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상위 1% 연기 대가 배우 염정아, 평범한 계산원으로 현실연기와 마주하다
[스타 인터뷰] 상위 1% 연기 대가 배우 염정아, 평범한 계산원으로 현실연기와 마주하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11-10 11:19
  • 승인 2014.11.10 11:19
  • 호수 1071
  • 3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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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미스코리아로 데뷔해 어느덧 25년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염정아가 영화 ‘카트’를 통해 상위 1%의 캐릭터가 아닌 마트 계산원으로 변신해 현실연기의 물꼬를 텄다. 특히 그는 이번 영화에서 직접 기미까지 그릴 정도로 자신의 화려한 미모까지 내려놓으며 연기에만 몰두했다. 이제는 보통 엄마라고 강조하는 그의 변신을 만나봤다.

40대를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출중한 미모를 과시하는 염정아는 지난달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찾아온 소감을 전했다.

그는 “중학생 시절에 영화 깜보의 박중훈 선배를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며 “결혼 후 세 번째 영화로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영화를 최종본이 완성된 이후 3번이나 볼 정도로 열의를 보인 염정아는 “영화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경험해보지 못한 현장이었고 나에게 오는 컷이 없어도 현장에 있어야 했다”며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도 대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염정아는 영화 카트에서 생계를 위해 부당한 회사의 지시에도 순응하며 열심히 사는 엄마 선희 역을 맡았다. 극중 선희는 열심히 근무한 덕에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었지만 회사의 일방적인 비정규직 해고에 휩쓸려 하루아침에 희망을 잃게 된다. 이에 자신들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노조활동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이야기의 주인공 역을 맡았다.

“영화가 비정규직의 얘기를 다루었는데 스토리가 좋았다. 각자의 이야기들이 다 있고, 거기에 선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풍부했다. 감정적으로나, 이 여자의 성장과정, 아들인 태영이(도경수 분)의 성장과정 등이 마음에 와 닿았다”며 “각자 직업이 다르고 위치가 다른 것은 있지만 평상시 엄마들의 일상은 똑같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더 공감이 갔다”고 전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면서 선희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염정아는 “선희의 비중보다는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며 “의욕은 앞서는데 연기로 표현을 잘 못하고 관객들이 못 따라가면 절대 감동적일 수도 없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의욕만큼 열정을 더하면서 선희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처음해 보는 역할이여서 분명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처음 보시는 분들에게 안 어울린다, 어색하다는 말이 나올까봐 큰 부담을 갖고 있다”면서 “매번 촬영일마다 분장실에 감독님이 어김없이 들어와서 그날 촬영할 선희의 감정선을 풀어 설명하고 같이 연구하면서 연기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어느 덧 25년차의 연기자지만 연기는 늘 그의 숙제인 듯했다. “부담을 점점 더 느낀다. 몇 년 전이 더 편했던 것 같다. 결혼 후 작품 수가 많지 않다보니 더 두려울 때가 있다”며 “특히 평범하게 살다가 배우로 돌아가 연기를 해야 할 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배우의 모습으로 잘 돌아갈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는 컸다. “사실 그간 평범한 현실에 발붙인 인물을 잘 안 해봤다. 늘 특별한 캐릭터 또는 일반적이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 캐릭터를 많이 했었다. 그래서 현실적인 연기에 대해 갈구한 게 있었다. 막상 해보니깐 재미있다. 만족감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며 “하지만 무엇이 아쉬웠는지는 비밀”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연기자로 살아가는 워킹맘으로서의 각오를 들어봤다.

염정아는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애 놓고 나오는 게 죄짓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애들이 익숙해져서 제가 더 보고 싶어한다. 애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며 “결혼 전에는 일을 참 많이 했다. 지금도 재미있고 행복하지만 내 안에서 나였을 때를 생각하며 자꾸 작품에 기웃거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던 엄마들의 고민이다. 가정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해소가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나중에 아이들을 키우고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자리가 없다. 그래서 조금씩이지만 계속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다만 둘 다 완벽하게 하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두 가지 일을 즐겁게 행복하게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해 다시금 웃음을 선사했다.

여전히 새로운 연기에 대해 기대된다는 그는 “지금은 30대 초반의 연기를 다시 할 수 없지만 상황들이 많이 바뀌어 그때 못했던 것을 앞으로 할 수 있다. 저는 계속 달라지고 있고 저는 점점 더 철이 들고 있고 점점 더 여유가 생길 것”이라며 “그게 다 제 연기를 통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대되는 것이 많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 말고 또 다른 역할이 있다는 게 기대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염정아는 “영화 카트를 통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다음 역할이 기대된다”면서 “아직 작품 계획은 없지만 더욱 친근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찾아뵙겠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촬영=송승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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