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훈련부터 체질개선에 방점…명장 감독들 줄줄이 낙마 우려 발목
한화팬 김 감독 영입 위해 1인 시위까지…구단의 자세변화 촉발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 시즌도 역시 꼴찌의 멍에를 써야 했던 한화 이글스가 팬들의 요구에 화답하듯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을 전격 영입하며 리빌딩의 불시위를 당겼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를 떠난 지 3년 2개월 만에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했올 시즌 4강이 가려지면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구단들은 저마다 리빌딩을 외치고 있다. 이에 5위부터 9위까지 각 팀은 사령탑 교체작업에 분주하다. 이중 유일하게 재신임을 받았던 KIA 타이거즈의 선동렬 감독마저 팬들의 항의를 못이겨 자진 사퇴하면서 개혁 돌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한화는 김응용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 사령탑 물색에 나섰다. 그러자 한화 팬들의 관심은 차기 감독에 쏠렸고 적임자로 과거 태평양, 쌍방울, LG, SK 등 뒤에서 흐트러진 팀을 단숨에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김성근 감독에게 기대감이 쏠렸다. 결국 ‘부처’와 같은 마음을 가졌던 한화 팬들은 적극적으로 나섰고 다음 아고라 청원 및 한화 본사 앞 1인 시위까지 벌였다.
이에 한화는 팬들의 요구에 화답하듯 김 감독을 제 10대 사령탑으로 앉히며 ‘독수리 날개펴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달 2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 참석해 “승부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내년에 날개를 펴고 날 수 있는 독수리가 되기 위해 오늘부터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내년 가을 가장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감회가 새롭다. 역시 야구장이 좋다”고 말했다.
그에게 대전구장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 코치로서 지도자의 삶을 시작했던 곳이 바로 대전이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대전 야구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합류한 것은 까마득한 7년 전 일이었고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거액을 쏟아 부었지만 2012년부터 내내 꼴찌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김 감독은 선임과정을 잘 아는 터라 기대와 함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는 “감독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놓고 있었다. 그런데 한화 팬들이 힘을 다해 응원해주신 덕분에 야구장에 돌아올 기회를 얻었다”면서 “결과를 의식하면서 야구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한화를 다시 일으킬 기회가 주어졌으니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치진 교체, 팀 개혁 신호탄
독수리의 비상을 위해 김 감독은 고양 원더스에서 함께 한 김광수 수석코치를 비롯해 박상열 수석코치, 아베 오사무 타격코치 등 김성근 사단으로 코치진을 빠르게 교체하며 팀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김 감독은 “빠르게 취임이 결정되면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며 “모든 것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마음에 그런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송진우 투수 코치에 이어 정민철 투수 코치가 한화를 떠나면서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출신으로 독수리 군단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던 두 코치가 팀을 떠났다.
송 코치의 경우 김 감독이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정 코치는 당초 김성근이 이끄는 코치진에 이름이 포함됐으나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팀 레전드 들이 떠나면서 장종훈 코치만 남게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이 아베 타격코치를 데려오면서 장 코치도 1군 타격코치로 남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김 감독 체제의 첫 단추가 끼워진 이후 한화는 지난달 29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 달간 ‘2014 마무리캠프’를 차렸다. 김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혹독한 훈련을 통해 팀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유망주 육성에 관심을 쏟을 계획이다.
