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금감원…최수현 가고 진웅섭 왔다
바뀌는 금감원…최수현 가고 진웅섭 왔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11-21 09:43
  • 승인 2014.11.21 09:43
  • 호수 1073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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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방치원’ 오명 벗기 프로젝트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수현 전 원장을 보내고 진웅섭 신임 원장을 맞이하면서 새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8일 급작스러운 사임 의사를 밝히며 그간 불거졌던 사퇴설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기에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최연소 금감원장으로 전격 임명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금융당국 2기 시대를 열게 됐다.

애증의 KB, 사임 단초돼조용한 개혁 가능할까
금융당국 무풍지대 흔들신제윤 거취도 관심

최 전 원장의 원래 임기는 3년으로 이제 18개월 남짓을 채웠을 뿐이다. 사실상 경질이나 마찬가지라는 대내외의 추측을 확신으로 탈바꿈시키는 요소다. 금융권에서는 최 전 원장이 박근혜 정부가 처음으로 임명했던 감독당국 수장이었던 만큼 설왕설래로 바빴다.

가장 많이 꼽히는 사퇴 이유는 역시 올해를 장식한 KB금융 사태다.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이 터진 것이다. 결국 지난 9월 회장과 행장이 모두 물러나는 초유의 사건으로 번졌고 KB금융은 더할 수 없는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이때 금감원은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 등 KB금융에 대한 징계를 두고 6개월 내내 갈팡질팡했다. 그것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경징계로 결정한 안건을 최 전 원장이 중징계로 뒤집으며 파문이 확산됐다. 최 전 원장이 신제윤 금융위원장보다 자주 사퇴설에 거론된 것도 이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앞서도 금감원은 올해 초 1억 건에 달하는 카드3사 고객 정보유출이나 지난해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를 겪으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휩싸여왔다. 게다가 18000억 원대의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에 금감원 간부가 연루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체면을 구겼다.

결과적으로 최 전 원장이 감독당국 수장으로서 책임을 모두 지고 물러나는 형태로 귀결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최 전 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연이은 금융사고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다앞으로는 후진적인 금융사고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고로 훼손된
독당국 신뢰 회복할 것

하루 만에 최 전 원장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이다. 최 전 원장의 사퇴와 동시에 임명된 진 원장은 다음 날인 19일 취임식을 갖고 금융사고들로 훼손된 금융산업과 감독당국에 대한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할 것을 다짐했다.

이러한 진 원장의 이력은 다소 이색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9년생인 진 원장은 경북 포항 동지상고를 중퇴한 후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7급으로 국방부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건국대 법학과에 입학한 뒤 재학 중 행정고시 28회에 합격했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다시 진 원장은 재무부 이재국, 재정경제부 장관실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기획과장,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모피아지만 비주류로 분류되는 진 원장에 대한 평가는 매우 우호적인 편이다.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2월로 임기가 1년으로 한정된 자리임에도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는 분위기다.

이제 최연소 금감원장이 된 진 원장은 조용한 개혁을 천명했으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인사태풍이 어떻게 번질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이미 최종구 수석부원장은 진 원장보다 행정고시 선배라는 이유로 바로 다음 날인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부원장은 KB 사태와 관련한 징계 문제로 최 전 원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또 조영제 부원장도 최 수석부원장처럼 스스로 물러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부원장은 최근 장녀 혼사 축의금 문제로 물의를 빚으면서 금융권의 구설수에 올랐다. 통상적으로 금감원은 신임 원장이 취임한 직후 임원들의 일괄 사표를 받아 선별적으로 수리했기 때문에 조 부원장 역시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감원의 이 같은 변화는 상위기관인 금융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새 자리에 거론되는 인사들 중 금융위 출신도 물망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제윤 위원장은 최 전 원장과 같이 사퇴설에 오르내렸던 만큼 다시 한 번 거취에 대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 내부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부정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모든 걸 지고 가는 형태가 됐기 때문에 신 위원장의 거취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신 위원장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발언에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곧바로 물러나는 등 상당히 건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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