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은데…” 품절되기 일쑤…성분 논란·끼워팔기 ‘눈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해태제과가 출시한 허니버터칩의 돌풍이 거세다. 한마디로 없어서 못 판다. 이를 기점으로 해태제과 실적 상승은 두말 할 것 없고 해태제과 기업공개까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을 정도다. 나아가 수입과자의 공세와 과다 포장으로 질소과자라는 오명까지 얻었던 국내 과자업체들까지 덩달아 신난 모양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기가 너무 많기에 어두운 면도 부각되고 있다. 사재기 후 중고 거래가 늘어났고, 성분 논란과 끼워 팔기 상술 등이 지적됐다. [일요서울]은 허니버터칩이 만들어낸 명과 암을 들여다봤다.
출시 3개월도 안 돼 100억 원대 매출 올려
인기 많아 일어난 품귀현상, 오히려 독 될까
지난 8월 출시한 허니버터칩은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기어코 허니버터칩은 이달들어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 전체 스낵류 매출 순위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연예인들의 본의 아닌 홍보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걸그룹 레인보우 멤버 정윤혜는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허니버터칩! 도대체 어디있는데요? 자꾸 얘기하니까 먹고싶잖아요. 나 너무 힘들다 휴”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가수 겸 배우 엄정화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 귀여운 꼬맹이 아역배우 정지훈 군이 전해준 요즘 핫한 과자”라고 전했다. 가수 소이, 배우 소유진, 가수 강민경 등 역시 “허니버터칩 한 봉지에 삶의 희망을 보았다”, “너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매력 발산 하지마! 나에게 제발 멀리 떨어져” 등의 글을 올리며 허니버터칩을 외쳤다.
이 모든 것이 홍보 효과로 나타나 소비자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원주 문막공장을 2교대에서 3교대 근무로 전환하고, 주말에도 쉬지 않은 채 가동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허니버터칩은 큰 인기로 각 점포마다 속속 품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주도 “허니버터칩은 들어온 날 품절되는 상품으로 점주들도 납품받기 힘들다”고 거들었다.
급기야는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을 직접 만들어 먹는 DIY 레시피도 등장해 화제를 모으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먹고는 싶은데 사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 “만들어 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허니버터칩 만들기 레시피는 비교적 간단하다. 마트에서 산 일반 감자칩에 버터와 꿀을 섞어 만들면 허니버터칩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해태제과는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다. 단순 실적만 보더라도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103억 원, 판매량 850만 봉지를 돌파했다. 통상적으로 식품업 신제품의 경우 월 매출이 10억 원만 달성해도 히트상품으로 불리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더불어 해태제과의 지분 85.2%를 보유한 최대주주 크라운제과는 지난 2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대비 7500원, 2.99% 오른 25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 한때 14% 이상의 강세를 보였고 6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이다.
이는 지난 4일 기록한 신저가 17만4000원과 대비해도 48.28% 올랐다. 동기간 시가총액은 2799억7000만 원에서 3691억1800만 원으로 900억 원 규모가 늘었다. 아울러 그간 연기됐던 해태제과 기업공개 시기 등도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 좋은 건 아냐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어두운 단면을 내놓기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먼저 사재기와 되팔기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 소비자들이 생겨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현상이 빚어진 가운데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비싼 가격에 매물로 등장했다. 게시판을 통해 거래되는 허니버터칩 매물의 가격은 봉지 당 2000원부터 편의점 판매가(1500원)의 3배가 넘는 5000원 대의 거래가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인데 “개인 간 거래라고 하더라도 부당이익을 취하는 것을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기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 더 부당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제품의 인기와 더불어 성분 함량에 대한 말도 많다. 해태제과는 제품 포장에 벌꿀 그림을 넣는 등 프랑스산 고메버터와 아카시아 꿀로 맛을 냈다는 점을 제품의 강점으로 내세워 인기몰이를 했다.
그런데 허니버터칩의 성분표에는 고메버터와 아카시아 꿀이 0.01%밖에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야기한 상태다. 허니버터칩의 성분표시에 따르면 제품에 들어간 허니버터맛 시즈닝 6.0%에는 국내산 아카시아꿀이 0.01%, 프랑스산 고메버터가 0.01% 함유됐다.
이 외의 성분은 결정과당, 백설탕, 버터혼합분말65(대두) 등 유사한 맛을 내는 성분들로 구성됐다. 허니버터칩 60g과 120g 한 봉지에는 고메버터와 아카시아꿀이 각각 0.36g과 0.72g밖에 함유되어 있지 않은 셈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논란도 인기가 높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는 해석이 많다.
판매처인 일부 편의점이나 마트들도 논란의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허니버터칩 한 봉지에 다른 스낵들을 끼워 파는 수법으로 매출을 올려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다른 과자들이 필요 없지만 허니버터칩을 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과자들이 포함된 묶음상품을 사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소비자는 “허니버터칩만 대량으로 판매하는 것도 아니고, 상술이 너무 지나치다”면서 “심지어 일부 매장에서 허니버터칩 한 봉지에 다른 과자 세 봉지까지 끼워서 판매를 하고 있는 모습은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예상이 많다. 해태제과도 공장 증설은 신중히 결정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으로 해태제과가 허니버터칩에 대한 논란들을 하나씩 지우고 국민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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