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커진 조직’ 아닌 사고 예방·대응전략 키워라
‘머리만 커진 조직’ 아닌 사고 예방·대응전략 키워라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11-24 09:48
  • 승인 2014.11.24 09:48
  • 호수 1073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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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리즈9> 개편된 정부조직법 바라보는 시선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박근혜 정부가 국민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을 개편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현장 대응 역량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기존 조직을 정비하고 통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기존 조직이 없어지고 분산돼 있던 조직이 합쳐지는 만큼 새 조직의 구성원들이 원활하게 호흡을 맞추기 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다.

영입한 민간전문가 기존 조직원과 융화 가능할지 걱정
장·차관은 군 출신, 잘못했다간 조직간 엇박자 날 수도

국민안전처는 과거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등이 통합돼 만들어졌다. 총 19국 62과에 1만375명이 근무하는 거대 조직이다. 조직규모 면에서 경찰청,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국세청 다음으로 크다.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를 두고 안전관리와 방재 기능을 각각 이어받은 안전정책실, 항공·에너지·화학·가스·통신 등 특수 재난에 대응하는 특수재난실 등으로 구성됐다.

기대와 우려 한 몸에

국민안전처는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재 국민안전처는 정부서울청사 일부와 인근 이마빌딩을 업무공간으로 확보하고 있다. 해양경비안전본부 조직은 인천 옛 해양경찰청 청사에 그대로 남아있다. 다만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 등 일부 간부 사무실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됐다. 재난현장 대응이 강조되다 보니 국민안전처 조직 역시 전국에 점점이 퍼져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는 자칫 업무 통합 미비로 연결될 여지가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국민안전처 신설과 함께 사무실이 서울과 세종 중 어디에 들어설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세종청사로 가야 옳다. 국민안전처는 국무총리 소속이고 총리실이 정부세종청사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서울에 자리를 틀었다. 원래 소방방재청은 다음달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 국세청 등과 함께 세종시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안전처가 서울에 눌러앉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선거철이 되면 분명 이전 문제가 또 나올 확률이 높다

장관 내정자 리더십 필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의 리더십이 각별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민안전처의 경우 분산돼 있던 조직이 합쳐진 만큼 하루빨리 조직원 간 화학적 통합을 이루고 지휘 체계를 확고히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여겨 볼 점은 재난관리를 전담할 국민안전처 장·차관에 모두 군 출신이 내정됐다는 점이다. 풍부한 작전경험과 조직적 지휘체계 경험을 고려한다면 적절한 인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관은 해군사관학교, 차관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경쟁관계였던 이들이 조화롭게 화합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각도 많다. 특히 일각에서는 군, 소방, 해경 조직이 각자 자기 차관을 중심으로 상호 간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군 특유의 경직성이 유연함이 필요한 조직문화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안보와 안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재난 대응체계 설계 누가?

이런 가운데 국민안전처가 제대로 된 재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도 많다.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 졌지만 오히려 관리감독 권한을 중앙에 너무 집중시켜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군, 해경, 소방인력이 모이다 보면 자칫 각자 따로 움직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군인 출신이 장관과 차관에 앉아 있다 보니 국회 관련 업무나 법률 정비 등 행정을 이해하고 총괄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군인인 만큼 사건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응은 빠를지 몰라도 예방 전략 수립 등 국가 재난대응체계를 설계하는 분야에는 취약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결국 국민안전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직군별 이기주의, 조직 융합의 어려움, 업무 갈등 등을 해결해야 한다.

이밖에 현장 중심이 아니라 ‘머리만 굵어지는’ 조직 개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통 재난이 발생하면 초동 대응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게 돼 있다. 결국 지자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공조하는 게 재난 대응의 성공의 열쇠다. 그런데 신설되는 국민안전처에는 지자체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만한 인재가 없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장관 자리 하나 더 생긴 것에 불과하다” “담당 부서를 하나로 모았으니 머리만 커진 게 아니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국민안전처 정착 여부는 이러한 비판 여론을 얼마나 빨리 잠재울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전문가 중심 조직 지향

다행인 점은 국민안전처가 전문가 중심의 행정조직을 지향하기 위해 간부직을 외부에 적극 개방하기로 한 점이다. 국민안전처는 실국장급 직위의 20%, 과장급 직위의 19.4%를 민간인이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실국장급 및 과장급 직위 개방 비율 20%는 정부조직법과 국가공무원법이 허용하는 상한선이다. 국민안전처 소속 책임운영기관까지 포함하면 실국장급은 25%, 과장급은 20.9%를 개방형 직위로 운영한다.
특히 신설되는 특수재난실은 유해화학물질과 원자력 등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재난 분야를 담당할 예정이어서 민간 전문가나 타 부처 파견 전문인력으로 구성, 전문가 중심 ‘재난 브레인’ 조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타 부처 소속 재난 전문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공직사회 내 공모직위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늘어난 인력은 타 부처나 자치단체 소속 재난분야 현장 전문가로 충원, 그동안 재난안전 대응에서 약점으로 지적된 현장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국민안전처는 안전담당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관련부처와 협의하기로 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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