이에 통상 1군 주축 선수들을 제외한 젊은 선수 위주로 꾸리는 관행을 깨고 김태균과 정근우, 최진행 등 주전들이 모두 일본행 비행기에 탔다. 김 감독은 마무리 훈련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 감독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지 않냐. 그만큼 올라갈 희망이 있다”며 “과거를 모두 놓아야 한다. 이제부터 주전과 후보는 없다. 팀 승리가 중요하니 개인에 매달리는 야구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태균을 빗대어 지옥훈련을 예고했다. 그는 “욕심 같아서는 FA선수들을 모조리 데려오고 싶다. 막상 들어와 보니 한화에 나이든 선수가 꽤 있다”면서 “투수들은 젊은 선수가 많지만 야수는 나이든 선수가 많다. 이 선수들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른 두 살 김태균을 20대로 만들기 위해 그가 당분간 3루에서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수비 훈련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한화는 수비에 고질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대전구장 외야가 넓어지면서 외야수들이 공을 잡으러 다니는지 쫓아다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마무리 훈련에서 5일 중 이틀은 수비만 할 것이다. ‘필딩 데이’를 잡고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이에 투수를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비를 하겠다. 수비가 받쳐주는 정도에 따라 투수도 살아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유망주 육성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이를 통해 내부 전력 보강의 한 방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는 “선수들이 악착같이 경기를 하더라. 이정훈 감독이 그렇게 키운 것 같았다. 젊은 아이들 중 빠른 아이들이 많이 있다. 자주 2군에 가서 선수들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올 시즌 한화에게 외국인 선수 3명의 활약이 절실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김응용 전 감독도 거론했을 정도다. 김 전 감독은 “외국인 투수 두 명만 마음에 드는 선수로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야수 펠릭스 피에를 제외하고 앤드류 앨버스는 올 시즌 27경기에 등판해 6승(1완봉승) 13패 평균자책점 5.84를 기록하며 부진했고 케일럽 클레이는 일찌감치 짐을 쌌다. 클레이를 대신해 지난 6월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은 라이언 타투스코도 14경기에 등판해 2승 6패 평균자책점 7.07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기존 외국인 선수들의 잔류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는 “올해 한화 외국인 선수들이 공을 던지는 것을 봤는데 볼 때마다 스트라이크를 잘못 던지더라”며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에서 중요하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팀 사정에 맞는 외국인 투수가 필요하다”고 말해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명장 무덤 속 해피엔딩 꿈꿔
이처럼 김 감독은 무거운 책임으로 한화를 맡은 만큼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팀의 재건을 하루 속히 이루겠다는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다. 더욱이 한화가 김 감독을 영입하기까지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김 감독에게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화가 명장들의 무덤으로 바뀐 지 오래여서 김 감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는 팀을 재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화는 김 감독이 취임하면서 김영덕, 김인식, 김응용 등 프로야구 명장 4金이 모두 거쳐간 유일한 팀이 됐다. 그러나 앞서 3명의 감독들은 자신의 명성과 다르게 한화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고배를 마셨다.
김영덕 전 감독은 프로 원년 OB와 1985년 삼성의 통합 우승을 달성했지만 1988년부터 1993년까지 6시즌 동안 한국 시리즈에 4차례나 올랐으나 해태에 막혀 우승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김인식 전 감독의 경우 1995년, 2001년 두산을 두 차례 우승시켰지만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시즌 동안 2006년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을 한 것이 전부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김응용 전 감독 역시 두 시즌 한화 지휘봉을 잡았지만 2년간 꼴찌를 기록하며 옷을 벗어야 했다.
이에 김 감독이 한화 징크스를 깰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감독은 김응용 감독이 만들어 놓은 팀을 내가 이어 받았다“면서 ”2년간 잘 정비해놨기에 내가 인수해서 잘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한화는 김영석, 김인식, 김응용 감독에 이어 나까지 이름 있는 감독들이 거쳐간 구단이다. 내가 가장 마지막에 왔는데 반드시 업적을 이뤄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혼수상태 한화 “SK 성공처럼…”
이 때문에 김 감독이 앞서 수많은 팀에서 발휘했던 지략들이 다시 한 번 성공의 열쇠가 될지도 큰 관심사다.
특히 2007년부터 SK 와이번스 감독을 맡았던 김 감독은 특별한 스타급 선수가 없어도 고른 전력 분포와 한 템포 빠른 주루 플레이, 치밀하게 계산된 수비를 통해 공수 이면에서 상대팀을 숨 못 쉬게 만드는 집요한 야구로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바가 있다.
더욱이 김 감독은 당시 조련을 통해 스타급 선수로 거듭난 정근우, 이진영, 김관현, 정대현 등을 배출하면서 야신의 본성을 드러냈다.
최근까지 몸담았던 고양 원더스에서도 프로 진출이 좌절된 선수들을 재기시키면서 야구팬들에게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이에 성장해줘야 할 선수들이 기대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한화에게 선수 조련에 탁월하고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의 지도가 절실하다.
이와 더불어 주관이 뚜렷해 구단 프론트와 수뇌부들이 부담스러웠던 김 감독을 한화 팬들의 적극적인 구애를 통해 다시 프로야구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이번 한화의 결단이 성공해야 각 구단들이 팬심을 인식하는 관점에 대변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한화지만 다음시즌을 위해 구단과 팬심이 하나로 뭉친 만큼 김 감독의 지휘 아래 매서운 독수리의 비상이 이뤄져야 하향평준화 우려를 안고 있는 프로야구의 재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김 감독이 험난한 고난길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길 기대해 본다. 다. 하지만 여전히 꼴찌 한화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록의 김응용 전 감독도 무너진 한화를 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던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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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