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선조직이 우리(?)를 지원한다”…메가톤급 사기극 ‘총력 취재’
“대통령 비선조직이 우리(?)를 지원한다”…메가톤급 사기극 ‘총력 취재’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11-10 10:06
  • 승인 2014.11.10 10:06
  • 호수 1071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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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바른마음쓰기 범국민운동본부 둘러싼 의혹들

A씨, 평소 박 대통령·정계 인사와 친분 과시해
발기인 올라간 이어령 고문 측 “이름도 낯선 단체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정윤회씨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면서 '비선라인' 실존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번엔 '옳고바른마음쓰기 범국민운동본부'가 비선 조직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이 단체의 고위 임원 A씨가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 회원들을 모집하고 유명 인사들을 현혹시키려 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부터다. 이에 [일요서울]은 그 진위 여부를 취재해 봤다.

옳고바른마음쓰기 범국민운동본부는 7월 17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나 하나가 바로서면 나라가 바로선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제2의 정신혁명으로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테마로 범국민의 인간성 회복과 정신 재무장을 통한 제2의 경제부흥을 일으켜 선진 초인류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하지만 최근 이 단체에서 좋지 않는 소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고위 임원 A씨 경력·학력 ‘진짜’ 논란

소문은 범국민운동본부 고위 임원인 A씨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개인 정책연구원을 운영했던 A씨는 블로그를 통해 본인의 주요약력을 밝혀 놨다. 문제는 일부 학력과 약력이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A씨와 교류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A씨의 나이를 모르겠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1969년생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1970년이라고도 하고 사람마다 모두 A씨의 나이를 다르게 알고 있었다.

또 ‘전 세종대 교수’라고 밝힌 경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자가 세종대 홍보실에 확인해 보니 A씨와 같은 이름으로 근무했던 사람은 단 1명이었다. 1970년생으로 세종대 교수가 아닌 평생교육원에서 2001년 2월부터 2003년 2월까지는 주임교수, 2003년 3월부터 2004년 3월까지는 강사로 일했다. 담당했던 강좌는 ‘와인소믈리에 과정’이었다. 홍보실 담당자에 따르면 “평생교육원은 일반 교수 채용자격과 다른 자격기준으로 교원을 선발해 박사학위 등이 없어도 선발된다”며 “세종대 교수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A씨가 자신의 경력을 제대로 밝히려면 ‘전 세종대 평생교육원 교수’라고 밝혀야 한다.

이밖에 A씨는 경북사대부고 학력과 명예철학박사 학위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제보자 B씨에 따르면 “A씨가 밝힌 학교에 문의를 해 본 결과 1970년생은 물론 전후 출생년도로 조회해 봐도 동명이인이 없다”고 했다. 만약 B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세종대 경력과 함께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블로그 상에 밝힌 명예철학박사 학위도 어느 학교에서 언제 어떤 논문으로 받았는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 특사·비선조직 ‘확인 안 되는 말’ 무성해

A씨와 관련된 소문은 이밖에도 다양하다. 학력·경력 논란 외에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소문도 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지부 창립 행사나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종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과시하며 “옳고바른마음쓰기 범국민운동본부를 박 대통령이 만들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특사로 북한에 다녀왔다” “대통령 비선조직이 자금을 지원한다”는 등의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B씨는 “A씨가 이처럼 확인이 안 되는 말들을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하는 모습에 실망을 했다”며 “또 좋은 뜻의 단체가 잘 못 되는 걸 볼 수 없어 기자에게 제보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일부 회원들에게 “우리 조직에 고 육영수 여사의 동생이 함께 하고 있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B씨를 통해 ‘고 육영수 여사의 동생’으로 지목된 C씨와 전화 통화를 해봤다.

C씨는 “A씨가 자기를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지 몰랐다”며 “어떻게 함부로 그런 거짓말을 하고 다닐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C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육씨’는 뿌리가 하나다. 굳이 따지면 먼 친척쯤 될진 몰라도 여동생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미안해 했다. C씨는 지방에서 범국민운동본부를 창립하는 데 필요한 인원을 동원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공동고문’ 자리까지 올랐었지만 최근에는 A씨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연을 끊고 지낸다고 했다.

회원들에게 옷 팔아 수익 남기기도

옳고바른마음쓰기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름과 달리 사익을 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B씨에 따르면 보통 지역 지부가 창립될 때 단체티를 맞추게 되는데 원가 1만 원짜리를 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지부 당 보통 100명 내지는 200명의 회원이 있는 점에 비춰보면 한 지부 당 400만 원에서 800만 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공익단체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뿐만 아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평소 범국민운동본부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투자를 권유했다. B씨는 물론 D씨 등도 A씨에게 1억 원의 투자를 제안 받았으며 5억을 돌려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소문들 외에도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지난 7월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가진 발대식에서 배포된 안내책자에 적힌 발기인 명부다. 발기인 명부에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현 중앙일보 고문), 최동섭 전 건설부장관 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중앙일보 고문 사무실에 확인해 본 결과 담당 직원은 “이름도 낯선 단체인데 왜 거기 이어령 고문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의아해했다.

반면 최 전 장관의 경우 “옳고바른마음쓰기 범국민운동본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대답을 들었다. 다만 지방 등의 창립행사는 가지 않고 서울의 모임에만 종종 나간다고 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앞서 전한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소문에 대해 물었으나 최 전 장관은 “금시초문이다”라고 전했다.

기자는 다양한 소문과 의문점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7일 오후 옳고바른마음쓰기 범국민운동본부에 연락을 취했으나 단체홍보자료를 보낼 메일을 묻는 짧은 대화와 함께 “공식답변은 모두 퇴근을 해서 지금은 어렵습니다”라는 문자만 받았다. 또 A씨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시민단체의 힘 도덕성과 비영리성

시민단체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어떤 단체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시민의 지지로 유지되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부도덕적이고 구성원들이 정직하지 않다면 시민들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또 시민단체는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시민단체는 공익실현을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시민단체가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위해 활동하게 된다면 그 단체는 더 이상 시민을 위한 단체가 아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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