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실종 어린이’ 이혜진 양 범인
안양 ‘실종 어린이’ 이혜진 양 범인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3-19 09:49
  • 승인 2008.03.19 09:49
  • 호수 725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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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추적 “성범죄 표적 됐을 것”
이혜진양의 시신이 발견되 지점(동그라미 부분)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양에서 우예슬(8·초등학교 2학년)양과 함께 행방불명됐던 이혜진(10·초등 4학년)양이 실종 79일 만인 13일 결국 주검으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10토막이 난 이양 주검은 야산에 묻힌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양과 우양을 찾기 위해 안양시 전체를 이 잡듯 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양의 시신은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 호매실 나들목 부근 야산에서 발견된 이양은 부패가 심해 신원확인조차 힘든 상태였다.

이양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우양의 생존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에 범죄전문가들은 이양을 살해한 범인이 안양과 수원의 지리에 밝은 '소아기호증' 환자라 보고 있다.


“범인은 수원 살며 안양 자주 오가는 사람”

이양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인 12월 25일 오후 3시 30분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우양파크빌 놀이터에서 우양과 함께 친구들과 놀다 헤어졌다. 그 뒤 이양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양과 우양은 오후 4시 10분께 안양8동 안양문예회관 앞 야외공연장을 지나는 모습이 CCTV(폐쇄회로화면)에 잡혔다. 이어 오후 5시께 문예회관 인근 상가주인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자취를 감췄다.

두 어린이가 실종된 뒤 경찰은 수사본부를 차리고 연인원 2만4천여 명을 동원, 안양시 전체를 돌며 대대적 탐문과 수색작업을 벌였다.

또 경찰은 100명이 넘는 베테랑형사를 동원, 두 어린이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실마리는 고사하고 생사여부도 확인하지 못했다. 실종되던 날 착·발신된 1만7천여 건의 휴대전화번호와 전과자들 전화번호를 대조하며 범인검거에 나섰지만 이 역시 헛일이었다.

경찰은 일단 범인이 이양과 우양의 집이 있는 안양6동이나 실종현장인 안양8동에 살고 수원에 연고를 둔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인은 ‘소아기호증’ 면식범

경찰 관계자는 "납치가 아닌 이상 초등학생 2명이 대낮에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은 드물다. 이를 미뤄 두 어린이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을 따라 갔을 수도 있다. 이양과 우양 이 알던 사람을 따라 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식범이 아니라 납치에 따른 살인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와 눈길을 끈다.

경찰대 표창원(42) 교수는 “범인이 실종 장소 부근에 시신을 암매장했다면 면식범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곳에 시신을 묻었다면 면식범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범인이 수원에 산다면 주변의 가까운 곳을 범행 장소로 골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범인은 수원에 살며 안양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표 교수는 또 “범인이 옮겨 다닌 경로만을 놓고 볼 때 경기남부일대인 수원, 안양, 안산, 용인 등지가 생활권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시신을 암매장하는 건 범행을 들키지 않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짓이다. 이에 범인들은 지리를 몰라 확신이 서지 않는 낯선 곳엔 시신을 묻는 예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면식범이 아닌 다른 범인이 차를 이용, 납치했을 수도 있다. 이에 경찰은 두 어린이의 실종 장소 주변인 안양6동, 8동 15개 지점에 있는 CCTV화면과 범인의 예상이동경로(안양시 안양8동-수원시 호매실동)인 1번 국도와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 등지에 설치된 CCTV화면을 비
교하며 용의차량을 찾고 있다.

또 경찰은 범인이 시신을 토막 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범죄 심리전문가들에 따르면 범인이 시신을 토막 내는 건 대부분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 범인이 수원에 사는 사람으로서 걸어서 시신을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표 교수는 이에 대해 “시신을 토막 내는 건 운반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을 속이려는 목적도 있다.

따라서 범인은 연쇄살인범 유영철 처럼 주변에 이웃이 많은 거주지나 번화한 곳에 살고 있어 토막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 소행일 수도

경찰은 이양의 옷가지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두 어린이가 성범죄의 표적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이 산에서 살해당한 뒤 암매장됐다면 옷가지가 발견됐을 테지만 이양의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봐서 다른 곳에서 살해
돼 옮겨졌을 것으로 본다”면서 “국과수 검사결과 숨진 지 두 달여가 넘은 것으로 드러나 실종직후 살해된 것 같다. 우양도 피해를 당했다면 이양과 비슷한 날 변을 당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방불명됐던 이양이 주검으로 발견되자 안양 일대에선 여러 추측과 소문들이 나돈다. 이중 귀를 솔깃하게 하는 건 외국인노동자에 의한 범죄가능성이다.

안양과 안산엔 외국인노동자들의 많다. 국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외국노동자의 집’도 안양에 있다.

문제는 이 두 곳의 외국인범죄가 심각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산은 원곡동을 중심으로 외국인범죄, 특히 성범죄가 수시로 일어나 부녀자들의 밤길을 불안케 만든다.

주목할 점은 여자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사건만도 100여건이 넘는다는 것.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외노연대)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의 성범죄가 날이 갈수록 크게 늘고 있고 수법 또한 무자비해지고 있다.

이런 사정은 안양도 마찬가지다. 안양은 안산보다 범죄발생빈도는 덜하지만 외국인들의 범죄가 꾸준히 느는 곳 중 하나다.

이번 사건이 외국인노동자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양과 우양이 실종된 곳에서 머잖은 곳에 이슬람사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수원 등 경기 남부에 사는 이슬람계 외국인노동자일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외노연대 관계자는 “안산에서 일어난 외국인노동자들 강력범죄 중엔 토막살해사건이 한두 건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외국인노동자들의 소행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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