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카피캣 정보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