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자살 전말] 인천 빌라 등 15채 소유 억대…생활고 때문
[일가족 자살 전말] 인천 빌라 등 15채 소유 억대…생활고 때문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4-11-10 10:10
  • 승인 2014.11.10 10:10
  • 호수 1071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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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집 담보 제2금융권 대출… 연이자만 4천만 원 넘어
“주택 사려는 사람 없어 A씨 부동산 투기 실패한 것”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지난 3일 인천서 생활고를 겪던 일가족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생활고였다. 부인은 유서에 “혹시 살아서 발견된다면 그냥 떠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적었다. 지난 2월 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과 성격이 유사해 제2의 세 모녀 사건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경매를 통해 주택 15채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부자가 어째서 빚 독촉에 목숨을 끊어야만 했을까.

지난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에서 60대 여성과 30대 두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현금 70만 원이 들어있는 돈 봉투와 ‘밀린 공과금입니다. 그동안 고맙고 죄송했습니다’라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세 모녀’는 12년 전 아버지가 방광암으로 사망하며 많은 빚을 남겨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제적으로 벼랑 끝 까지 몰린 세 모녀는 방안에 번개탄을 피우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9개월도 되지 않아 인천에서 생활고로 고생하던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2의 세 모녀 사건’이었다.

“빚 때문에 힘들어 일찍 떠난다” 유서 남겨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50분께 인천시 남구의 한 빌라에서 A(51)씨와 부인 B(45)씨, 딸 C(12)양 등 일가족이 숨져있는 것을 C양의 담임교사가 발견·신고했다. 담임교사는 C양이 이틀째 연락이 되지 않고 학교에도 등교하지 않자 직접 집을 방문했다가 이를 발견한 것이다. 일가족 3명은 안방에 반듯이 누운 채 숨져 있었으며, 방안에는 타다 남은 연탄과 B씨와 C양의 유서 5장이 발견됐다. B씨는 유서에서 “생활고로 힘들다. 혹시라도 우리가 살아서 발견되면 응급처치를 하지 말고 그대로 떠날 수 있게 해 달라. 뒷일은 남편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C양은 유서에 “그동안 아빠 말을 안 들어서 죄송하다. 밥 잘 챙기고 건강 조심하라. 나는 엄마하고 있는 게 더 좋다.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것이기 때문에 슬프지 않다”고 적었다. 경찰은 B씨와 C양이 먼저 목숨을 끊은 뒤 이를 발견한 A씨가 뒤따라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 C양까지 유서를 쓰고 목숨을 끊을 정로도 힘들었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며 분노도 표출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논의하자는 움직임도 일었다.

그러나 인천 일가족 자살사건의 원인은 송파 세 모녀와는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경매사업 벌이다 과도한 빚에 시달렸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 것은 일가족 자살의 원인을 조사하던 경찰이 A씨의 명의로 된 아파트와 빌라가 15채나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다. 일가족이 사망한 주택도 A씨의 명의로 된 곳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3년 전 법원 경매를 통해 집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A씨는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경매 현장을 찾아다니며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대부분 낙찰 받았다. A씨는 낙찰 받은 아파트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경매에 참여했으며 이런 방식으로 서울과 인천에 아파트와 빌라 15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폐기물업체에 다니며 한 달에 210만 원씩 월급도 꾸준히 받고 있었다. 안정된 고정수입에 부동산 15채를 가지고도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은 A씨가 금융권 빚 독촉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낙찰 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근저당을 설정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부동산 15채에 대한 근저당 설정액은 9억여 원이다. 일반적으로 근저당 설정액이 대출액의 120~130%인 점을 고려하면 A씨의 대출금은 7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A씨는 연이자만 4천만 원이 이상이었을 것이다. 월급 210만 원으로는 대출 이자도 갚을 수 없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늘어나는 하우스 푸어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A씨 가족의 죽음에 대해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부동산 15채의 전세금으로 빚을 갚든 아니면 집을 매매해서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은 A씨의 숨구멍을 만들어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부동산 경기가 많이 좋지 않다. 집을 사려는 사람 자체가 없다”면서 “경매에서 낙찰 받았지만 팔리지 않으니 (A씨도)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은 전세가가 매매가 보다 높아 정상적으로는 팔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매로 저렴하게 낙찰 받은 집을 팔아 차익을 남기려고 하던 A씨의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생활고가 아닌 부동산 투기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린 딸은 무슨 죄냐. 욕심이 화를 불렀다”며 안타까워했다.

경매컨설팅업체 관계자는 “A씨처럼 경매 돌려막기를 하다가 빚을 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 한다. 호황일 때 무리하게 사들이다가 나중에 가격이 하락하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이는 경매 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작하기 전에 자세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움직여야 나중에 피해를 입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jhooks@ilyoseoul.co.kr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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