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호 대주주 조세심판 청구 승소에 ‘뭇매’
구본호 대주주 조세심판 청구 승소에 ‘뭇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11-10 13:47
  • 승인 2014.11.10 13:47
  • 호수 1071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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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민권자 악용 배당금 챙겨 뒷말

검은 머리 외국인 비난…국부유출 논란도
“한국거주자 아니다. 세금 낼 의무 없다”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LG 방계기업 범한판토스의 대주주 구본호(사진)씨가 또 다시 구설에 휘말렸다. 구 씨가 미국 국적 신분을 내세워 조세심판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 와중에 해당기업 범한판토스가 모기업의 물량을 몰아받고 있고, 구 씨가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챙긴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난이 거세다. 구 씨 측은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만 구 씨가 과거에도 검은 머리 외국인 신분(외국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을 지칭)으로 주가조작에 관여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어 이번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구 씨는 2년 전 개인주식을 회사에 팔고 낸 양도세 20억 원을 돌려줄 것을 조세심판을 통해 청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자신이 미국시민권자이기 때문에 한국에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세심판 청구 제도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조세관련 처분을 받은 경우 또는 필요한 처분을 받지 못한 경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해 잘못된 세금을 바로잡는 제도다.

국세청이 구 씨가 수시로 국내를 드나들고 있고, 구 씨의 재산 대부분이 국내에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납세 의무자의 조건이 ‘최근 5년 동안 매 년 절반 이상을 국내에 체류한 사람’이라는 점이 승리의 이유가 됐다. 구 씨는 최근 5년 중 2개 연도가 국내 체류 일수 규정보다 적었다.

거액의 배당금까지 챙겨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적을 버린 사실을 당당하게 내세워 국가에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며 그를 질타했다. 한 네티즌은 “검은 머리 외국인 국부유출의 대표적 사례다”라며 “이들에 대한 세금 산출방식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구 씨가 국내 물류회사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범한판토스가 최근 5년간 실시한 현금배당은 2009년 250억 원, 2010년 250억 원, 2011년 200억 원, 2012년 100억 원, 2013년 100억 원 등이다.

이 중 구 씨가 챙긴 금액(지분비율)은 2009년 115억3500만원, 2010년 115억3500만 원, 2011년 92억2800만 원, 2012년 46억1400만 원, 2013년 46억1400만 원 등이다. 최근 5년간 받은 배당금 액수만 해도 무려 415억2600만 원에 달한다.

게다가 범한판토스는 설립 후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전담하면서 단시간 내에 급성장한 이른바 일감몰아받기로 성장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평균 절반을 전후한 매출이 LG그룹 계열사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업계에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적은 버리고 돈만 챙기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LG家 3세인 구본호 씨는 미국 시민권자임을 내새워 국민의 기본 의무인 ‘납세의 의무’마저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런 그가 국내 대형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것은 도덕적 논란의 대상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구본호 씨는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고 구정회 창업고문의 손자다.

굴곡진 인생사

현 LG그룹 총수인 구본무 회장과는 6촌간이다. 현재는 범한판토스의 지분 922,860주(46.14%)을 보유하고 있다. 어머니 조원희 회장 지분 1,017,140(50.86%)에 이어 2대 주주다.

은둔형인 구씨가 유명해 진 것은 2006년 동원할 현금이 없는 상태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씨의 자금을 끌어들여 미디어솔루션(연레드캡투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부터다. 해외의 조 씨 회사 3곳에도 모두 50만 주를 배정했다.

재벌 3세와 외국인이 투자했다는 소문이 나자 주가는 7000원에서 4만 원대로 뛰었다.

주가상승을 부채질하기 위해, 외국 유명 투자은행의 명의를 빌렸으면서도 이 은행이 직접 투자한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구씨와 조 씨는 지분 일부를 팔아 165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 일이 발각돼 구 씨는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구씨에게 자금을 댄 조풍언씨는 구씨의 부친이자 LG그룹 2세인 고(故) 구자헌씨와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조 씨는 구자헌씨가 작고한 이후 그 아들의 ‘후견인’ 역할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까지도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는다.

구 씨는 한때 ‘증권가의 미다스 손’으로 불렸었다. 경력 대부분이 베일에 가려있었지만 만지는 종목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액티패스, 동일철강, 엠피시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개인 신상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미국 시민권자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국 등 해외에서 거주했고, 뉴욕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상당한 금융지식을 갖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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