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피부는 건성인가요? 지성인가요?”
피부과 의사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이렇게 질문하는 여성들은 사실 본인의 피부상태를 잘 알고 있다. 피부상태에 맞는 화장품도 이리저리 바꿔 사용하며 적합한 제품을 찾는 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깨끗한 피부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건강의 상징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얼굴에 난 트러블을 여드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명 이전의 시대에는 피부 트러블을 피부병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내적 상태를 반영한다고 생각해 성적인 선택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겪었다. 깨끗한 피부를 선호하는 현상은 현대의 외모지상주의 때문만이 아니다. 건강한 배우자를 선택해서 자손을 번식시킨 선조의 선택이었다.
지성피부는 트러블이 많고 여드름으로 인한 흉터가 문제가 된다. 지성 피부는 울긋불긋한 여드름, 여드름이 남기고 간 깊은 흉터, 면포 같은 블랙헤드 등으로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특히 불규칙하게 패인 여드름 흉터는 깨끗한 외모로 보이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 탄력도 저하된다. 세안 이후 시간이 지나면 금세 번들거림이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지성피부는 건성피부를 부러워 할 수밖에 없다.
건성피부는 지성과는 달리 피지선이 적어 피지분비량 자체가 적다. 때문에 사춘기나 이후에 피지 분비량 증가로 겪는 피부 트러블과 여드름의 괴로움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얼룩덜룩한 여드름이나 트러블이 적으므로 멀리서든 가까이서든 균일한 색을 가지고 있다. 지성피부와 달리 블랙헤드라고 불리는 피지가 고인 면포도 적어서 가까이서 봐도 피부가 깨끗하다. 모공의 넓이도 비교적 좁은 편이기 때문에 대부분 건성피부를 부러워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성피부를 가졌다고 해서 좌절하긴 이르다. 피부의 상처가 회복될 때는 피지선 주위의 세포가 분화해 상처를 회복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피지선이 많고 피지 분비가 활발한 지성피부는 상처가 났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여드름과 트러블을 적절하게 치료받아 여드름 흉터를 남기지 않았다면 30대 이후에는 달라진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여드름 흉터가 잘 치료된 지성피부를 가진 사람이라면 30대 이후의 피부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얼굴에 다양한 상처를 입는다. 햇빛으로부터 받는 작은 상처도 물론 있다. 화장을 하고 지울 때, 힘 줘 빡빡 세수를 할 때, 선 블록·필링제·스크럽제 사용도 피부에 작은 상처를 남긴다. 의도적으로 필링제와 스크럽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화장품 안에 이미 이런 성분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바르자마자 살결이 부드러워 지는 화장품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상적인 생활로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이런 자잘한 상처들은 지성과 건성을 가리지 않고 계속 나타난다.
지성피부는 특유의 회복력으로 빠른 시간 안에 이런 자잘한 상처를 복구한다. 금세 피부가 복구되지 않으면 상처회복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때 피부는 염증 후 색소침착이라는 과정을 통해 기미와 같은 색소를 만들어낸다. 건성일수록 이런 작은 상처들에 취약하기 때문에 얼굴에 색소가 생길 확률이 지성보다 높게 된다.
회복이 느린 피부는 노화에 의한 피부복구 속도도 느리다. 피부가 가진 좋은 성분들을 잃어버려 잔주름이 빨리 생기고 자글자글한 느낌이 심해진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서 피지선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노화현상은 가속화 된다. 서른이 넘어가면 이런 현상은 더욱 빨라진다. 그동안 피부가 좋았다고 자부하던 건성피부는 서른을 기점으로 쉽게 피부노화가 진행될 수 있다. 피부 운명이 역전 되는 것이다.
피부노화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건성 피부라면 필링제, 스크럽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핸드마사지를 받는 횟수도 줄여야 한다. 진한 화장을 하면 지울 때 자극이 심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평소 옅게 화장을 하는 편이 좋다. 또 물을 많이 마시고 마스크팩과 수분팩, 미스트의 도움을 항상 받아 피지선의 역할을 수동으로 대신해야 한다. 피부의 필수 성분을 되살려줘 유·수분 밸런스를 갖추게 해주는 시술도 많이 개발됐다. 혼자만의 관리가 힘들다면 병원의 도움도 건성피부의 노화방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라렌 피부과성형외과
한상혁 대표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한상혁 원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