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군 국방비리 척결 ] 무기 로비스트 실체 파헤친다
[감사원, 군 국방비리 척결 ] 무기 로비스트 실체 파헤친다
  • 김재현 기자
  • 입력 2014-11-10 09:56
  • 승인 2014.11.10 09:56
  • 호수 1071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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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감사원 ‘무기체계 연구·개발 추진 실태’ 표적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2008년 이후 6년 만의 첫 특정감사 ‘주목’
비리 연루 무기 로비스트 체포 잇따를 듯

[일요서울 | 김재현 기자] 정부가 방위산업비리 척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조짐을 보이면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방산비리 수사로 여권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6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4자방(4대강 사업ㆍ자원외교ㆍ방산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면서 방산비리 수사는 연말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는 핫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내 일각에서도 4자방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형상되고 있어 이명박정부 당시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에 관여했던 인사들에 대한 살생부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지난 MB정권을 향해 정면으로 칼을 겨눌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우선 감사원이 선두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정 감사에서 국산 무기에 대한 문제가 잇따라 지적됨에 따라 감사원이 ‘방산비리’를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일 감사원과 국방부에 따르면 감사원은 군 무기체계 연구개발(R&D) 실태에 대한 특정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이 군의 무기체계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감사원은 이를 위해 지난달 6일부터 국방감사단 인력 전원을 투입해 국방부, 방위사업청과 그 산하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등을 상대로 육·해·공군의 각종 무기체계 연구개발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이 2008년 이후 추진한 군함 설계, 군함용 엔진·기어 개발, 탄환 및 탄약 개발 등의 총 39개 연구개발 사업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4월 ‘방위산업 비리 기동점검’을 통해 방사청이 이들 연구개발 과제에 대해 용역계약을 맺으면서 100억 원대의 예산을 낭비한 정황을 적발한 바 있어 이번 조사는 검찰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연구과제 선정의 시의성 및 필요성 과 개발된 무기체계의 성능 등에 감사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연구비 집행의 적절성이다. 감사원은 연구비가 부당하게 사용된 정황을 파악하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끝없는 비리 어디까지

감사원이 조사에 착수하자 새정치연합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에서 소속의원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4자방’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의원총회를 가졌다.

이날 의총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지난 7년간 집권하면서 첫째도 둘째도 경제를 외쳤지만, 서민경제는 얼어붙고 나라는 빚더미에 올랐다”고 지적한 뒤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한 관련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며 국정조사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이명박 정권 5년의 부패ㆍ비리를 밝히는 것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라며 여당에 국정조사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의총에선 ‘ 4자방’ 국정조사 도마에 오르게 될 대상까지 조목조목 지적됐다.

노영민 해외자원개발 진상조사위원장은 “당시 이뤄진 자원외교중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35건 중 본계약은 단 2건에 그쳤고, 그나마 2건도 한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면서 MB정부에서 자원외교를 맡았던 임태희 전 청와대 실장을 직접 거론했다.

노 위원장은 또 “해외자원개발에 MB정부와 현 정권의 실세가 개입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캐나다 자원개발업체인 하베스트를 인수할 때의 자문사였던 메릴린치에 당시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이 상무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은 당시 지경부장관으로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이끌었던 최경환 부총리의 이름도 거론했다.

그는 “국정조사를 통해 자원외교가 이뤄질 당시 리베이트의 흐름과 브로커를 소개한 권력실세가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면 해외자원개발의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미경 4대강 위원장 역시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드러난 각종 담합비리와 그를 통해 조성됐을 것으로 보이는 비자금의 행방을 국정조사를 통해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야당의 주장에 새누리당은 진상을 규명하는 데 동의하면서도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는 의견에는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동시에 방산비리는 검찰과 군 검찰의 수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여당의 입장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수석부대표는 “방산비리에 대해 야당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정치공방만 제기되고 관련 자료가 유실될 우려가 있다”며 “일단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를 지켜 본 후 국정조사를 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통영함’ 유사 사례 발굴키로

감사원은 ‘최첨단 수상 구조함’이라던 통영함이 2012년 완성되고도 세월호 참사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이 핵심 장비 연구개발 과정의 부당업무였던 사실을 밝혀내고 유사 사례를 발굴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5〜7월 통영함 문제와 관련해 방사청 등을 상대로 벌인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내달 초에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미 지난 9월 통영함 핵심장비인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의 성능 평가결과를 위조한 혐의로 방사청 전(前) 사업팀장 등 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어 향후 검찰 수사의 범위는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과 더불어 검찰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영함과 소해함의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직 해군 대령 '로비스트'를 체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통영함과 소해함의 납품비리 외에도 방사청과 방산업체 간의 납품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방위적인 '군피아'(군대+마피아) 비리 수사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군 검찰·국정원 등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방안,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영함과 소해함의 납품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전방위적인 방산·군납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방산·군납비리를 저지른 피의자에게 이적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방산비리 수사가 어디까지 타고 들어갈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산비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의지를 표명한 점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방산·군납비리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해서 그 뿌리를 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향후 사정기관의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방산비리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가 정치권의 관심사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번 방산비리 수사가 MB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친이계를 비롯한 비박계 사정을 위해 강도 높은 방산비리 수사를 기획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최근 새누리당과 사사건건 이견과 대립을 반복하고 있는 야권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여권분열을 도모하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야권의 이해타산이 맞물려 돌아가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은 ‘방산·군납비리’를 ‘4대강’·‘자원개발의혹’과 묶어 ‘사자방’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지난 5일 방산비리 척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편 지난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국내 방산업체 ○사의 부사장인 김모(61) 전 대령을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 5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김 전 대령은 미국 방산업체 H사 대표 강모(43·구속)씨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고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본부 상륙함사업팀 소속 최모(46·해사 45기·구속기소) 전 중령 등 핵심 군 관계자들을 연결해준 로비스트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대령은 해군사관학교 29기 출신으로 해군 함정건조사업을 총괄하는 조함단 사업처장을 지냈으며 2006년 전역 이후 최근까지 ○사 부사장으로 활동했다. 해군과 방사청 등 군 관계자들과의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산업계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행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 전 대령이 H사뿐만 아니라 다른 방산업체와도 관계를 맺고 군 관계자들과 정치권 인사들에게 이들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사건 수사가 민감한 부분이 많은 만큼 정치권에 대한 수사 보다 군 관계자들을 수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미 정치권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조사 대상자들에 대한 여러 정보를 상당부분 확보한 상태”라는 말이 무성해 향후 검찰 수사로 인한 파장이 정치권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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