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청와대 초청 DJ계 껴안고 ‘대북특사’ 까지
이희호 여사 청와대 초청 DJ계 껴안고 ‘대북특사’ 까지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11-10 08:42
  • 승인 2014.11.10 08:42
  • 호수 107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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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DJ 햇볕정책 승계 남북경색 ‘물꼬’트나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통일 염원을 담은 ‘드레스덴 구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북관계가 외형상 경색된 분위기지만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지난 10월28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에 초청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이 여사는 방북 의사를 대통령에게 타진했고 통일부는 최근 대북 접촉 승인을 함으로써 방북이 이뤄질 공산이 높아졌다. 이 여사가 남북간 가교 역할을 맡게되면서 과거 DJ와 함께했던 동교동계 인사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권노갑 동교동계 좌장을 비롯해 DJ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전 원내대표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은 임기가 시작되기전부터 외교 특히 남북관계에 올인해 왔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청와대가 이런 저런 인사참사로 구설에 오를 당시 이 인사는 “박 대통령은 당선인시절부터 지금까지 선대가 이루지 못한 남북한 평화통일 구축을 위해 온 몸을 던지고 있다”며 “대신 인사를 포함한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핵심 측근들과 참모들에게 ‘알아서 잘 해줄 것’을 기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권초부터 인사 참사 등이 터지면서 정작 대통령이 ‘올인’하려고 하는 남북 관계 문제까지 영향을 줘 참모들에게 대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미래를 열기위해장벽을 무너뜨려야”

박 대통령의 이런 열망은 급기야 지난 3월 독일의 5대 명문 공대중 하나인 드레스덴 공대를 방문해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을 발표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 연설문에서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구상’의 일단을 밝혀 세간에는 ‘드레스덴 구상’으로 유명해졌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한반도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면서 ▲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로 공동구축 ▲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을 북한 당국에 제안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세월호 정국과 또 다른 인사 참사가 발생하고 보수 단체의 대북 전단지 살포 등 국내 정치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지지부진 했던 게 사실이다. ‘통일대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공을 들이고 있던 박 대통령이 재차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에 시동을 건 것은 지난 7월15일 박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통일준비위가 발족되면서부터다. 통일준비위원은 총 50명으로 위원장 박 대통령을 비롯해 민간위원 30명, 국회의원 2명, 정부위원 11명, 국책연구기관장 6명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부문 부위원장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임명됐다.

이후 박 대통령은 8월7일 통일준비위 첫 공식회의를 시작으로 통일부 조직개편을 단행해 ‘드레스덴 구상’을 본격화했다. 통일부는 기존 교류협력국 내 인도지원과를 인도개발협력과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능도 확대했다. 변경된 인도개발협력과는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에서 밝힌 대북 농축산업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통일문화과를 신설해 미래세대인 청소년 통일교양 사업을 확대추진하는 등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통일부 내 정세분석국 정보관리과를 폐지하는 대신 다른 과로 이전, 대북 정보 분석 기능을 강화시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부차원의 한반도 평화통일 정착을 위한 준비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 10월28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깜짝 초청해 경색된 대북관계에서 ‘오작교’ 역할을 맡아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청했기 때문이다. 형식은 이 여사가 박 대통령에게 ‘방북 의사’를 타진하고 박 대통령이 ‘기회를 보겠다’고 요청을 받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막후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이 여사를 연결시켜 회동이 이뤄졌다는 말이 돌면서 청와대의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는 ‘준비된’ 초청이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정일 사망 때 김정은 제1비서 만나

이 여사는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당시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난 바 있다. 또한 지난 8월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화환을 전달하면서 이 여사에 대한 방북 초청이 유효하다고 밝힌 바 있어 이 여사가 사실상 경색된 남북관계에 본의 아니게 ‘대북 특사’ 역할을 할 공산이 높아졌다. 이에 통일부에서는 11월6일 이 여사에 대한 방북 준비를 위한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승인했다. 이에 정가에서는 이 여사가 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인 12월17일에 맞춰 방북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면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여사의 방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북한 어린이를 도와주기위한 인도주의적 차원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과거 김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전후로 북한과 비밀리에 약속했던 경제적 지원에 대한 대화가 오고갈 공산이 높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공개적으로 남측에 6.15 선언과 10.4 선언 이행을 촉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국제사회에서도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북한도 이명박 정부때와는 달리 박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이 여사의 방북 여부에 따라 5.24 조치 해제등 남북 경협활성화와 대규모 대북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여사의 대북 관계에 역할이 주목받으면서 DJ를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동교동계 인사들의 행보도 아울러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난 11월3일에는 동교동계 좌장 역할을 하는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의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마쳤다. 권 고문은 팔순이 넘은 나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권 고문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탈당’ 파동을 사전에 진화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고 동교동계 일원인 문희상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키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위원장은 DJ로부터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한 동교동계 출신이다. 문 의원의 단식 중단 역시 권 고문이 ‘대선후보를 지낸 사람으로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전화를 받은 이후였다.

이처럼 동교동계의 파워가 DJ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야당에 적잖이 주고 있다. 이미 동교동계 인사들은 2009년 DJ가 서거한 이후 이희호 여사가 매주 화요일에 참배를 하자 한두명씩 동석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자리는 자연스럽게 동교동계 친목의 장이 됐고 현재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참배객도 적잖다. 현재 DJ묘소는 권 고문을 비롯해 김옥두 고문, 박양수 전 의원, 김방림 전 의원, 배기운 전 의원, 유철상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의 회합의 장소가 됐다. 이희호 여사는 정확히 11시30분이 되면 비서진의 도움을 받아 묘지에 나타난다.

DJ의 부활? 박 정권하 정치행보 ‘두드러져’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내 동교동계 인사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2012년 대선을 계기로 박 대통령을 돕고 있는 한광옥 전 비서실장과 한화갑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한 전 비서실장은 지난해 6월부터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현재 전국을 돌며 국민대통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국민통합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등 박 대통령이 주창한 국민통합에 매진하고 있다.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도 국민통합 상임고문으로 활약하며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선북한지원 후 한반도 주변 4대국의 평화협정 체결’을 설파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영토적 통일에 이르자는 주장이다. 바야흐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DJ 후광을 입은 이 여사를 비롯해 동교동계 인사들의 정치적 행보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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