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단식 농성 당시 지지율 상승…전면에 나서야 산다!
당대표로 순항하면 대망론…중도하차 하면 정치생명 끝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대위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당내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문 비대위원이 출마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은 채 유보하고 있고, 친노계 내에서도 갑론을박 중이다. 여기에 비노계에서 불출마를 요구하면서 ‘문재인 당권 도전’은 야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출마 쪽에 무게추가 쏠렸다는 게 우세한 견해다. ‘친노계 해체 선언’ 발언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비노계가 ‘제2의 안철수’, ‘분당론’까지 거론하면서 불출마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가 출마설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배경에 친노계가 큰 그림을 그렸을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문재인 출마설’의 이면을 따라가 봤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대위원이 2ㆍ8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주장이 야권 내에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주로 친노계 사이에서다. 이후 비노계에서까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이들은 ‘친노 프레임’에 갇히면 차기 대선에서도 승산이 없다는 결론 하에 승부수를 던져야한다고 말한다.
호남 잡아라!
이낙연-문재인 연대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안팎에선 ‘친노 수장’으로 불리는 문 비대위원이 전면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비노계에서는 ‘불출마’ 요구를 계속적으로 지속하고 있다. 문 비대위원이 출마하면 당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 대안으로 ‘당권-대권 분리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제2의 안철수’를 막자는 취지지만 결과적으로 ‘비노계의 꼼수’로 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권, 이해찬 당권’ 담합 논란을 재현, ‘문재인 대권, 박지원 당권’을 노리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적잖다.
하지만 정작 문 비대위원은 이 문제에 대해 관망하고 있다. 문 비대위원이 출마에 무게를 둘지, 아니면 불출마에 무게를 둘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비대위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비대위에서 당을 우선 세우는 게 시급하다. 게다가 정기국회 중”이라며 “지금 할 일이 있고, 이 일이 끝난 다음에 전대가 있기 때문에 생각 자체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대 일정이 2월8일로 확정됐기 때문에 전당대회준비위가 여러 사항 논의해 결정하면 비대위에서 최종 의결할 텐데, 그런 시기에는 확실히 입장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나갈 생각이라면 그런 논의에서 빠지는 게 옳다. 그 시기엔 출마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비대위원이 고민하고 있지만 ‘출마’에 방점을 찍는 친노 인사들이 많다.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으면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어도 대통령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친노계파 해체 선언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던 것이다. 문재인 출마설에 대한 명분을 내세우고, 비노의 반격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친노계 한 인사는 “지지율이 10%대 후반에 머물고 있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개혁이 필요하다. 문 비대위원이 전면에 나서 당 혁신을 이뤄 20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대권 후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실제로 당권 도전을 통해 당 혁신과 함께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여기엔 친노계가 중심이 되어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대권주자들도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권에 나오려면 현 당대표나 최고위원을 그만두라는 얘기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대선이 몇 년 남았는데 지금부터 나오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문 비대위원이 당권 출마를 위한 물밑 움직임을 서서히 시작하고 있다는 말이 당내에서 나돌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을 잡기 위해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야당 당직자는 “호남의 경우 박지원 비대위원과 정세균 비대위원에게 유리한 지역이다. 친노인 문 비대위원이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당권을 잡더라도 대선 후보로까지 성장할 수 없다. 문 비대위원으로서는 호남을 잡아야만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야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전남도지사-문재인 연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처럼 문 비대위원의 출마설이 힘을 받자 “지난번 세월호 단식 이후 상한가를 친 그가 대선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의 단식 농성에 동참했던 문 비대위원은 지지율이 상승한 반면 세월호 정국과 멀어진 안철수 의원의 경우 지지율이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당 전면에 나서, 대권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희정, 차기냐? 차차기냐?
또한 친노 일각에서는 ‘출마설’을 강하게 열어둔 것을 안희정 충남지사와 연관짓기도 한다. 문 비대위원이 당권 도전에 실패하거나 20대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 따라서 문 비대위원이 당권을 잡아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어 나간다면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돼 대선 행보에 파란불이 켜진다.
반면, 문 비대위원이 20대 총선 패배 등으로 인해 부상을 당했을 땐 정치적 생명 역시 끝이다. 대선 후보를 잃은 친노계에서는 문 비대위원 대안으로‘안희정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야권 내에서 “친노계가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어, 문 비대위원 당권 도전 가능성에 군불을 떼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노계와 교감하는 한 인사도 “친노계에서는 큰 그림을 그리며 차기 대권을 바라보고 있다. 문 비대위원을 험난한 길로 내몰고 있는 그 이면에는 ‘안희정’이라는 보험용 인사가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차차기 도전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문 비대위원이 당권을 도전하는 과정이나 20대 총선 패배 등으로 인해 당대표로서 중도하차 한다면 안 지사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친노계는 ‘차기 대권 후보로 문재인이냐 안희정이냐’를 선택하기 위해 문 비대위원을 당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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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