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벌인 일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목 차
나의 국정원 체험기
1. 이념의 바다에 빠지다
2. YS 정부의 정규 30기
3. 문민정부의 “넘버 3”
4. “여의도 김 소장입니다”
5. “여긴 착한 사람이 있을 데가 아냐”
6. “알면 다쳐”
7. 안에서 본 국민의 정부
8. DJ 정권의 심장에 비수를 대다
9. 양심선언과 망명신청
연재를 시작하며
대한민국 국민 중 김기삼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국정원(전 안기부) 미림팀의 불법 도·감청 사건에 대해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국정원 직원이었던 김씨는 불법 도·감청 사실을 폭로한 인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로비의혹 역시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이 처럼 메가톤급 폭풍을 일으키며 나라전체를 뒤흔들었던 김씨지만 불법 도·감청이라는 거대한 사건 속에 그의 이름은 완전히 파묻혀 버렸다.
과거 국민은 김씨를 통해 국정원의 도·감청 실태를 속속들이 알게 됐다. 그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비밀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탄압까지 감수하며 이 사실을 폭로한 김씨에게 국민은 큰 빚을 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국민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아예 관심조차 없는 이가 태반이다. 이는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씨가 개인적인 공명심에서 폭로를 했건 투철한 애국심에서 폭로를 했건 모종의 이익을 노리고 폭로를 했건 그것은 중요치 않다. 주목할 것은 그의 폭로, 특히 권력기관인 국정원이 국민들의 사생활을 훔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이 사실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외에도 YS-DJ 양대 정권에 대해 여러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권력의 수족이었던 국정원에 대한 의혹은 규명됐지만 이를 움직인 권력 핵심에 대한 의혹은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수족을 잘라 몸통을 살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들끓었지만 지금까지도 몸통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또 누구도 몸통에 대한 의혹을 풀려하지 않고 있다.
진실에 대한 심판은 국민의 몫
이제 국민의 뇌리에선 그가 제기한 모든 의혹들이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다. 더불어 김기삼이라는 이름도 사라져가고 있다. 김씨는 “내가 이렇게 외로운 투쟁을 하게 될지 몰랐다”고 말한다. 의혹규명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진실규명에 대한 국민의 의지박약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폭로란 애초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김씨의 존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김씨가 최근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로비의혹을 증명하겠다고 다시 나선 까닭이다. 그가 어떻게 이를 증명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진실은 저 산 너머에 있지만 김씨는 아직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 한 적이 없다. 또 영화에서
나 볼법한 도·감청 의혹이 사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제기한 다른 의혹들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씨는 이제 이 외로운 싸움을 끝내고 싶어 한다. 스스로 지쳐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731호 참고)를 통해 “내가 벌인 일을 이제 마무리 지을 시기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결판을 내겠다는 의미다.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김씨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승패를 결정짓는 심판은 국민이라는 점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이 심판을 내리기에 앞서 김기삼이 과연 누구인가를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그의 육필수기를 연재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야 김씨가 말하는 진실에 대해 국민이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씨의 수기에는 그의 어린 시절에서 학창시절, 국정원 입사에서 퇴사까지 모든 기억이 총망라돼 있다.
이 수기는 김씨가 국정원을 퇴사한 뒤 미국에서 집필한 것으로 정치권에서 벌어진 민감한 사안과 국정원 내부에서 일어난 여러 해프닝들을 가감 없이 담고 있다.
특히 김씨는 수기를 통해 국정원 도·감청에 대한 폭로와 노벨평화상 로비의혹 등을 제기하기까지 무엇을 보고 들었으며 당시 국정원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모든 것을 세세하게 밝히고 있어 눈길을 끈다.
“DJ 노벨상 의혹 증명할 터”
더구나 김씨는 이 부분에서 DJ정부의 여러 의혹생산에 관여한 정·관계 인사, 그리고 국정원 전·현직 관계자들의 치부와 실명까지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어 그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수기에는 김씨가 지금까지 공개한 인사들 외에 더 많은 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폭로 수위 또한 전보다 훨씬 높다. 이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된 적 없는 것이다.
김씨는 〈일요서울〉에 수기를 전하면서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기는 내가 겪은 모든 경험을 있는 그대로 담은 것이며 거짓은 0.1%도 없다”며 “이제 지난 8년간 준비해온 각종 의혹들에 대한 증거자료를 하나하나씩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삼씨의 육필 수기 연재는 736호부터 시작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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