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윤회씨의 국정운영 개입설이 담긴 청와대 감찰보고서 유출 당사자로 경찰이 지목되는 가운데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정급 경찰관 전원이 몇 개월사이 전원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정윤회씨 관련 청와대 내부 문건 작성에 관여하고 외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박모(48) 경정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1년가량 근무하다 지난 2월12일자로 파견 해제됐다.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던 또 다른 경정 역시 2월10일자로 파견 해제돼고, 지난 7월에도 민정비서관실 근무 경정 3명이 비슷한 시기에 교체됐다.
민정수석실 파견은 근무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필요에 따라 조기에 교체할 수 있지만 업무 특성상 1년 이상 근무하며 인사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교체가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빼어난 업무 능력이 요구되고 청와대 관련 정보 등을 다루기 때문에 승진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자리로 꼽힌다. 따라서 보통 청와대 파견 중 총경으로 승진하면서 일선에 복귀하거나 승진대상 자리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민정수석실에 파견 나간 경정급 경찰관 5명 모두가 5개월 사이 모두 물갈이되다시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경찰 내부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유독 각종 감찰 또는 인사와 관련된 청와대 정보가 외부로 자주 샜고, 소문의 근원지로 청와대 파견 경찰관들이 지목되면서 이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설이다.
더욱이 올해 복귀한 이들 중 박 경정을 제외한 다른 4명은 본인이 희망하는 보직으로 이동했지만 박 경정만 비교적 한직인 변두리 지역 일선서 과장급으로 발령났다.
당시 박 경정은 서울경찰청 정보부 산하 정부분실장을 지원했었고, 통상 청와대 파견근무자는 복귀하면서 지원하는 보직으로 발령났기 때문에 자신의 짐도 미리 옮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뒤늦게 일선 경찰서로 발령나면서 인사에 불만을 품고 청와대 문건을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청와대와 경찰 모두 박 경정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는 주장을 반박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도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경정은 청와대 파견 해제 이틀 전인 지난 2월10일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 사무실로 박스 1∼2개와 목도리와 경찰복 등이 든 쇼핑백 1∼2개를 가져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정보분실 직원들 중에는 박 경정이 짐을 가져다 놓은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거나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당시 직원들은 박스에 박 경정의 개인 물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고 상자를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박스 안에 이번에 유출된 문서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누구도 건드린 사람이 없기 때문에 분실 일부 직원이 이를 복사해 유출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박 경정도 "내가 청와대 문건을 통째로 유출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며, 박스 두 개 분량 문건을 갖고 나왔다는 것은 완전 엉터리"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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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