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색 나눔, 사회공헌이 바뀐다
재계 이색 나눔, 사회공헌이 바뀐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11-17 11:04
  • 승인 2014.11.17 11:04
  • 호수 1072
  • 2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 내고 사진 찍는 건 구식…재미·의미를 동시에

걷기만 해도 기부금이 쌓여 ‘건강계단’ 등장
현대차·SK 등 10대 그룹은 ‘재능기부’ 중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재계 각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전담조직을 설치해 기부할 곳을 선정, 후원하는 형식을 벗어나 재미와 추억까지 선사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재능 기부다. 일방적인 기부를 넘어 양 방향 소통의 창구가 되어주고 있다는 평이다. 아울러 자신들의 고객들과 함께 하는 참여형 기부도 각광을 받는다. [일요서울]은 기업들이 행하고 있는 ‘진화’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사회공헌 활동은 더 이상 선심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부하고 사진찍고 끝나는 형식을 파괴하고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나아가 대중의 의식이나 생활방식 또는 가치관까지 파악해 나간다는 평가다.

일례로 대성산업이 운영하는 디큐브백화점과 신도림역이 연결되는 지하2층에는 걷기만 해도 기부금이 쌓이는 이색계단이 있다. 이는 대성산업과 서울시 구로구가 손잡고 지난 8월 조성한‘걸으며 기부하는 건강계단’으로, 계단을 걸으면 1인당 10원씩 기부금이 자동으로 적립된다. 계단이용자 수에 따른 기부금은 대성산업이 후원해 연말에 구로희망복지재단에 기부한다.

윤순용 디큐브백화점 이사는 “쇼핑도 하고 소외된 이웃에 나눔도 실천할 수 있는 포인트 기부 캠페인에 많은 고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며 “디큐브백화점도 3년 새 서남부를 대표하는 유통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다방면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또 온라인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창립 15주년을 맞아 전직원의 걸음수만큼 소외이웃 기부금을 적립하는 이색 나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창립 15주년 기념 직원체육대회 때 전 직원 150여 명이 만보기를 착용하고 한 걸음당 15원을 적립해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하루 직원들은 총 33만여 걸음을 걸은 것으로 집계돼 총 500만 원을 소외계층에게 교육장학금, 교육상품 등의 형태로 기부하기로 했다. 두 기업 모두 ‘걷는 것’으로 이웃들에게 따뜻함을 선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엔제리너스커피는 오리인형 판매 수익을 기부하는 새로운 형태의 참여형 나눔 페스티벌 ‘2014 해피덕 레이스’로 사회공헌을 실천했다. ‘해피덕 레이스’는 장난감 오리가 강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이색 이벤트다. 아울러 ‘해피덕 레이스’ 경품으로 300만 원 상당의 제품교환권을 제공하고 콜라보레이션 대형오리를 매장에 전시해 해피덕 레이스 홍보활동을 펼치는 등 고객과 함께 다방면으로 행사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제품 구매와 함께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착한소비’를 활용한다. 뚜레쥬르의 ‘착한빵’은 구매를 통해 판매액의 일부가 기부로 이루어지는 제품으로 착한빵 2개가 팔리면 1개의 단팥빵을 아동양육시설에 기부하는 개념으로 운영된다. 제품은‘쫀득쫀득녹차콩떡'과‘쿨녹차브레드' 2종이다. 뚜레쥬르는 이번‘착한빵’ 2종 출시를 시작으로 착한빵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소비자가 직접 나서야 진행이 되는 사례도 있다. GS홈쇼핑이 진행하는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이다. 모자뜨기 캠페인은 저체온증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영유아를 살리기 위해 털모자를 만들어 보내는 대표적인 참여형 기부 캠페인이다. 소비자가 ‘모자뜨기 키트’를 구입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욱 의의가 있다. GS홈쇼핑이 모자뜨기 재료를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해외 보건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참여형 봉사 늘어

문화유산 지킴이로 나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곳도 있다. 11번가는 지난달 19일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남한산성에서 11번가 임직원과 자원봉사자, 등산객 등 2000명이 참여하는‘남한산성 희망복원 캠페인'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왕복 2.9㎞의 성곽을 따라 꺼진 땅에 석분을 채우고 유실토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박준영 11번가 마케팅실장은 “‘희망복원 캠페인’은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훼손된 자연을 복원시키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상 만들기’를 위한 활동으로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며 “올해 남한산성이 국내 문화유산으로는 11번째로 유네스코에 등재돼 이를 기념하고, 토종 오픈마켓으로서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고자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 10대그룹사들은 재능기부에 앞장서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삼성그룹은 임직원들의 담당업무 지식을 활용한 재능기부를 비롯해 취미와 특기를 활용한 동호회 중심의 재능기부, 법률·의료 등 전문봉사단 재능기부 등을 펼친다.

국내 최고 그룹의 전문성을 활용한 재능기부는 기업 사회봉사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학(원)생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우수 교육재능기부 프로그램을 농산어촌 교육 소외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교육재능을 가진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전국 농산어촌 초등학생들을 찾아가는 점이 특징이다.

대학생에게는 교육현장 체험의 기회를 주고 농산어촌 초등학생에게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체험을 통한 미래인재로의 성장을 돕는 사업으로 대학생과 농산어촌 초등학생의 공동성장 계기를 마련하는 식이다.

유영학 정몽구재단 이사장은 “농산어촌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참여한 대학생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SK그룹과 LG그룹도 빠질 수 없는데, SK그룹은 나눔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사회공헌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원칙 아래 운용되며 사회공헌이 긴 호흡을 갖고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LG그룹의 중심은 ‘자발성’이다. LG전자는 매해 임직원의 자발적 재능기부 활동인 ‘라이프스 굿 봉사단’ ‘LG글로벌챌린저’등을 진행한다. LG화학은 ‘희망 가득한 교실 만들기’, LG이노텍은 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희망 멘토링’ 등으로 힘을 싣는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해 한 홍보 관계자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많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너무 진지한 접근은 오히려 반응이 좋지 않다. 요즘 추세를 보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아이스버킷챌린지처럼 ‘재미’와 ‘의미’를 모두 살린 방법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간다”고 설명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