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강압의 가벼움”

주한 중국대사관이 국내 공연과 관련해 월권행위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중국정부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된 파룬궁 탄압 내용이 일부 있다는 이유로 국내 공연장 허가취소를 요구해 시민단체로부터 주권침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외교라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개별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미국 신운뉴욕예술단의 방한공연과 관련해 공연장인 KBS와 경희대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월 경희대는 공연 주최자인 ㈜대기원시보 측에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2월 22일 공연하기로 했던 ‘신운뉴욕예술단’ 한국공연 대관취소를 통보했다.
주최 측이 종교단체임을 밝히지 않는 등 계약에 절차상 하자가 있고 같은 날 학내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였을 뿐 중국대사관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연 강행 때 비자발급 않겠다”
중국대사관은 경희대에 “파룬궁이 중국정부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되어 있으며 공연내용 중 중국정부가 파룬궁 수련자들을 탄압하는 듯한 장면이 있다”며 “공연허가 취소를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또 “공연이 강행될 시 경희대 학생들의 중국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현재 중국 내 한국유학생은 6만 명에 이르며 매년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국대사관이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면 학교 당국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
급기야 당황한 경희대는 ㈜대기원시보 측에 일방적인 대관취소를 통보했고, 공연장을 달리 구할 수 없었던 주최 측은 경희대를 상대로 서울북부지법에 ‘공연장 사용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복마전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북부지법은 지난 달 12일 “주최 측이 경희대에 공연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고, 사전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일방적 대관취소는 무효하다”며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공연시간 배정을 놓고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신원뉴욕예술단의 경희대공연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문제는 지난 2월26일, 27일 양 일 간에 부산공연에서 불거져 나왔다.
KBS 자회사인 KBS비즈니스와 소나타예술기획은 지난 해 11월2일 대관계약을 체결하고 행사를 진행되어 왔으나 신운예술단의 공연 내용 중 중국정부의 파룬궁 탄압을 표현한 내용이 일부 있고 대관을 허락함으로써 중국정부와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있다며 KBS 측에서 12월 17일 팩스로 ‘대관사용정지 및 대관료 반환’통지를 해왔다.
주최 측 오세열 대변인에 따르면 당시 KBS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KBS비즈니스의 이병순 사장과 강태훈 시설사업팀장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임원 비서실에서는 KBS 부산사업소장에게 문의하라는 답변만 반복했다는 것이다. KBS 자체 심의를 거쳐 체결한 대관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이례적이며 결과적으로 공영방송의 위신을 훼손하는 사건임에 분명하다는 것이다.
먼저 문제가 됐던 파룬궁 탄압 관련 내용에 대해 비나 리 신운예술단 부단장은 “파룬궁의 진선인(眞善仁)원칙은 중국 전통문화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파룬궁 탄압을 통해 현재 중국에서 전통가치가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알리고자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협의를 회피하던 KBS 측은 기획사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공연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하자 재판부에 소명자료를 보냈다.
이에 따르면 중국대사관이 지난 2006년 중화권위성방송인 NTD TV의 갈라 공연에 대해 KBS 홀의 장소제공을 하지 않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해 대사관의 압력에 의해 공연을 거부한 것을 일부분 시인했다.
공영방송 KBS도 압력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 서한이 ‘외교통상부아주태평양국’에도 보내진 것으로 밝혀져 외교당국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담당과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KBS 공연 건은 사적계약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경희대에 대한 압력행사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경희대 경우와 달리 기획사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당사자 간의 협의를 종용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된 것이다. 주최 측은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일방적인 계약파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공연무산과 관련된 피해규모는 약 10억원. 무엇보다도 공영방송인 KBS가 중국대사관의 부당한 요구에 대관계약을 취소하는 등 위신을 망가뜨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최 측은 시민단체와 함께 수신료거부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터진 티베트 유혈사태와 관련해 국제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중국, 주한 중국대사관의 잇따른 ‘오버액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 김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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