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출신 동지고동문회 시선집중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가운데 포항에 있는 포항동지고등학교(이하 동지고)가 새 명문고로 떠올랐다. 17대 대통령이 나온 고등학교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출신 고등학교로 이름을 알리며 명문고교로 자리 잡은 포항동지고. 정계에서 주목받는 동지출신 파워엘리트들과 이들을 이끄는 동지고동문회의 지난날과 오늘을 알아봤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 상고출신 대통령이다.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동지고(전 동지상업고등학교) 야간부를 수석으로 졸업하며 오늘날 동지인맥의 중심에 섰다.
1946년 동지상공중학교(5년제)로 문을 연 동지고는 1951년 동지중학교와 동지상고로 분리됐고 1989년 3월부터 지금의 인문계 동지고등학교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나온 졸업생 수는 2만1406명. 특히 1960∼70년대 졸업생 중 우수인재가 많아 재계 등에서 맹활약 중이다. 동지고 출신으로 각계각층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뛰는 그들은 누구인가?
이명박에서 박성욱까지
정치인물로는 이 대통령과 그의 친형 이상득(73)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꼽을 수 있다. 단병호(59)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병석(56)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명희(53) 포항시의회 의원(한나라당), 김원수(52) 전 포항시의회 의원 등이 있다.
하지만 단 의원은 동지고를 다니던 1967년 중퇴해 노동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뒤 2004년부터 민주노동당의 운영위원을 맡으며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재계인물은 황대봉(78) 대아그룹 명예회장, 김정행(65) 용인대학교 총장, 손기락(71) 전 LS산전 고문, 최원병(62)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황보명진(61) 모보회장, 이장우(52) 이메이션코리아 사장, 김현탁(52) 한국전자통신연구원(기반기술연구소 테라전자소자팀 팀장, 박성욱(50)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등이 주요 인물이다.
최원병 동문은 2007년 12월 27일 임시총회에서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새 농협중앙회장으로 뽑혀 화제가 됐다.
박성욱 동문은 한국과학기술원대학원을 졸업, 재료공학박사로서 하이닉스반도체 HSA담당(해외) 상무, 하이닉스반도체 연구소장 전무, 하이닉스반도체 HSA담당이사를 거쳐 2007년 5월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에 오른 주목받는 파워엘리트다.
이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지인’으로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재경동지동문회를 아십니까
동지고등학교동문회의 리더인 총동문회장은 이병석 의원이 맡고 있다. 그러나 총동문회 속을 들여다보면 재경동지동문회의 활동상이 두드러진다. 재경동지동문회는 정계 주요인물들이 총동문회와 모교에 재정적 도움을 주기위해 뭉친 모임이다.
이 대통령은 2000년부터 2005년 까지 재경동지동문회장(11~13대)을 지냈다. 이상득 의원 역시 1992~1995년 회장(7~8회) 직을 맡았다.
동지인들이 말하는 ‘최고’의 재경동지동문회장은 누구일까. 총동문회 임원들은 한결 같이 이 대통령을 꼽는다.
가장 활발하게 했다는 견해다. 동문회란 젊은 동문들이 소외받기 쉬운 점을 들어 이들이 적극 동참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회장직에 오르기 전까지 재경동문회는 사무실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모일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찾아오는 동문들을 인간적으로 대해 젊은 층과 나이든 동문들이 공유하는 만남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동지동문회는 정계를 떠나 어떤 자리에 있는 동문이라도 모임에 꾸준히 나온다. 만남을 통해 교류해야 누구든 소속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또 “언론에서 그가 모든 음식을 안 가리고 잘 먹는다고 했는데 중요한 점이 빠졌다”면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다.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감사한 마음으로 동문들을 대했다. 이런 가운데 서로 아끼는 동문회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총동문회는 3억2000억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했다. 소속감과 감사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문회는 출세관문 아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학교동문회가 마치 출세관문으로 비춰질까봐서다. “예전 정치의 어두운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학연에 줄을 대는 등 인맥에 기댔던 때가 있었다. 대통령을 배출한 동지고총동문회에선 언행이 어긋나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이 나온 동문회는 파워엘리트그룹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대통령에게 폐가 될까봐 동문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힘쓰는 만큼 우린 동문들도 흐름을 같이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재경동지상고동문회 및 총동문회홈페이지엔 역대회장에 대한 기록을 빼곤 이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물론 어떤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자칫 오해를 받을까봐서다.
이 대통령은 예전부터 어느 때 어느 곳에서건 당당히 ‘상고출신’이라 고백한다. 이런 모습들이 동지인들을 하나로 묶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게 동문들의 분석이다.
동지상고는 옛 상업고교가 아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바뀌었다. 그러나 대통령을 배출한 명문고로 평가받는 가운데 동지인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병석 포항동지중·고 총동문회장을 만나다
“모교엔 영광, 온누리엔 동지혼”
이명박 대통령이 나온 포항동지고가 요즘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신임 총동문회장으로 선출된 이병석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만나 ‘동지인들’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4·9총선을 앞두고 표밭갈이에 한창인 이 회장은 “대통령을 배출한 고교총동문회장 자리인 만큼 자부심과 함께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와 MB는 어떤 인연으로 이어져 있을까. 중학교만 다를 뿐 두 사람 다 ‘영흥초등학교-동지고-고려대학교’로 이어지는 동문관계다.
그러나 정작 끈끈한 인연 시기는 이 회장이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던 김영삼 대통령 시절이다.
그 때 국회의원이었던 MB를 만나고부터 후원회장으로 뛰었다.
동문회장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이 회장은 올해를 동지중·고 발전에 중점을 두고 ‘모교엔 영광, 온누리엔 동지혼’이란 캐치프레이즈를 선언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대통령 당선인 배출을 계기로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이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지동문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동문모두가 단결해 사회가 발전되도록 MB를 지지하되 어떤 이득도 바라지 말자는 뜻도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이 재경동문회장직을 맡았을 때 번듯한 재정동문회사무실을 만들고 특유의 조직결속력과 추진력으로 동문회 조직 강화에 힘썼다고 했다.
이 회장 역시 동지동문회 발전을 위해 △‘동지회보’ 발간 △회원명부 재발간 △회관건립추진위원회 활성화 △장학기금조성 활성화 △모교 명예선양 △모교 지원사업 등 많은 과제들이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은 “동지동문회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회원들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바란다”고 부탁했다.
오는 5월이면 연래행사인 총동문회체육대회가 열린다. 수많은 동문가족들이 모이는 만큼 궁금했던 사람들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지역별·직업별 동문 만남도 매달 이어지고 있다.
동지인들의 이 같은 끈끈함으로 지난 대선 때 적잖은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전국 2만 여명 동지인들이 똘똘 뭉쳐 뛰었기 때문이다.
송효찬 기자 s250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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