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지난 4일 오후 4시께 광화문 사거리의 한 고층 건물 옥상에서 대학생 임모(25)씨가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임 씨는 자신의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임 씨는 최근 화상 채팅을 하다가 ‘몸캠 피싱’에 걸려 “3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학교 게시판에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라는 협박을 받아왔다. 임씨는 지난 9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협박범의 전화번호와 통장 계좌번호가 모두 없는 번호로 나와 경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상태였다.
임 씨의 아버지는 “임 씨가 지난 10월 말 ‘학교 게시판에 사진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 ‘자꾸 학교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면서 “‘학교에 나가지 말고 며칠 쉬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일까지 학교에 나가지 않았던 임 씨는 4일 갑작스레 학교를 가겠다며 집을 나섰다. 오전 11시 50분께 가족과 통화한 임 씨는 오후 건물 옥상에 올라가 30분 가량 담배를 피우며 배회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몸캠 피싱’은 알몸으로 화상 채팅을 하는 영상을 녹화한 뒤 지인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해 돈을 빼앗는 사기 수법으로 최근 몇 년 간 급격하게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먼저 나체의 여성 알몸을 보여준 뒤 피해자에게 음란행위를 권유하고 잘 보이지 않는다며 악성코드 앱 설치를 유도한다. 앱이 설치되면 피해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모든 연락처는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은 피해자에게 돈을 보내지 않으면 나체 영상을 전송된 연락처로 보내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불안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미 지인들에게 사진이 유출된 피해자들은 창피함에 어쩔 줄 몰라 한다.
몸캠 피싱의 피해자 A씨는 “상대방이 100명도 넘는 사람들을 카톡방에 초대해서 몸캠 사진을 유포했다”며 “해킹 당했다고 변명했는데 얼마나 믿을지 모르겠다. 너무 창피해서 죽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협박을 당한 첫날 친구 5명에게 사진이 유출됐다”면서 “1주일이 지나도록 잠잠한데 매일 단체 카톡방에 유출되는 악몽을 꾼다. 하루하루가 무섭다”고 말했다.
몸캠 피싱 피해자가 증가하다 보니 협박을 받았을 때 대처 방법도 생겨나고 있다. 이미 협박을 당해본 적 있는 피해자들은 새로운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와 페이스북 등 가해자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모든 SNS는 탈퇴해야 한다”면서 “이미 유출됐더라도 마음을 편히 가져야 한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몸캠 피싱 피해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음란 채팅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피해를 입는다면 돈을 입금하지 말고 경찰에 먼저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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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