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노켐·귀뚜라미홈시스 등 수천억 잉여금 보유
사실상 개인회사…사 측 “내부 파악 안 된 상태”일축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 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귀뚜라미그룹(명예회장 최진민·사진)을 살펴본다.
귀뚜라미그룹은 자회사 간 높은 내부거래율 때문에 지적을 받는다. 특히 나노켐과 귀뚜라미홈시스가 대표적인데, 두 회사 모두 최진민 명예회장 일가가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나노켐은 보일러 관련 부품의 제조 및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지난해 나노켐 전체 매출이 530억 원이다. 그런데 전체 매출의 89.4%에 해당하는 474억 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474억 원 중에서는 모회사인 귀뚜라미가 450억 원가량의 일감을 줬다. 과거의 내부거래 비중 역시 2010년 92.3%, 2011년 89.1%, 2012년 88.2%로 다를 바 없었다.
지배구조는 총수 일가가 전체 지분의 45.27%를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귀뚜라미가 31.38%, 귀뚜라미 문화재단이 23.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로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다.
귀뚜라미홈시스도 내부거래가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 72억 원 가운데 41억 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귀뚜라미홈시스는 보일러, 에어컨 등을 유통하는 홈인테리어 사업이 중심이었으나, 이달을 기점으로 홈인테리어 사업을 철수하고 온수매트 등 냉난방관련 용품 판매사업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귀뚜라미홈시스의 지분은 최진민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총수 일가 지분이 61.96% 수준에 달한다. 귀뚜라미 문화재단이 21.34%, 귀뚜라미가 16.7% 지분을 갖고 있다. 여러모로 나노켐과 닮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회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린 뒤, 총수 일가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전자공시에서 기업 지분 구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이러한 지적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 총수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은 배당을 통해 언제든지 주머니를 채울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 나노켐과 귀뚜라미홈시스의 경우 내부거래 매출로 쌓아놓은 이익잉여금 규모가 상당하다.
나노켐은 이익잉여금이 2011년 1579억 원, 2012년 1651억 원, 2013년 1734억 원으로 늘어가는 추세다. 귀뚜라미홈시스 역시 2011년 2434억 원을 시작으로 2012년 2549억 원, 2013년 2629억 원 등 한 해 매출의 수십 배 가까운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귀뚜라미그룹은 경영권 유지하는 방법도 보통의 경우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내부거래 지적이 끊임없는 나노켐과 귀뚜라미홈시스는 총수 일가의 경영기반의 중심이다. 재단을 출범하고 그룹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이용, 직간접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모습도 보인다.
경영권은 누구에게?
나노켐은 귀뚜라미랜드(20%), 신성엔지니어링(29.65%), 센추리(11.31%), 대구방송(13.05%), 귀뚜라미센추리실업유한공사(35.89%)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귀뚜라미홈시스는 모회사 귀뚜라미(15.81%), 센추리(40%), 귀뚜라미센추리실업유한공사(33.81%), 대구방송(3.34%), 닥터로빈(33.7%)의 지분이 있다.
귀뚜라미문화재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그룹 지주사격인 귀뚜라미 지분 15% 가량 보유하고 있다. 귀뚜라미홈시스와 나노켐 지분도 각각 23.35%, 21.34% 가지고 있다. 모두 귀뚜라미그룹의 핵심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배구조에서 귀뚜라미문화재단이 상당한 위치에 올라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귀뚜라미문화재단은 최진민 명예회장이 토지와 현금과 지분을 출연하고 귀뚜라미 등 계열사 지분을 출연해 출범했다. 운영재원은 해마다 귀뚜라미 등으로부터 수억 원대 현금을 받고 있다.
정리해보면 최진민 명예회장은 귀뚜라미와 귀뚜라미홈시스, 나노켐 지분을 직접 쥔 상태에서 문화재단을 통해서도 지분을 간접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형상이다.
그의 부인으로 알려진 김미혜 이사장도 그룹의 또 다른 재단인 귀뚜라미복지재단을 관할하고 있다. 귀뚜라미복지재단은 ▲닥터로빈 ▲센추리 ▲ 대구방송 ▲에스앤에스 등의 그룹 계열사 일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귀뚜라미복지재단 역시 최진민 명예 회장으로부터 현금과 계열사 지분을 출연 받아 출범했다. 귀뚜라미 계열사로부터 나오는 현금이 운영 재원이며, 대구방송에서 배당금 수익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귀뚜라미그룹 측은 내부거래나 지배구조와 관련해 회사 내부도 파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내부거래가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자체적으로 정확히 파악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답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분 구조 역시 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총수 일가와 관련된 사항은 답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편, 귀뚜라미그룹은 1962년 창립한 가정용 보일러 제조업체 귀뚜라미를 모태로 발전했으며 보일러 업계에서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총수인 최진민 명예회장은 슬하에 2남3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 성환씨가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 받아 귀뚜라미 경영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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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