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최근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을 일으켰다. 사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보편적 복지’라는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낮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실시한 출산 축하금·장려금도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출산장려정책 축소가 정책문제가 아니라 지자체 예산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인천·대전·경북 줄줄이 출산관련 예산 축소
축제로 망하는 지자체들, 우선 순위 따져야
지난 10월 7일 출산을 한 김포에 사는 김모씨는 15일경 집 근처 주민자치센터에 출생신고를 했다.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출산축하금도 지급된다며 은행계좌정보 기입을 요청했고 김씨는 흔쾌히 계좌번호를 적어줬다. 하지만 11월 중순쯤 김씨는 시청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예산 부족으로 출산축하금을 12월말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문자를 받은 김씨는 황당했다. 5만원 밖에 되지 않는 출산축하금을 예산이 없어 못 준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포시, 11월 축하금
3780만 원 미지급
취재결과 김포시청은 현재 11월분 출산축하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출산축하금 등으로 배정된 올해 예산을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10월에 출산축하금을 신청하고 11월에 받지 못한 사람은 300여명으로 금액은 총 3780만 원이다. 11월에 신청해 12월에 받는 사람까지 추가한다면 두 배가량 늘 전망이다.
현재 김포시청은 첫째아이와 둘째아이는 각각 출산축하금 5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셋째아이는 출산축하금 100만원과 건강보험가입비를 지원한다.
김포시청이 올해 출산축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이유는 부족한 재정도 문제지만 전입 인구와 출산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포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김포시청은 전년대비 전입인구는 11%, 출산인구는 19% 증가했다.
한편 김포시청 관계자는 미지급된 출산축하금은 “종말추경예산을 편성해 12월 말에 일괄지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인천시, 출산장려금
폐지·축소키로
지자체의 재정문제는 김포시 뿐 만이 아니다. 이웃해 있는 인천은 더욱더 심각한 상황이다. 그 결과 인천시는 최근 재정난으로 출산장려금을 폐지 또는 축소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재정 부족으로 지난 16일부터 둘째아이 출산장려금 지급을 중단하고 앞으로 ‘둘째아이 출산장려금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셋째아이 출산장려금도 내년부터 가구당 3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인천시는 셋째아이의 경우 지난 11월 7일 이전 출생아에 대해서만 출산장려금을 주고 7일 이후에 출생한 셋째아이에 대해서는 내년 초에 소급 지급하기로 했다.
인천시가 현재 셋째아이 출산장려금으로 확보한 예산은 32억 6100만 원이다. 그러나 올해 미지급한 26억1000만 원을 제외하면 내년도 순수 셋째아이 출산장려금 예산은 6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 부족할 확률이 높다.
이에 따라 셋째아이 출산장려금도 내년 상반기까지만 지급이 가능한 상태여서 셋째아이 출산장려금도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사실 인천시 지난 2012년 4월 공무원 급여 20억 원을 체불하기도 했다. 6,000여 명의 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복리후생비였다. 다행히 담배소비세 150억 원이 들어와 밀린 수당을 모두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인천의 재정이 특별히 더 나아지진 않았다.
대전·경북도
관련 예산 줄여
대전시와 경상북도도 내년도 출산장려금을 아예 폐지하거나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경상북도는 내년도 출산장려금 예산을 23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올해 28억 원보다 17.8%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의 경우 둘째아이 출산장려금으로 한 달 5만 원씩 1년, 셋째아이 출산장려금으로 10만 원씩 1년 동안 지원하던 것을 내년에는 둘째아이 이상 출산장려금으로 5만 원씩 1년 동안만 지급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출산장려금 예산 감축 등은 출산 가정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대전시도 출산장려금 예산을 올해 30억6000만원보다 1.9% 줄어든 30억 원으로 감축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지자체 재정이 점점 열악해지는 형편이다.
특색 없는 축제
무분별한 사업 추진
지방 재정이 약화된 데는 무분별한 개발사업과 함께 넘쳐나는 축제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준비와 조직위원회 운영비 지원으로 복지 예산마저 대폭 삭감했다. 그런데 최근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성과급 잔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는 최근 직원 400여명 전원에게 텔레비전과 세탁기,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을 지급했다. 대회 운영에 필요한 가전제품을 후원사로부터 50여억원어치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실제 구매액이 계약 금액에 미치지 못해 예산이 남아돌자 직원들에게 가전제품을 사준 것이다.
또 일부 직원들은 대회가 끝난 뒤 후원 항공사로부터 항공권을 후원 받아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위는 또 전체 직원에게 휴일근무수당 명목으로 직급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225만원씩 지급하고, 계약직 직원 상당수의 계약기간을 1∼2개월 연장해줬다. 당초 예산이 남았다면 정산 후 반납하는 게 상식이지만 조직위는 직원들을 위해 잔여 예산을 써 버린 것이다.
무분별한 축제도 지자체 재정이 악화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지방의 각 지자체는 셀 수없이 많은 축제들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최하는 축제들마다 모두 흑자를 내는 상황도 아니다. 같은 기간 동안 전국에는 너무나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또 축제 아이템도 겹치다 보니 축제가 즐겁기는커녕 오히려 볼 것 없는 축제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매년 ‘문화관광축제’를 선정해 6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선정대상 축제만도 40개에 이른다. 따져보면 한 축제 당 1억 5천만 원이 지원되는 꼴이다. 이마저도 지원받지 못하는 축제들은 자체적으로 행사 예산을 준비해야 하지만 지난해나 올해 경제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쓸데없는 축제로 지자체 예산만 축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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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