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환거래 L·P그룹 사정 시작됐다
불법 외환거래 L·P그룹 사정 시작됐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11-24 11:28
  • 승인 2014.11.24 11:28
  • 호수 1074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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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환치기 비리…비자금 집중수사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사정기관이 기업수사를 다시 시작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것도 관세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금융 관련 기관들이 비리를 들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일각에선 세수부족분을 기업수사를 통해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 해당기업의 뚜렷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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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새누리당 국회의원(포항남울릉)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불법 외환거래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 건수가 8157건, 거래액은 19조360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외환거래 유형은 외환 사범이 7818건으로 가장 많아 적발된 액수만 17조9천438억 원에 달했다. 또 이들 중 대부분이 미화 1만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을 신고하지 않고 휴대 반출입하다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싹쓸이 수사 진행

같은 기간 불법 외환거래 관련 신고포상금도 총 5090건에 대해 7억8000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관세청과 금감원이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연내 공동 불법외환거래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법과 원칙에 의한 금융질서를 확립하며 금융소비자보호와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는 데 감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우선 금융질서 확보 차원에서 급증 추세인 불법외환거래에 대한 기획ㆍ테마검사를 늘린다.
해외부동산 취득,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을 통한 불법 외환거래 적발 건수는 2012년 320건에서 지난해 1015건, 올해 1~9월 563건으로 증가했다.

최 원장은 “대기업 등에 대한 관세청과 공동검사를 확대하고 재산 은닉ㆍ반출 등 가능성이 큰 기업과 외국환은행의 업무취급 실태 점검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외환거래 혐의로 특별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LS그룹 지주사인 (주)LS가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이 세무조사에 나선 건 약 한 달 전이다.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의 장남인 구본웅씨가 대표로 있는 미국 벤처투자사 ‘포메이션8’와 ㈜LS 간 외환흐름이 주요 점검대상으로 알려진다. 이번 조사가 4~5년 주기의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적인 특별세무조사로 알려지며 앞서 LS는 지난해 정기세무조사를 받은 상태여서 이번 조사 배경에도 의혹이 짙은 상태다.

드러나는 혐의들

LS는 2012년 포메이션8에 25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당시 LS를 비롯해 한국전력 등 20여개 업체가 총 4억 4800만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수익을 거뒀다.

또 포메이션8은 올해 3월 페이스북에 20억달러에 팔린 오큘러스VR에 투자해 원금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고, 올해 7월에도 리레이트아이큐(RelateIQ)가 세일즈포스닷컴에 3억 9000만달러에 매각되는 과정에서도 5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냈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LS가 포메이션8에 출자한 원금회수 과정에서 수익에 따른 세금을 적정하게 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해외불법 외환거래를 의심하는 것이다.

포메이션8의 대표인 구본웅씨는 LG그룹 고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장손으로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의 외아들로 현재 LS지분 20만 2340주(0.63%)를 보유한 주주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계도 예의주시 중이다. 이미 파라다이스·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16 곳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최근 3년간 3조500억원에 달하는 불법 외환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외국인전용 카지노의 크레딧 게임내역’에 따르면 국내에 영업장이 있는 16개 외국인전용카지노가  ‘크레딧(Credit) 제공’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고객들에게 수조원의 외상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희수 의원은 “크레딧은 외국환 취급 허가를 받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국내 카지노에서 제공되고, 상환은 비밀리에 해외에 있는 카지노 사무실을 통해 입금 또는 출금된다"며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해당되는 이른바 ‘환치기’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카지노에서 수조원대의 불법 외환거래가 버젓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고시를 통해서 카지노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검찰과 달리 세무당국의 조사는 혐의를 일부 포착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조사가 검찰수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며 일부 그룹 총수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세, 3세 경영 체제로 들어선 기업 중 수사 선상에 오른 곳도 있다. 이들 기업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세탁을 한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곧 검찰의 추가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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