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재계 괴담 또 부나
11월 재계 괴담 또 부나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11-24 11:24
  • 승인 2014.11.24 11:24
  • 호수 1073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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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논란 홍역…기업들 ‘노심초사’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본지는 1년 전 [1019호-11월 재계괴담‘마약수사에서 성추행 의혹까지']제하의 기사를 통해 11월괴담을 조명한 바 있다.

당시는 마약에 손을 댄 재계 2, 3세들이 많았고, 국정감사에 성추행 사건 등이 불거져 재계가 어수선했다. 때문에 본지는 올 11월도 예의주시했지만 큰 사건 없이 11월 중반을 넘어서는 듯 보였다.

그러나 또 다시 재계 성추행설과 자금난 괴담이 주목되면서 11월 괴담이 또 다시 고개들고 있다.

연예계 괴담에 웃던 기업들…내부단속 나서
루머로 시작해 기업 수사로 이어질까 ‘걱정’

본지가 또 다시 11월 괴담을 접한 키워드는 ‘성추행'이다. 예년과 비슷하게 국정감사를 통해 일부 기업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홍역을 예고하더니 이달 들어선 묵었던 기업 내 성추행 사건까지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연예계 괴담보다 더 사실처럼 묘사되면서 해당기업을 압박할 정도다. 특히 SNS와 사내 통신망을 통해 해당 남녀의 사진과 개인실상이 함께 공개되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A기업의 경우엔 9시 이후 이성간 술자리는 팀장에게 보고하라는 암묵적 합의까지 도출됐다는 이야기도 회자된다. 이 기업의 경우 남성직원보다 여성이 많은 탓에 사소한 말 실수가 인사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종종 있어 더욱 주의한다는 것.

올 초에도 이 회사 팀장직원 B씨와 신입직원 C씨가 회식 자리서 주고받은 짙은 이야기(?)가 논란이 돼 두 사람 모두 회사를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이런 문제가 여성이 많은 기업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철강기업 D제철에서도 직원 간 불륜사건이 발생해 고위간부가 한직으로 물러나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10월엔 ‘쌤앤파커스 고위 간부 성추행'과 ‘중소기업청 계약직 여직원 자살'에 ‘게임물관리위원회 성추행 사건'이 불거져 해당 기업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캐디 성추행'과 전 검찰총장 등 고위관료들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당담자는 “오죽하면 이성과의 술자리를 팀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고, 9시 이후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에 여성이 동석하게 되는 경우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보니 동료와의 술자리가 아닌 접대용 회식 자리 느낌이 나 불편함이 많고,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형성된다"며 “업무를 풀자는 건지 서로 견제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말 특별사면과 관련된 루머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총수가 구속된 해당기업들이 앞다퉈 “아니다"라고 대응하지만 이마저도 소문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지적되면서 속앓이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총수가 구속된 E와 F기업 최고책임자가 청와대 G와 정권실세 H인사에게 줄을 되고 있다는 소문은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해당 기업 담당자는 “사면이 실시되면 그 수혜를 입을 첫 기업으로 주목되면서 부정여론이 더 많아졌다"며 “조용히 수감중이신 회장님께 누가 될까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자금난 괴담도 재계의 목줄을 죄고 있다. 가득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자금난 소문에 휘말려 휘청이는 중소·중견기업이 늘면서 동종업계의 줄도산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다. 

황당 괴담도 있어

믿기 어려운 소문도 퍼진다. ‘신문로의 저주'라는 제목으로 증권가 정보지와 SNS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내용인 즉 서울 광화문 신문로에 위치한 몇몇 재벌과 대기업이 휘청대면서 때아닌 괴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그 이유가 조형물 때문이라는 것. 

신문로에 위치한 조형물 ‘해머링 맨’이 주인공으로 우연하게도 주변에 있는 태광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우건설 등 기업과 사주들이 모두 곤욕을 치르거나 잇따른 악재를 맞고 있다.

이 철제 조형물은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르프스키의 작품으로 무게 50t에 빌딩 7층 높이와 맞먹는 키를 자랑하는데, 12년 동안 1분17초마다 오른손에 든 육중한 망치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고 있다.

그런데 이 망치질의 충격파 때문인지 해머링 맨 주변 신문로에 있는 재벌과 대기업이 휘청거리는 것 아니냐는 게 괴소문의 골자다.

대우건설의 경우 4대 강 사업 입찰담합 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건설업자 성접대 사건, 수천억 원대 분식회계와 세무조사, 대형 부실시공 의혹, 청와대 실세사칭 취업인사 비리까지 드러나 홍역을 앓았다.

태광그룹은 해머링 맨의 주인으로 그룹 최대 계열사인 흥국생명 본사 사옥을 신문로에 만들며, 사옥 앞에 해머링 맨을 세웠는데, 현재 오너인 이호진 회장이 1400억 원대의 횡령·배임 등의 수감된 상태다.

해머링 맨과 가장 가까운 이웃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은 채 30m도 떨어져 있지 않은데,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와 2008년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인수 이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비자금 수사 소식은 이젠 재계 괴담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워낙 많은 기업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총수 및 관련임원들이 조사를 받았고, 여전히 비자금 조성 의혹에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고속도로 휴게소 업계 1위인 대보그룹의 최등규(66) 회장이 대보정보통신 외에도 대보건설 등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130억원대 비자금을 추가로 조성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정보통신 분야뿐 아니라 건설사업 수주를 위한 정·관계 로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작은 소문 하나에도 냉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루머로 시작돼 검찰수사로 이어진 전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오너 일가와 관련된 루머는 그 근원지조차 파악이 어렵고, 회사 경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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