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공룡 증권업 진출 암초

국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승승장구해왔던 두산그룹이 증권업 출항을 알리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두산그룹 금융계열사 두산캐피탈의 BNG증권중개 인수 승인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금융계열사 두산캐피탈의 BNG증권중개 대주주 변경 승인이 힘겨울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지난 14일 “두산캐피탈의 BNG증권중개 대주주 변경 승인 안건이 관련 자료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25일 열리는 9차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의결키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7차 정례회의에서 두산캐피탈의 BNG증권중개 대주주 변경 승인을 처음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보류했다.
지난 2005년에 있었던 두산그룹의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었다. 현행 증권거래법상 5년 이내에 증권관계법령이나 기타법령에 따라 형벌을 받는 곳은 증권사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관건은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2006년 사면 복권된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사면복권 된 만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 때문에 발목을 잡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위험관리가 중요한 금융업의 특성상 인가를 불허해야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처럼 논란이 팽팽한 사안에 대해 급히 허가를 내줬다 재벌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금융위원회로서는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한편 금융위가 두산그룹의 BNG증권중개 대주주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경우, 두산의 증권업 진출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대우조선 인수 실탄마련 두산주류BG 매각설
두산의류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했다가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자금 마련과 사업 구조조정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소주브랜드 ‘처음처럼’으로 유명한 두산의 주류BG(Business Group) 매각설이 수면위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두산이 계획한 인수금융 조달은 현 수준에서는 금융권 차입과 자산매각 등 둘로 나뉜다. 현금성 자산이 포스코와 GS그룹 등 경쟁자들에 비해 현저히 뒤지기 때문에 재원마련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중이다. 금융권 차입은 하나은행과 비공식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구체화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1금융권의 주요은행이 배타적 투자각서(LOC) 체결에 난색을 표하자 차순위를 택한 것. 그러나 하나은행의 원화 유동성은 1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두산은 대신 매수자문사인 모건스탠리, 하나IB증권 등과 함께 재무적투자자(FI)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공제회와 연기금 등 주요 투자자들도 지난해 밥캣을 인수하며 여력을 소진한 두산에 확실한 지원을 약속하지 않고 있다.
두산주류의 가장 유력한 잠재 인수 후보는 양주업체인 디아지오 코리아. 디아지오의 경우 지난 5월 방한한 폴 월시 회장이 직접 나서 “한국의 주류기업 인수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두산측은 공식부인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업계나 IB업계에서는 두산 주류BG를 매각은 이미 기정사실화 돼있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도 충분하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현금 확보를 위해 두산이 내놓을 수 있는 여러 계열사 중 가장 값어치 있는 것이 두산주류의 ‘처음처럼’ 브랜드라는 점이다.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필요한 전체 자금은 최대 8조~9조원까지 거론된다. 현재까지 두산이 밝힌 자금조달 계획은 금융권 차입, 재무적투자자(FI) 유치, 그리고 사옥과 사회간접자본(SOC)지분매각, 보유 유가증권 처분, 사업부문 매각 정도다. 이정도 규모로는 포스코, GS 등과 경쟁할 충분한 실탄 만들기가 어렵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나마 두산이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 의류BG ‘폴로’의 매각마저 원매자의 매입의사가 애매해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자금확보 위한 다양한 방안 속출
반면 두산의 주류BG는 소주시장에서 진로에 이은 2위의 시장점유율(올해 1분기 기준 12.5%)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확보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두산그룹의 구상을 감안할 때도 주류BG의 매각은 예정된 수순이란 분석도 있다.
두산그룹은 2005년 비자금 및 분식회계 사건 이후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2008년말까지 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형태는 다른 지주사와 달리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지주회사 체제다.
그러나 두산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설립ㆍ전환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총자산 대비 지분법평가액 비율을 50%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올해 1분기말 기준 두산의 총자산은 2조2258억원, 지분법적용 투자주식가액은 8393억원 가량으로 지분법평가액 비율이 37.7%에 불과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자산이 1000억원이 넘는 두산으로서는 지주회사 전환비율을 맞추려면 자회사 지분을 늘리든지, 자산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현금이 필요한 두산으로서는 불가피하게 후자를 택해야 한다. 단기간에 부채를 대폭 줄일 수 없다면 현실적인 방안은 사업 일부를 매각하는 것 외에는 없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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