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소녀 짓밟은 '짐승들'
15살 소녀 짓밟은 '짐승들'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03-14 09:58
  • 승인 2008.03.14 09:58
  • 호수 724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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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에 의한 강간을 소재로 한 영화 의 한 장면.

최근 한 초등학생이 4년 동안 10대와 20대 5명에게 차례로 성폭행 당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자는 15살 김 모양. 경찰조사에 따르면 김양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4년부터 중학생이 된 최근까지 친구오빠와 인터넷동호회 운영자, 전직 모델업계 종사자 등 5명에게 성노리개 취급을 받은 것으로 밟혀졌다. 더구나 가해자들은 '성관계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협박까지 해가며 김양을 괴롭혀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 김양은 그 후유증으로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해싿. 꿈 많은 사춘기소녀의 인생을 짓밟은 파렴치한들의 범행전모를 들여다본다.

서울 모 초등학교 5학년이던 김양은 시원시원한 외모에 학급임원을 맡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었다.

선생님 심부름 갔다 봉변

끔찍한 악몽이 시작된 건 2004년 12월. 담인선생님의 심부름을 맡아 같은 반 친구 집에 찾았던 김양은 그곳에서 변을 당했다.

친구가족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역시 손님으로 와있던 유모(22)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악몽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유씨는 "성폭행사실을 주위에 알리겠다"며 막내동생뻘인 김양을 협박, 두 번 더 강제로 관계를 가졌다.

유씨의 파렴치한 생각은 계속 됐다. 얼마 뒤 그는 친구 오모(21)씨에게 김양을 소개했고 오씨 역시 김양을 강간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오씨의 여동생이 김양과 같은 반 급우였다는 사실이다.

친구오빠들에게 연이어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은 김양은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았지만 글러지 못했다. 부모님이 사실을 알게 될까 두려워서였다.

2005년 1월 김양은 음악관련 인터넷동호회에 가입, 게시판에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 글은 김양의 몸과 마음에 다시 상처를 줬다.

동호회운영자인 백보(18)씨와 친해진 김양은 부모님, 선생님보다 더 편한 대화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살갑게 말을 걸어주는 백씨에게 김양은 오래지 않아 마음을 열었다.

그때까지 성폭행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김양은 '친오빠' 같은 백씨에게 게시판에도 쓰지 못한 아픔을 털어놨다. 인터넷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눈 백씨가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다"며 김양을 위로한 것은 물론이다.


'위로해주겠다' 유인해 겁탈

백씨는 힘들어하는 김양에게 "직접 만나서 위로해주고 싶다"고 했고, 김양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백씨는 자신이 다니던 서울 자양동 모 고등학교 공터로 김양을 유인, 겁탈했다. '믿었던 오빠'가 순식간에 세번째 강간마로 돌변한 것.

그 뒤에도 백씨의 배신은 끝이 없었다. 그는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초등학생과 자봤다'는 말을 자랑삼아 퍼트렸다. 소문을 들은 정모(18)씨가 백씨에게서 김양 전화번호를 얻었다.

정씨는 곧 김양에게 접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한번 만나자'는 정씨 요구에 김양이 응하지 않자 그는 "불안하면 친구를 데려와 여럿이 함께 놀자"며 김양을 꼬드겼다. 그래도 김양이 만나주지 않
자 정씨는 '성폭생사실을 인터넷에 퍼트리겠다'며 피해자를 겁줬다.

처음 김양을 괴롭힌 가해자들과 똑같은 수법을 쓴 것이다. 결국 협박을 못이긴 김양은 정씨를 만났고, 서울 종로구 정씨 집으로 끌려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또 가져야했다.


'모델 시켜준다' 미끼로 추행

기구한 김양의 시련은 중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2월까지 이어졌다. 길거리에서 자신을 '모델 에이전트'라고 소개한 김모(26)씨를 만난 게 화근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한때 모델업게에 종사했던 스태프로 지금은 전혀 다른일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또래보다 큰 키에 시원스런 얼굴을 한 김양에게 접근, "모델을 시켜주겠다. 편하게 이야기 좀 나누자"며 근처 찜질방 안 DVD상영실로 데려가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김양이 학교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알려지게 됐다. 혼자 괴로워하던 김양은 경찰서를 찾아갈까 고민했지만 부모가 충격을 받을까 두려웠던 것. 결국 김양은 선생님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충격적 사실을 전해들은 마포 경찰서는 곧장 김양을 성폭행한 5명을 잡아들였다. 경찰은 미성년자 성폭행한 혐의로 유씨와 백씨, 정씨를 구속했다. 또 군인신분인 오씨는 수사내용을 군 헌병대로 통보했다.

불구속 입건된 김씨는 성폭행 혐의내용을 인정하지 않아 재판이 진행중이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신체 일부를 만진 것은 맞다. 하지만 성폭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 바꿔 달라" 부모에 매달려

김양은 사건이 알려지자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서울 마포경찰서 형사과관계자는 "무엇보다 부모님이 사실을 알았다는 게 제일 충격이었던 것 같아. 경찰서에서 면담을 한 피해자어머니도 진술 내내 눈물을 쏟아내 안쓰러워 못 볼 지경이었다"고 진술했다.

김양 어머니는 경찰조사에서 "딸이 자다가 울면서 깨어나 집밖으로 뛰쳐나간 적도 여러 번이다. 성폭행후유증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술했다.

어머니는 또 "딸이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고 울면서 매달렸다. 정신적 충격이 너무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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