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원고엔저’…이제는 고정변수?
대책 없는 ‘원고엔저’…이제는 고정변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11-10 10:49
  • 승인 2014.11.10 10:49
  • 호수 1071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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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조선·철강…수출기업 직격탄 맞아

엔화약세에 원-달러 일주일 새 40원 급등
피해 커져도 당국 시장 개입은 일러…관망 중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일본발 엔저 쇼크로 국내 경제가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중앙은행(BOJ)의 엔저 선언은 원-달러 환율을 단 일주일 새 40원 가까이 급등시켰다. 현재 정부는 엔화 대비 원화 강세가 이어져도 직접적으로 엔·원 환율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엔과 원 모두 달러를 통해 거래되는 재정환율이기 때문이다. 이에 수출기업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토로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을 따라 급격히 오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9.8원 급등한 1093.6원으로 끝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 5일 1098.4원 이후 가장 고점으로 원화가 엔화를 따라 약세를 보인다는 증거다.

직접적인 계기는 일본중앙은행(BOJ)의 양적완화 확대 선언이다. BOJ는 지난달 31일 양적완화 규모를 연간 80조 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보다 10조~20조 엔이 많은 규모로 시장의 예상을 깬 것이다. 이 같은 기조는 지난해 4월 양적완화 실시 이후 1년 6개월 만에 불거진 것이다.

사실상 정부는 엔저 현상이 계속되더라도 이렇다할 만한 대책을 내놓기가 힘들다. 원-엔은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을 바탕으로 가치가 정해지는 탓이다. 만약 원화를 떨어뜨려 엔저를 방어하려면 정부는 원-달러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또 섣불리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대응하면 미국의 출구전략 본격화되면 달러 강세와 내외금리차 축소로 또다른 혼란을 빚을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여론은 아랑곳없이 이를 질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국 대응할 만한 카드 아직 없어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엔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고정변수로 자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금의 엔저는 아베노믹스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며 미국의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면 중장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문제는 우리 당국이 대응할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일본 노무라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엔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 투자심리 악화와 불확실성 증대 등을 고려할 때 과거보다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또 BOJ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25엔까지 떨어질 경우 자동차·철강·선박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수출 모멘텀이 강했을 때는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그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수출 모멘텀이 약해진 가운데 엔·원 환율까지 떨어져 그 피해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엔-원 환율과 한국의 수출 모멘텀 변화를 합산한 수치를 통해 엔저에 따른 한국 경제를 평가했을 때 지난 3년간 계속 마이너스 구간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영향으로 한국의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엔저까지 겹친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물량 증가해도 마진 떨어져 압박

추가로 권 연구원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직접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가 엔저 때문에 하락했다”면서 “이번 엔저가 한국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전보다 클 것이며 불확실성과 한국 증시 부진에 따른 민간 소비 위축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늦출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결국 원고엔저가 심화되고 국내 수출기업의 고전이 예상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은 선진국의 경기부양으로 수출물량은 증가하나 원화가치 강세와 엔화가치 약세의 이중고로 수출마진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종훈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연구원은 “엔저가 더 진행되면 엔화 가치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기대가 변해 글로벌 전략이 바뀌고 한국 기업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아직은 일본 기업들이 수출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아서 경쟁을 지속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수출 가격을 낮추면 한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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