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생계유지 곤란한 老父두고 입대 부당"
법원 "생계유지 곤란한 老父두고 입대 부당"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11-25 09:39
  • 승인 2014.11.25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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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생계유지 곤란을 이유로 병역감면을 신청한 20대에게 병무청이 별거중인 어머니의 재산이 감면기준을 초과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김모씨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의 부모는 지난 2003년 김씨의 아버지를 친권행사자로 정한 후 협의이혼 했다.

이후 지하철역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며 아버지를 부양하던 김씨는 지난 2010년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1년간 어머니와 함께 거주했다.

이 기간 김씨의 아버지는 건강악화로 노점상을 운영할 수 없게 돼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했고, 전단지 배포를 하던 중 건강이 더욱 나빠져 지난해부터는 마트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아들로부터 생활비를 송금받게 됐다.

김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대부분 스스로 해결했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컴퓨터 강사일을 통해 월 200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었고 자신 소유의 주택도 보유하고 있다.

김씨는 이같은 사정으로 지난 2008년 5월 현역병입영대상자로 결정됐지만 2012년까지 대학진학 및 재학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다.

이후 김씨는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병역감면을 신청했으나 병무청이 "김씨의 어머니를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서 제외하기 어렵다"며 거부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씨의 어머니는 이혼 후 8년 이상 별거하며 독립된 생활을 유지해 왔고 그간 아들에게 일부 생활비를 지급했을 뿐 전 남편에게는 직접적인 금전지원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김씨가 입대한 후 그의 어머니가 간접적으로나마 전 남편의 생활을 보조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생계유지가 곤란한 가족을 홀로 남겨둔 채 현역병으로 입영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입영자에게 과도한 희생을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병무청의 처분은 정당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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