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매매를 둘러싼 진실
신생아 매매를 둘러싼 진실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11-24 09:58
  • 승인 2014.11.24 09:58
  • 호수 1073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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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웃고 옹알이 잘하는 아기 100만 원에 드려요”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신생아 6억 원에 넘기려다 검거… 징역 6년 선고
 입양기관 통하기 힘든 사람들 인터넷으로 몰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 7월 대전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6억여 원에 팔아넘기려던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어린이집 원장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이같은 인터넷을 통한 불법 신생아 입양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친모에게 사실을 숨긴 채 신생아를 매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아이를 낳고 매매하는 경우도 있다. 신생아 매매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요서울]은 신생아 매매의 충격적인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40·여)씨는 지난 7월 웹 사이트에서 A씨가 올린 “브로커를 통해서라도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글을 보고 A씨에게 접촉했다. 그리고 김 씨는 지난 7월19일 부산의 어느 산부인과에서 미혼모 정모(21·여)씨의 생후 이틀된 딸을 경남 진주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이후 김 씨는 당초 5000만 원에 신생아를 입양하겠다는 A씨를 “남편이 딸의 입양을 반대한다”는 핑계로 6억5000만 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김 씨는 신생아를 매매하는 현장에서 A씨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다. 조사결과 방송작가인 A씨는 신생아 매매 현장 취재를 위해 고의로 김 씨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친모가 잠시 맡긴 아기
몰래 빼돌리려다 검거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정 씨가 산후 조리 기간 동안 아기를 봐달라고 맡긴 것을 이용해 아기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자신의 딸이 매매될 뻔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에게 연락했을 때 울면서 찾아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몹시 놀란 상태였다”고 말했다. 현재 아기는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친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 씨는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인터넷을 이용한 신생아 매매는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엄연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돈으로 아기를 사고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처럼 중간 브로커가 신생아를 빼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친모가 직접 자신의 자녀를 거래하는 경우도 있어 충격을 준 바 있다. 주로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는 미혼모가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보통 100만~200만 원 사이로 신생아를 거래한다. 지난해 신생아 매매 현장을 보도한 모 방송에서 미혼모들은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넘기겠다고 판매자와 연락을 취한 뒤 “옹알이도 잘하고 잘 웃는다”고 아기를 소개했다. 그리고 돈을 건네받고 바로 아기를 넘겨줬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일까.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대형 웹 사이트나 미혼모 커뮤니티를 통해 매매 글이 올라온다고 한다. 그러나 취재진이 직접 포털사이트에서 ‘신생아 매매’, ‘신생아 입양’을 검색한 결과 관련 내용의 언론 보도와 그에 대한 글만 보일뿐 정말 매매를 한다는 글은 찾을 수 없었다. 미혼모, 불임부부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입양에 관한 고민 글, 문의 글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매매에 대한 글을 찾을 수 없었다. 계속되는 언론보도와 경찰조사로 인해 공개된 공간에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해당 커뮤니티들은 입양 글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어린이집 원장 김 씨의 신생아 매매 사건 이후 유입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회원 가입을 할 수 없게 막아놓은 커뮤니티도 있었다.

불법으로 데려온 아기
학대·방치 사망하기도

지난해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신생아 매매는 직접 사고파는 사람 외에도 중간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들은 100만 원부터 많게는 몇 천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를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아기를 데려오는 사람이 산후조리원을 예약하고 거짓 임산부 행세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심지어 브로커들은 아기를 원하는 측에 원하는 성별과 혈액형까지 맞춰준다고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돈을 주고 아기를 거래하다보니 입양된 아기를 둘러싼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입양된 아기를 학대한 뒤 병원에 9차례나 입원시켜 보험금을 타낸 부모가 있는가 하면, 생후 12개월된 아기를 방치했다가 그대로 숨지게 한 사례도 있다. 이들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입양된 아기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불법으로 아기를 입양하는 것일까. 인터넷에서 아기를 입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합법적인 절차로는 입양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미혼모들 또한 정식입양 절차에 필요한 서류 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기 친부와 연락이 끊긴 미혼모, 또는 부모에게 임신·출산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미성년자들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아이를 입양보내기 위해서는 아기 친부의 입양동의서가 필요하고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입양을 원하는 쪽도 정식 기관을 통해서는 경제력 등 자격미달로 인해 입양이 힘든 사람들이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자격이 없어도 입양을 보내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인터넷으로 몰려든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입양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정식 기관을 통하지 않고서도 친부모와 양부모가 합의하에 입양이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금전적인 대가다. 아기의 몸값을 건네지 않는다고 해도 입양을 하는 측에서 미혼모에게 병원비, 산후조리원 비용 등을 지원해준다면 이 역시 불법이다. 그러나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미혼모들에게는 병원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100만~200만 원의 거래비용은 미혼모들의 병원비용으로 사용된다. 이는 대부분 주고받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입양은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불법 입양, 신생아 매매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적발된 사람들만 처벌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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