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무풍지대 흔들…신제윤 거취도 관심
[일요서울|김나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수현 전 원장을 보내고 진웅섭 신임 원장을 맞이하면서 새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8일 급작스러운 사임 의사를 밝히며 그간 불거졌던 사퇴설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기에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최연소 금감원장으로 전격 임명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금융당국 2기 시대를 열게 됐다.
최 전 원장의 원래 임기는 3년으로 이제 1년 8개월 남짓을 채웠을 뿐이다. 사실상 경질이나 마찬가지라는 대내외의 추측을 확신으로 탈바꿈시키는 요소다. 금융권에서는 최 전 원장이 박근혜 정부가 처음으로 임명했던 감독당국 수장이었던 만큼 설왕설래로 바빴다.
가장 많이 꼽히는 사퇴 이유는 역시 올해를 장식한 KB금융 사태다.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터진 것이다. 결국 지난 9월 회장과 행장이 모두 물러나는 초유의 사건으로 번졌고 KB금융은 더할 수 없는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이때 금감원은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 등 KB금융에 대한 징계를 두고 6개월 내내 갈팡질팡했다. 그것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경징계로 결정한 안건을 최 전 원장이 중징계로 뒤집으며 파문이 확산됐다. 최 전 원장이 신제윤 금융위원장보다 자주 사퇴설에 거론된 것도 이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앞서도 금감원은 올해 초 1억 건에 달하는 카드3사 고객 정보유출이나 지난해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를 겪으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여왔다. 게다가 1조8000억 원대의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에 금감원 간부가 연루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체면을 구겼다.
결과적으로 최 전 원장이 감독당국 수장으로서 책임을 모두 지고 물러나는 형태로 귀결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최 전 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연이은 금융사고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앞으로는 후진적인 금융사고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고로 훼손된
감독당국 신뢰 회복할 것”
하루 만에 최 전 원장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이다. 최 전 원장의 사퇴와 동시에 임명된 진 원장은 다음 날인 19일 취임식을 갖고 금융사고들로 훼손된 금융산업과 감독당국에 대한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할 것을 다짐했다.
이러한 진 원장의 이력은 다소 이색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9년생인 진 원장은 경북 포항 동지상고를 중퇴한 후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7급으로 국방부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건국대 법학과에 입학한 뒤 재학 중 행정고시 28회에 합격했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다시 진 원장은 재무부 이재국, 재정경제부 장관실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기획과장,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모피아지만 비주류로 분류되는 진 원장에 대한 평가는 매우 우호적인 편이다.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2월로 임기가 1년으로 한정된 자리임에도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는 분위기다.
이제 최연소 금감원장이 된 진 원장은 조용한 개혁을 천명했으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인사태풍이 어떻게 번질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이미 최종구 수석부원장은 진 원장보다 행정고시 선배라는 이유로 바로 다음 날인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부원장은 KB 사태와 관련한 징계 문제로 최 전 원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또 조영제 부원장도 최 수석부원장처럼 스스로 물러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부원장은 최근 장녀 혼사 축의금 문제로 물의를 빚으면서 금융권의 구설수에 올랐다. 통상적으로 금감원은 신임 원장이 취임한 직후 임원들의 일괄 사표를 받아 선별적으로 수리했기 때문에 조 부원장 역시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감원의 이 같은 변화는 상위기관인 금융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새 자리에 거론되는 인사들 중 금융위 출신도 물망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제윤 위원장은 최 전 원장과 같이 사퇴설에 오르내렸던 만큼 다시 한 번 거취에 대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부정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모든 걸 지고 가는 형태가 됐기 때문에 신 위원장의 거취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신 위원장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발언에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곧바로 물러나는 등 상당히 건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