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씨가 자신에게 보복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당초 중형을 선고한 1,2심과 달리 대법원은 “사랑하는 사이”라는 남성의 주장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관이 9세 조카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삼촌들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판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조모(45)씨는 2011년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당시 15세인 피해자 A양을 처음 만났다. 조 씨는 A양에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했고, 그 뒤 승용차 안으로 데려가 키스를 하려다 A양의 거부로 실패했다. 조 씨는 며칠 뒤 다시 A양을 자동차로 불러냈고 그 자리에서 성관계를 맺은 이후로 지속해서 관계를 맺었다. 이후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A양은 집에서 나와 조 씨의 집으로 들어갔고 출산 직후 조 씨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A양의 진술이 비교적 일관되고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조 씨를 이성적으로 좋아해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며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대법원은 조 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로 사랑했다”는 조 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이었다.
구속된 조 씨에게
“사랑한다, 보고 싶다”
대법원에 따르면 A양은 조 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동안 매일 면회를 왔으며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다. 함께 자고 싶다. 함께 살고 싶다. 고맙다’ 등의 내용을 접견민원서신과 인터넷 서신으로 보내기도 했다. 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조 씨를 ‘오빠·자기·남편’이라고 부르며 사랑한다, 보고 싶다 등의 내용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원심에서는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조 씨가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해 허위로 보낸 것”이라는 A양의 진술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신의 횟수, 내용, 색색의 펜 등을 봤을 때 A양의 솔직한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A양이 조 씨의 집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원심과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원심 재판부는 “조 씨는 A양의 집주소, 학교, 학원, 가족관계 등의 정보를 모두 알았다. 이에 A양은 강간 사실을 남에게 알렸다가 조 씨로부터 보복을 당하거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까 두려워 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조 씨를 계속 만났다”는 A양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A양의 진술에서도 조 씨가 A양에게 직접적으로 협박을 하거나 폭행하지는 않았다. 조 씨가 만남을 강요했다는 점을 인정할 다른 증거도 전혀 없다”며 “A양 스스로 겁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는 A양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 씨를 계속 만났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13세 미만일 경우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어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13~19세는 위계위력이 있거나 성매매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처벌하게 돼 있다. 조 씨의 경우 ‘합의하의 관계’로 인정돼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다.
13세 이상 미성년자
합의하 성관계 처벌 못해
이러한 판결에 대해 A양 측은 “편지는 강제로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A양 측은 “원심 판결 이후에도 9년 뒤 (출소한 조 씨가) 자기를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A양은 대법원 판결로 충격을 많이 받은 상태”라며 A양은 어려운 가정형편과 모친의 건강 때문에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양 측은 “조 씨는 A양에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A양의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였는데 A양은 자신이 연예인이 돼서 가정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해서 말을 들었던 것”이라며 “성폭행은 180차례 당했다”고 주장했다. A양 측에 따르면 A양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조 씨가 A양의 가출을 유도했다. 또 구속된 조 씨는 사건에 대해 심부름을 시키기 위해 A양을 매일 불렀으며 A양이 출산한 날에도 택시를 타고 오라고 강요했다. 메신저 내용 또한 조 씨의 강요로 인터넷에서 검색한 문구를 그대로 A양이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양 측은 “(대법원 판결에)참담함을 느낀다. 대법원 판사의 판단능력이 이 정도라면 파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아동성폭행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자기자식 같은 어린 소녀와 성관계를 맺지 않는다. 이것만 봐도 육체만 탐한 관계라는 것이 드러난다”며 “이 사건의 핵심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다. 이것만으로도 처벌 감인데 어떻게 무죄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관에게 튄 불똥
김신은 누구인가
한편 조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김신 대법관이 지난 26일 9세 조카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삼촌 B(31)씨 등 2명에게 징역 6년과 5년을 선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분노는 재판관에게 튀었다. 누리꾼들은 “김신 대법관이 누구냐”며 해당 판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꾼 ‘yong***’은 “미성년자는 심신이 성년에 비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아 법이 보호하는 것이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는 자체가 불법인데 김신 대법관이 깜빡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 ‘a11***’도 “연예인 시켜주겠다고 일주일 만에 성폭행하고 가출시킨 뒤 동거까지한 X에게 무죄를 선고하다니. 대법관이 이 모양이니 우리나라 법치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누리꾼 ‘muwij***’도 “김신 대법관은 우리나라의 성폭행에 대해 새로운 문을 여는 판결을 했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도 사랑, 연애라고만 하면 죄가 되지 않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