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 창시…골드만삭스·칼라일 등 화려한 이력
차익실현 스케일에 전 세계 주목…수익률 200~400%대
투자금 원천 대부분 해외 논란…외국계 PEF와의 차별점은
ING 등 보유기업 고강도 구조조정…나빠진 여론 챙겨야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굴려 수백억 혹은 수천억 원의 차익을 얻는 사모펀드. 그간 국내에서는 이러한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외국계 사모펀드에 넘어간 알짜기업들이 소위 ‘먹튀’를 당했던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 같은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04년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허가방침 이후 국내 사모펀드들이 하나둘씩 성장한 이유도 크다. 국부유출 논란이 잦아들면서 사모펀드들은 금융투자업계의 큰손 자리를 조금씩 꿰차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터진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촉매제가 됐다.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기업들의 유동성은 급격히 얼어붙는다. 아무리 성장성이 좋은 기업이라도 자금경색으로 곤란한 처지에 빠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득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사모펀드에게는 참으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이 세운 MBK파트너스가 크게 성장한 것에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김 회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10세에 혼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대학은 미국 동부 해버퍼드칼리지, 대학원은 하버드 경영학대학원을 나왔다. 인문학으로 유명한 해버퍼드칼리지 수학 당시 김 회장의 꿈은 극작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대기업은 명함 못 내밀 규모
전공이 영문학이었던 김 회장은 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첫 직장인 골드만삭스에 들어갔다. 골드만에서 3년간 경험을 쌓은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MBA 과정을 밟았다. 그 과정에서 박태준 전 총리의 넷째 딸 박경아씨를 만나 결혼했다. 박씨는 당시 파슨스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하다가 김 회장을 만났으며 박 전 총리는 이를 흔쾌히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골드만으로 복귀한 김 회장은 뉴욕본사와 홍콩지사를 거치며 자리를 굳혔다. 이후 씨티그룹의 투자은행 부문인 살로먼스미스바니 아시아로 자리를 옮겨 최연소 임원이 됐다. 외환위기 때는 4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정부 외평채 발행을 주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 회장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로 다시 한 번 자리를 옮겼다. 칼라일에서 한국대표를 맡은 그는 한미은행 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칼라일이 사모펀드인 탓에 한미은행 인수조건에 부합하지 않자 JP모건과 컨소시엄을 꾸려 결국 인수한 사례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김 회장은 4900억여 원에 사들였던 한미은행을 3년반 만에 1조1500억여 원의 가격으로 씨티그룹에 되팔면서 135%의 수익을 올렸다. 그 공로로 칼라일 아시아 대표와 그룹 부회장을 역임하며 화려한 커리어를 갱신하던 그는 돌연 칼라일을 떠났다. 자신의 이름을 건 사모펀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한·중·일 가리지 않고 알짜기업 사들여
이때 김 회장의 영문이름 마이클 병주 김은 MBK파트너스라는 회사명의 모태가 됐다. MBK파트너스는 김 회장을 포함해 파트너들이 공동 운영하는 형태지만 실질적으로는 김 회장이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설립된 MBK파트너스는 9년 만에 국내는 물론 동북아 최대의 사모펀드로 몸집을 키웠다.
MBK파트너스가 만든 3개의 블라인드 펀드는 모두 1조 원 이상의 덩치를 자랑한다. 2005년 조성된 1호 펀드는 1조 원 규모로 중국 베이징보웨이공항지원, 한미캐피탈(현 우리캐피탈), HK저축은행, 대만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일본 야요이, 씨앤엠(C&M), 씨앤엠 강남 울산방송, 중국 루예제약, 일본 타사키, 대만 갈라TV 등 국가별로 포진해 있다.
2008년에 만들어진 2호 펀드도 1조5000억 원 이상인데 태크팩솔루션(현 두산테크팩), 일본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영화엔지니어링, 중국 GSEI, 금호렌탈(현 KT렌탈), 일본 인보이스, 중국 뉴차이나생명, 코웨이, 일본 고메다, 네파 등이다. 또 지난해 말 모집을 완료한 3호 펀드는 3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이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자금의 토대가 됐다.
가장 성공적인 투자회수 사례는 역시 한미캐피탈이다. 김 회장은 2006년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한미캐피탈 주식과 전환사채를 630억여 원에 사들였다.
이후 쌍용캐피탈을 추가인수해 한미캐피탈을 키운 후 1년여 만에 2700억여 원의 가격으로 매각하며 4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외에도 대만 갈라TV와 중국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는 각각 300%를 넘나드는 회수율을 기록했고 KT렌탈과 중국 루예제약도 200%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투자금을 거둬들인 5개사 모두가 200~ 400%대의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외자계로 불려 PEF 정체성 고민도
하지만 이러한 김 회장도 향후 쟁점이 될 논란들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들의 자금원천이 대부분 외국계인 데 대한 지적이 바로 그 예다.
MBK파트너스의 재무적투자자(LP)는 대부분 외국계 연기금과 정부 및 국부펀드다. 캐나다국민연금(CPP), 캐나다공무원연금(PSP), 온타리오교원연금(OTPP)을 비롯해 테마섹(Temasek),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주요 투자자들이다. 이 때문에 간판은 국내, 자본은 해외라는 의미에서 외자계로 불리기도 한다.
또 국내 사모펀드라도 외국계와 같은 ‘먹튀’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에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ING생명과 씨앤엠이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을 확산시키고 있다. ING생명의 경우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원성을 사고 있으며 씨앤엠의 경우 내년으로 예정된 매각이 그 불씨를 당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근래 들어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가운데 MBK와 같은 국내 대형 PEF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라며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수익률만 좇다가는 기존 외국계 PEF와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