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만 불린 재벌 - 경동나비엔
자기 배만 불린 재벌 - 경동나비엔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11-24 10:17
  • 승인 2014.11.24 10:17
  • 호수 1073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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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 재산 불리고 지배 구조 강화하고…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경동나비엔(회장 손연호)을 살펴본다.
 
경동원과 3년 동안 2500억 원대 규모 매출  
사 측 “더 좋은 제품 만들기 위한 노력일 뿐”
 
경동나비엔은 총수 일가 사업체로 분류되는 경동원과의 내부거래율이 높아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감을 제공해 경동원이 덩치를 키우고, 동시에 총수 일가의 자산 증식과 지배구조 강화를 이루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경동나비엔은 올해 상반기만 경동원으로부터 488억 원의 컨트롤러 등을 구입했다. 2011년부터 따져봐도 각각 565억 원, 537억 원. 994억 원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난 3년간 거래 금액이 2544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두 회사가 처음 거래를 시작한 2009년부터 계산하면 3496억 원의 매출이 성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거래 금액이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 컨트롤러 실적을 감안했을 때 올해도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경동원은 경동나비엔 자회사 경동에버런 등과 거래를 통해서도 100억 원 수준의 실적을 올린다. 이를 바탕으로 경동원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751억 원, 163억 원 올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4%, 158.4% 증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동원은 보일러의 제어장치인 컨트롤러를 생산하고, 스마트폰·컴퓨터로 보일러 기기를 통제하는 보일러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경동나비엔이 보일러를 설치하고 나면 기기장치와 통제설비를 경동원이 납품하는 구조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총수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이 높다는 부분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총수 일가의 회사라는 점 때문에 거래가 훨씬 높은 것 아니냐”거나 “총수 일가로선 자산 증식과 지배 구조 확립의 구심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경동원은 경동나비엔의 지분을 50.51%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또 경동원은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인이 지분 88.86%를 가지고 있다. 
 
즉, 경동원은 경동나비엔의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로 경동티에스 등 국내외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지주사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꿩 먹고 알 먹고 
 
 
아울러 자연스럽게 경동원이 승승장구하면 손연호 회장 일가의 경영 기반과 재산 증식 과정이 단단하게 구축되는 것이다. 
 
더구나 손 회장은 경동나비엔 지분이 전혀 없고 오직 경동원을 통해 경동나비엔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손 회장은 부친인 고 손도익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 형제들과 계열분리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경동원을 지주사로 하는 경동나비엔을 차지한 바 있다. 
 
다만 경동나비엔 측은 두 회사의 거래가 일감몰아주기로 비춰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기 때문에 거래를 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면서 “경동원이 보유하고 있는 컨트롤러 기술이 여타 업체보다 월등해 거래를 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경동나비엔의 보일러와 호환하는 부분이나, 자체 기술력 등 모든 부분에서 경동원의 컨트롤러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일감몰아주기로 오해 받아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향후 움직임에 대해선 “우리 역시 경동원이 가진 기술이 국내 중소기업 등지에서 보급되고 발전하기를 바란다”면서 “만약 이러한 때가 온다면 경동나비엔 역시 더 좋은 보일러를 공급하기 위해 업체를 새로 선정할 수도 있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마지막으론 “매해, 매 분기마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모든 내용을 공시하는데, 만약 일감 몰아주기였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만히 있었겠나. 제조업을 너무 안 좋은 시각으로만 바라보면 경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도 전했다.  
 
한편 경동나비엔은 가정용 비전기식 조리 및 난방 기구 제조업체로 1978년 경동기계로 설립됐다.이후 경동보일러를 거쳐 2006년 지금의 상호로 변경됐다. 
 
주요 사업은 가스·온수·전기 보일러와 가스온수기 등의 제조 및 판매다. 관계사는 (주)경동에버런, (주)경동도시가스, (주)경동티에스, 북경경동나비엔열능설비유한공사, 나비엔아메리카 등이 있다.
 
특히 경동나비엔은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라는 광고로도 유명하다. 당시 농촌지역 경동보일러 주문량이 45% 증가하는 등 ‘효도 보일러’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였다. 
 
다만 효도 보일러라는 명성에 걸맞게 회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깨끗이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연말 경동나비엔의 지상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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