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vs 시민단체 GMO전쟁
라면업계 vs 시민단체 GMO전쟁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11-24 11:30
  • 승인 2014.11.24 11:30
  • 호수 1073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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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옥수수 사용 표시의무 없다? 있다?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라면 업계 1위 농심과 경실련이 유전자변형식품(이하 GMO) 사용 여부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농심은 “Non-GMO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증명서 등은 줄 수 없다” 고 버티는 반면 경실련 측은 "2013년 판매순위 20위권 내 농심 라면 12개, 전 제품에 대두 또는 옥수수를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실련 측은 이어 "농심의 면류 제품의 GMO 사용여부를 알 수 없어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그 심각성을 재차 강조한다.

소비자 명확한 정보 없어 불안감 커
 

GMO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GMO가 무조건 잘못됐다는 연구보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GMO 식품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이 분명하게 검증된 바도 없다.

GMO 품종으로 인해 생태계가 교란되는 등 환경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한 가설만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경실련이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놔 귀추가 주목된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대표 김성훈)가 ㈜농심이 생산한 라면 제품 42개(봉지 27개, 컵 15개)의 GMO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 GMO 표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량이 지구 105바퀴에 해당한다는 부동의 판매순위 1위 ‘신라면’은 물론, 2013년 1조 7000억 원어치가 팔린 ‘짜파게티’등 모든 농심라면에 대두 또는 옥수가 포함됐다. 하지만 GMO여부를 확인할수 있는 표시는 없었다.

우리나라는 라면시장 규모가 2013년 2조원을 넘어섰고 국민 1인당 연간 71.9개를 소비하는,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2013년 매출 2조 866억 원, 영업이익 926억 원을 올린 농심은 2013년 라면판매 순위 20위권 내 12개 제품이 포함될 정도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판매 순위가 높은 제품은 물론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모든 농심 라면에 사용된 대두·옥수수의 GMO여부와 원산지에 대한 확인은 불가능하다고 경실련은 전한다.

경실련 관계자는 “농심이 Non-GMO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인지, 사용하고도 허술한 현행 제도로 인해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인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GMO표시제도는 GMO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원재료 중 많이 사용한 5순위 안에 포함되지 않거나, 5순위 안에 포함되었어도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다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 인해 식용유나 간장 등 일부 제품에 GMO 대두 등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식품업체는 이러한 허술한 표시제도를 활용해 GMO를 적극 사용하고 있고, 소비자는 명확한 정보를 얻지 못해 불안이 증가하고만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한 해 190여만 톤의 식용 대두와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고, 국내에서 소비되는 식용 대두의 73%, 옥수수의 46%는 GMO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라면 등 면류 제품에는 대두와 옥수수가 사용되고 있고, 수출용 라면에 GMO가 사용된 게 확인된 사건도 있다. 하지만 시중에서 GMO 표시를 찾기란 어렵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관계자는 “농심 측에 라면 제품에 사용된 대두 및 옥수수의 GMO여부 및 원산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며 “농심은 업계 1위이자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기업으로서 소비자 중심적인 결정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불법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정보를 숨기거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규명이 확실히 이뤄져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소비자의 궁금증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농심 측에 경실련이 GMO 사용여부에 대한 질의를 한 결과, Non-GMO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증명서 등의 공개 요청을 거부해, 소비자가 GMO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얻고 불안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외 업체 공개 이어져

실제로도 경실련이 일반인을 상대로 실시한 GMO에 대한 소비자 설문 조사에서 조사대상자의 86.4%가 식품에 GMO 원료 사용여부를 표시하는 것에 대해 “GMO 원료 사용여부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GMO 표시제도에서 최종 식품에 GMO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GMO 원료의 사용여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규정에 대해 조사대상자의 86.0%는 “GMO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한 5가지 원료에만 GMO원료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에 대해서는 “원재료 사용 순위와 상관없이 GMO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84.2%로 나타나 소비자들은 현행 GMO 표시제도상의 예외규정에 대해서 GMO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하도록 하는 표시제도 규정의 강화(완전표시제)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들 제품에 사용된 대두·옥수수의 원산지나 GMO 여부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 기업들이 GMO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일부러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인지를 파악하기에는 물리적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GMO완전표시제 도입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번 경실련과 농심의 문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미 GMO문제로 인해 수출에 타격을 입은 기업이 속출한 바 있다.

삼양식품은 과거 자사 제품인 삼양라면을 터키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GMO대두가 검출돼 전량 폐기되는 피해를 입었다. GMO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터키의 레이더망에 여과 없이 발견된 것이다. 유럽연합(EU)도 예외 없이 GMO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GMO표시여부와 관계없이 사용여부만으로 식품 기업의 국외 수출 전면불가가 멀지않은 셈이다.
장진영 운영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GMO 위해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GMO완전표시제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며 “경실련은 식품의약품안전의 제도운영 감시활동, 입법청원 등 GMO 제도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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