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희정 힘겨루기 시작됐다
문재인-안희정 힘겨루기 시작됐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11-10 09:43
  • 승인 2014.11.10 09:43
  • 호수 1071
  • 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뉴시스>

200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희생양’ 安 배후에…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여부가 정치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청권 대망론’을 타고 충청도가 들썩거린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보도 자료를 통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기세는 한풀 꺾였다. 하지만 여전히 ‘충청권 대망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반 총장 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친노 좌장격인 문재인 의원에 대한 당내 견제가 커지면서 안 지사의 가치는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친노 적자지만 정치적 색깔과 결이 문 의원과 다른 길을 걸어온 점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 안 지사가 투옥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의원과 생긴 앙금도 여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친노 장남격인 문재인과 차남격인 안희정 두 인사 간 정치적 함수관계를 따져봤다.

‘부산 사나이’ 문재인 의원과 ‘충청도 상남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 같은 주군을 모셨지만 그간 정치적 행보를 보면 극과 극을 달렸다. 안 지사는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정도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중 최측근 인사다.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2002년 대선 당시 캠프 사무국장을 거쳐 당선인 시절에는 비서실 정무팀장을 맡을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신뢰는 무한했다. 하지만 그는 노 대통령의 임기 동안 공직에서 철저하게 배제됐고 오히려 감옥을 갔다오는 등 불운의 길을 걸었다.

“안희정 감옥만은…” 등 돌린 문 수석

한편 문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으로 시작해 시민사회 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의원으로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을 담당했고 2012년 대선때에는 야당 대통령 후보까지 오르면서 승승장구했다. 특히 문 의원이 대통령 민정수석(2003년부터 2004년2월)으로 있을 당시에 안 지사는 검찰에 구속돼 1년여간 철창신세를 져야 했다.

당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벌였다. 노 전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 안 전 대법관이지만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안희정, 최도술 등 노 전 대통령 최측근을 구속시켰다. 특히 안 지사의 구속은 노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친노 인사들로선 수수방관할 수 없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에 안 지사를 따랐던 인사들이 우르르 문 민정수석을 찾아가 ‘감옥에 가는 것만 막아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당시 문 수석은 등을 돌린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사실상 검찰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였다는 점에서 문 수석은 대통령을 대신할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 희생양으로 안 지사를 삼았다”며 “이때부터 안 지사와 문 의원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결국 2003년 12월14일에 안 지사는 검찰에 구속됐다. 2004년 4월 친노 인사들이 대거 금배지를 달던 시절에 충남 논산에 출마하려던 꿈마저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1년여간의 감옥 생활을 마친 안 지사는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노 대통령 임기 내내 미관말직에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대조적으로 같은 보좌관 출신이자 대통령 오른팔격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고 2010년에는 강원도 도지사까지 올랐다. 안 지사는 자신의 주군이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야인으로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자신과 동고동락했던 인사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경이 어떠했을 지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안 지사가 야인에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2008년 당 최고위원에 당선되면서부터다. 이후 2010년 충남도지사에 압도적인 표로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권 후보 반열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친노 장차남, 정치적 색깔도 결도 달라

그래서일까. 문 의원과 안 지사는 같은 친노 적자이면서도 정치적 결이 달랐고 스타일도 많이 다르다. 안 의원은 노무현 정권이 끝난 이후 친노를 가리켜 ‘폐족’이라고 밝힐 정도로 과감한 면을 보였다. 또한 문 의원이 2013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를 두고 “노 전 대통령 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확인 시 정계은퇴”라는 발언을 했을 때에도 바로 그 다음날 “전임 대통령을 현재의 정쟁에 끌어들여 공격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한미 FTA 문제가 대선 이슈로 부상할 당시 문 의원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부의 협상은 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나빠졌으니 비준에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면서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대선 내내 문 의원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깜짝 회동’으로 친노 진영을 긴장케 만들기도 했다.

이렇듯 문 의원과 다른 목소리를 내던 안 지사가 최근 재차 조명받고 있는 것은 충청권 대망론을 등에 업고 부상한 반기문 사무총장과 대조적으로 문재인 의원의 인기가 떨어지면서부터다. 최근 반 총장은 차기 대권출마 관련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뜻을 내비치면서 ‘반기문 대망론’은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당권 대권에 도전하려는 문 의원에게 당내외 견제가 심해지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11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원들이 당을 위해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군인 문재인·정세균 비대위원의 불출마를 겨냥한 것이다. 3일에는 영남대 김태일 교수가 ‘계파주의 극복과 당 혁신방안’ 토론회에서 “계파 수장들이 전대 불출마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박지원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6일 “당권과 대권은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당권이든 대권이든 한 가지만 선택하라는 압박이다.

하지만 당내외 이런 견제에 대해 문 의원은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비대위원 전대 불출마 요구’와 관련해 문 의원은 “너무 미묘한 문제다, 갑자기 정할 그럴 문제는 아니다”며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룰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당권이든 대권이든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대권 여의주’ 두고 정치적 시소게임 본격

그러나 야권내에서는 문 의원의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문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면서 대권 출마를 포기할 경우 뜨는 사람은 단연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차기보다는 차차기 도전에 방점을 찍고 있던 안 지사지만 문 의원이 대권꿈을 접는다면 차기 대권 도전으로 선회할 공산이 높다. 이는 충청도 사람들 역시 바라는 바다. 여당 지지도가 야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치러진 지난 지방선거에서 충청도 사람들은 안 지사를 찍어주면서 ‘한번 더 도지사 하라고 찍어 준 게 아니다’는 말을 대놓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문 의원이 당권을 포기하고 차기 대권 도전에 방점을 찍을 경우에는 안 지사의 대권 행보는 미뤄질 공산이 높다. 아무래도 친노 좌장격인 문 의원을 두고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문 의원과 안 지사의 정치적 시소게임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