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장애자도 강간미수 혐의 ‘실형’
발기부전’ 장애자도 강간미수 혐의 ‘실형’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11-24 09:54
  • 승인 2014.11.24 09:54
  • 호수 107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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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지 못한 욕망…결국 범죄로

  현직 경찰이 상담 온 여성 유인 성폭행 시도
 “성욕 해결 못하는 남성들의 스트레스가 원인”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현직 경찰이 범죄 피해를 상담하기 위해 찾아온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발기부전이기 때문에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발기부전이라도 성욕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남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발기부전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법정에서 자신이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일요서울]은 이 같은 사례들을 찾아보고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다.

지난해 2월 30대 여성 A씨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상담하기 위해 현직 경찰 이모(50)씨를 찾았다. 두 사람은 몇 년 전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가 알게 된 사이였다. 이 씨는 A씨가 찾아오자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인근 식당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이 씨는 터미널 역 앞까지 데려다주겠다며 A씨를 차에 태운 뒤 인적이 드문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팔당댐 인근까지 데려갔다. 이 씨는 차 문을 잠근 뒤 조수석에 올라가 A씨의 바지를 벗겨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

“성관계 불가능…
5년 이상 관계없었다”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 씨는 재판 과정에서 “오래된 당뇨병과 말기신부전증으로 인해 발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성관계가 불가능하다”며 “5년 이상 성관계한 사실이 없다. A씨를 성폭행할 의사는 전혀 없었고 단순한 스킨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지난 18일 이 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발기부전이라 하더라도 성욕 자체가 없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강간의 고의를 가지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며 “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 신체적 접촉 내용, 범행 전후 피고인의 언동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처럼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사례는 자주 발생한다. 지난 5월 전주지법은 7세 아동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80대 노인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이웃에 사는 7세 여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성폭행을 하려 했으나 발기부전으로 미수에 그친 혐의였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집 근처에서 만난 여성에게 김치 맛을 보라며 유인해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7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일도 있다. 김모(73)씨는 자신의 집 앞 의자에 앉아 있던 C(75·여)씨에게 “김치를 담갔는데 맛 좀 봐달라”고 유인해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게 한 뒤 강간을 시도하다가 발기부전으로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발기부전 증세가 있다고 범정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가 들통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0대 장애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원모(68)씨는 발기부전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며 법원에 진료기록부를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병원 측에 원 씨의 성기능 장애 여부에 대한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정상적 발기라고 판정하기는 어렵지만 성교가 이뤄질 수 있을 정도로 관찰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원 씨가 제출한 진료기록부는 신체감정 없이 진술만으로 받아낸 것이었다. 이에 원 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동시에 병원 신체감정 비용 239만 원도 부담하게 됐다.

그러나 발기부전을 주장하는 가해자들이 모두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송모(당시 9세)양을 6년에 걸쳐 여러 차례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노인 서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발기부전 증세를 인정한 결과였다. 당시 재판부는 “서 씨가 심한 발기부전 증세가 있고, 고령인 점을 비춰볼 때 성폭행을 했다는 송 양의 진술은 진실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성기능 장애가 모두
성욕감퇴로 이어지지 않아”

일반적으로 발기부전은 성욕 감퇴로 이어진다고 알려진다. 그래서 왜 발기부전을 가진 남성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발기부전을 겪는 남성들 모두가 100% 성욕 감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D비뇨기과에서 근무하는 모 전문의는 “발기부전이 성욕감퇴로 이어지는 이유는 남성의 스트레스나 자신감 하락 등 개인적 사유”라며 “자신감의 문제 등이 없다면 발기부전을 겪어도 성욕은 여전히 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욕은 많은데 해결할 수 없다보니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이 생기는 것 같다”며 “발기부전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계속된 (발기부전으로 인한)스트레스가 폭력성을 띠게 되는 경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바라보는 누리꾼들은 ‘한심하다’고 입모아 말한다. 신모(31)씨는 “성범죄까지 저지르면서 살고 싶은지 정말 한심하다”면서 “발기부전을 이유로 형량이 적은 것이 문제다. 그러다보니 성기능장애가 없는 멀쩡한 사람도 발기부전이라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강모(28)씨는 “성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똑같다”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모두 한심하다”고 말했다.

김모(29·여)씨도 “발기부전을 가진 남성이 약물까지 복용하면서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면서 “성기능장애는 성범죄와 연관이 없지 않다. 혹여나 재판부가 발기부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거나 형량을 낮게 선고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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