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대권플랜 가동 됐다
박원순 시장 대권플랜 가동 됐다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4-11-17 09:58
  • 승인 2014.11.17 09:58
  • 호수 1072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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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朴 사람으로 채운다
▲ photo@ilyoseoul.co.kr

시민단체 간부 특채·지원 부쩍 강화
시장 공관도 ‘명당’으로 이전 추진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최근 여론조사기관들이 실시하는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상에서 제외했을 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10일 보도한 조사에서 문재인 의원이 15.2%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박원순 시장은 오차범위 내인 0.7% 포인트 차이로 바짝 따라붙어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선 박 시장이 문 의원보다 높은 지지를 받기도 한다.

박 시장은 일단은 대선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때 이 질문이 나오면 “반드시 서울시장 임기(2018년 6월)를 다 채우겠다”고 줄곧 공언했다. 다음 대선이 2017년 12월이기 때문에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최근 지지율 상승에 고무

당시 박 시장은 “전임 시장들이 자꾸 서울시장을 넘어선 욕심을 부리다가 전시행정을 하게 됐고 시민이 힘들어졌다. 저는 서울시장에 올인 하겠다고 수백 번 답했다”고도 했다.

박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선 “인기나 지지율은 공중에 나는 새털과 같은 존재다. 지지율 1위가 몇 년 계속 가는 경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흔들림 없이 서울시장 직무에 충실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공언들과 달리 박 시장이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서울시정을 운영하면서도 이벤트 성 ‘전시행정’으로 개인의 인기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이 전임 시장들의 ‘전시행정’을 비판하면서 어느덧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안에서도 박 시장에 대해 “마음이 잿밥에 가 있는 것 같다”는 불평이 들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서울시정 2기를 시작하면서 단행한 인사다. 박 시장은 2011년 취임 직후 자신이 발굴한 사람들을 전진 배치했다. 특히 호남에 뿌리를 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선후보 경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지 호남 출신을 중용했다.

박 시장은 지난 6월과 7월에 서울시 부시장 3명을 모두 교체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새로 발탁된 세 사람 모두 호남이 고향이다. 정무부시장으로 발탁한 임종석 전 국회의원은 전남 장흥이다. 정효성 행정1부시장은 전북 전주이고, 이건기 행정2부시장은 전남 장성이다. 박 시장 본인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박 시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시민단체 간부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특채됐고,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해 최근 논란이 일어난 적도 있다.

‘두꺼비 하우징’은 빈집을 고쳐 싼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만들어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뉴타운 정책의 대안으로 추진하는 핵심 사업에 해당한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사회적 기업의 이 모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서울시 주거재생지원센터장으로 특채돼 겸직해 왔다고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와 직무관련성이 있는 자리다.

호남출신 3명 부시장 발탁

이 대표는 박 시장이 운영하는 ‘아름다운 재단’이 지원하던 단체의 사무국장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이 대표 외에도 여러 명의 시민사회단체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서울시 산하 공기관 곳곳에 포진시켰다.

오성규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출신이다. ‘환경정의’ 사무처장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을 지냈다. 오 이사장은 2012년 6월에 서울시설공단의 이사 직급인 사업운영본부장으로 발탁됐다가 꼭 1년 만에 이사장으로 승진했다.

SH공사 변창흠 사장은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로 진보성향의 학자였다. 변 사장은 ‘토지정의센터’ 센터장, 한국 공간 환경학회 공간환경연구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박 시장 선거 캠프에서 주택정책 분야 자문역을 맡았던 인연으로 영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한 일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사장에는 전문성이 없는 박 시장 측근들이 포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전문성을 인사의 기본원칙으로 삼았으나 박 시장은 전문성보다는 이념적 호흡이 맞는 사람들을 대거 발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런 인사 기조가 화를 부른 적도 있다. 지난해 말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사육사가 우리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대공원 원장은 인디밴드 출신으로 동물에는 문외한이었다. 결국 원장이 곤충전문가를 호랑이 사육사로 근무지를 옮기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는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원장은 박 시장이 선거 때 도움을 받았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박 시장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사랑’은 이 뿐이 아니다. 서울시의 시민사회단체 지원예산이 이명박 시장이나 오세훈 시장 때보다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보적 단체 지원예산 늘려

박 시장의 자기 사람 챙기기는 다른 형태로도 나타난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 등의 서울시립대 교수 임용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심지어 서울시 감사관의 부인이 서울시의 친환경급식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엔 서울시장 공관 이전이 대권 행보와 연결되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서울 가회동 북촌마을에 전세금 28억원을 주고 새로 마련한 공관 자리가 ‘명당 터’라는 이유 때문이다. 박 시장이 정한 공관의 부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전에 거주하는 등 사회적 명사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 논현동 사저를 두고 굳이 북촌마을로 이사한 것도 명당 터를 고른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박 시장은 이전에도 가회동 명당으로 공관을 이전하려고 한 적이 있다. 과거 서울시장 공관은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었다. 박 시장 취임 초 이 공관이 서울성곽 위에 위치해 성곽 복원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 때 박 시장이 점찍은 새 공관은 가회동에 있는 ‘백인제(白麟濟)’ 가옥이었다.

백인제 가옥은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 서울시가 이곳을 ‘한옥문화체험관’으로 조성하기 위해 150억 원을 들여 사들였다. 그러나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미개표 사태로 중도에 퇴임했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 서울시에 ‘공관조성 추진 태스크 포스 팀’을 만들어 백인제 가옥을 공관으로 탈바꿈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무산됐다. 일제시대 친일파 이완용의 외조카가 지은 일본풍 개량 한옥을 어떻게 시장공관으로 쓸 수 있느냐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어난 까닭이다. 이 집은 1944년부터 60년 동안은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가 살았기 때문에 ‘백인제 가옥’으로 불리고 있다.

지금 박 시장은 가회동 명당 터로 공관을 옮기기 위해 두 번째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박 시장이 차기 대권 도전 의사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론 매우 치밀한 전략을 짜고 대권 고지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앞으로 박 시장은 자기의 일정표대로 대권 행보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약간의 옐로우 카드를 받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결코 레드 라인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시장은 ‘대권 도전’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대권 행보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아마도 시민운동을 하면서 체득한 생존전략이 아닐까.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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