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급 의원보좌관 입문해 군수·도지사 꿰차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김태호 최고위원은 ‘타고난 승부사’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기득권을 버리고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서 승부를 걸어 더 큰 것을 성취하곤 했다. 그런 점에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아버지의 친구인 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의 4급 보좌관 생활을 했다. 그러다 경남도의원, 경남 거창군수, 경남도지사를 거쳐 총리 후보자에까지 올랐다. 지금은 총리직 낙마의 아픔을 딛고 금배지를 단 뒤 7·14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에 이어 3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남 거창 시골마을에서 김규성씨의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스스로 ‘촌놈’ ‘소장수의 아들’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지만 빈농 집안은 아니었다. 그의 부친은 소 대여섯 마리를 키우면서 때가 되면 우시장에 내다팔고, 송아지를 사와 다시 키워서 팔았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거창농고를 졸업하고 동일계 특차 전형 방식으로 서울대 농대 농업교육과에 입학했다. 서울로 유학 온 그는 부친의 고향친구인 김동영 전 의원(1991년 작고)의 집에서 아이들 공부를 도와주며 ‘입주과외’를 했다. 김 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핵심 측근이었다. 자연스럽게 입주한 집에는 상도동계 정치인들의 발길이 잦았다. 김 최고위원은 그들과 접촉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졌고, 경남에 지역구를 둔 이강두 의원의 보좌관이 됐다. ‘정치인 김태호’의 출발점이었다.
김 최고위원의 최대 장점은 친화력이다. 2011년 4월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에 당선돼 여의도로 진출한 뒤 그는 10여 개의 국회의원 친목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동갑 모임’ ‘띠동갑 모임’은 기본이고 심지어 ‘김태0’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의원들과도 수시로 모인다. 김태흠, 김태환, 김태원, 김태년 의원 등이 멤버라고 한다.
그는 국회에 진출하기 전에도 화려한 마당발 인맥을 자랑했다. 아무것도 그려놓지 않은 백지처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귄다고 해서 ‘백지인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아버님’, 한 살이라도 연장자면 ‘형님’이라고 부른다.
정가에선 “자주 인사를 하는 아버님만 1000명, 형님은 800명 이상이 될 것”이란 말까지 들린다. 이런 모습은 YS의 상도동 사람들과 닮았다.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고 의리를 중시하는 게 상도동계의 특징이다. 이번에 자신이 공격했던 김무성 대표도 YS 문하에서 정치를 배웠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에 대해 “내가 잘 아는 동생이다. 매사에 꼬인 데가 없고 소통도 좋다”고 호평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골프, 포커 같은 잡기에도 능하다. 골프를 칠 때면 큰 덩치에서 뿜어내는 파워로 놀랄만한 비거리가 나온다. 국회 보좌관 시절엔 다른 보좌진들과 어울려 종종 판돈을 건 카드 게임도 즐겼다. 그럴 때면 승부사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전언이다.
술 실력도 만만치 않다. 공식적으로는 주량을 소주 반 병 또는 한 병이라고 적지만 주는 술을 마다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이 같은 잡기와 술 실력은 그가 인맥을 쌓기에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넉살도 좋다. 과거 도의원, 군수 시절에 버스로 연수를 갈 때면 한, 두 시간을 계속 마이크를 잡고 좌중을 웃겼다고 한다. 때로는 아슬아슬한 농담도 자연스럽게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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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