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무진 회장 지분 전량 넘긴 뒤 연봉·배당금 ‘폭증’
“잇속 챙기기 심하다” 지적에 회사 측 “개인적인 일”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지난해 대한민국 10대그룹 총수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총액은 2445억 원이다. 최저시급 5210원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일일 24시간씩 1년 365일 내내 일만 했을 때, 5431년 뒤에나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단, 월급을 한 푼이라도 쓰거나 잠을 한 시간이라도 잔다면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러한 현실에 혹자는 “기업들은 부익부만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재분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자기 배만 불린 재벌’들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부익부빈익빈’의 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영풍제지(부회장 노미정)를 살펴본다.
영풍제지는 중견 제지전문 기업이지만 사실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불리는 이야기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세간에서 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올해로 80세를 맞이한 이무진 영풍제지 회장의 35세 연하 아내가 회사의 지분 전량을 손에 쥐게 된 사연이다.
1970년 설립된 코스피 상장기업 영풍제지는 주로 지관용 원지와 라이나 원지 등을 생산하고, 2011년 기준 자산 1105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1156억 원과 36억 원을 기록하는 등 튼튼한 중견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조용하던 영풍제지는 지난해 1월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무진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 51.28% 전량을 자신보다 35세나 어린 아내 노미정 부회장에게 넘겨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미정 부회장은 기존에 보유 중이던 지분과 더해 55.64%의 지분을 확보하며 단숨에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40대 중반 나이의 노미정 부회장은 단숨에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증여일 종가 주당 1만6800원을 기준으로 삼으면 총 증여가액은 207억 원이었고, 이로 인해 사실상 노미정 부회장이 영풍제지의 주인이 된 셈이다. 그러나 단순히 한 중견기업 회장이 자신의 아내에게 지분을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불과 5년이었다는 점, 이무진 회장과 전처 사이에 장성한 두 아들이 있었음에도 현재 아내 노미정 부회장에게 지분 전량을 넘긴 점 그리고 영풍제지가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극도로 밝히기 꺼려하는 점 등은 대중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러한 소란 이후 행보 역시 탐탁치가 않다. 노미정 부회장의 등장과 동시에 영풍제지의 아내 밀어주기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서 최대주주 변경 지연공시의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거침이 없었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살펴보면 영풍제지는 지난해 상반기 등기이사 2인(이무진 회장, 노미정 부회장)에게 지급한 임원 보수는 17억940만 원을 기록했다. 시가배당률은 12%에 달했고 그동안 9~16%대 머물던 배당성향도 44%로 상승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미정 부회장은 배당금으로 약 25억 원(세전)을 확보하게 됐다. 그야말로 노미정 부회장에게 모두를 퍼주다시피 한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과감하게 나타난다. 폭탄 배당의 과거를 보면 2011년 250원이었던 주당배당금이 갑자기 2000원으로 훌쩍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총 배당금 규모도 5억 원을 넘기는 일이 없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총 배당금은 약 37억 원으로 7배가 넘게 급상승했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했다. 이것이 노미정 부회장이 약 25억 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임원 연봉도 지난해 이무진 회장은 총 14억9400만 원, 노미정 부회장은 11억6700만 원을 가져갔다. 2010년과 2009년 각각 이사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5200만 원, 1억700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사이 임원 연봉이 10배나 올랐다.
더욱 이해되지 않는 점은 영풍제지의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2012년 82억 원까지 올랐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6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매출액도 943억 원을 기록해 2009년 이후 처음 1000억 원을 넘기지 못했다.
대답 없는 의문들
아울러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의 대규모 주식담보대출도 주목된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90% 이상을 담보로 잡혔기 때문이다. 노미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등극한 이후 영풍제지의 행보에 계속해서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노미정 부회장은 최근 주식담보대출을 일부 상환하고, 신규 대출을 받았다. 하나대투증권에서 8만5106주를 담보로 10억 원을 대출했던 것을 갚은 뒤 현대증권을 통해 11만1000주를 담보로 다시 10억 원을 대출했다.
결국 모두 계산하면 노미정 부회장의 총 지분 중 대출에 담보 잡힌 주식의 비율이 90% 수준 이상이다. 올해 받아간 대출금만 따져도 81억 원을 육박하고, 주식 증여를 받은 후인 2년간 받은 대출금을 모두 더하면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를 두고 대부분은 증여세 납부가 목적이 아니겠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3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증여는 증여세가 50%에 달해, 노미정 부회장이 납부해야 할 증여세(약 80~100억 원 추정)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어떤 방식으로든 영풍제지가 최대주주 변경과 비슷한 시점부터 보인 행보에 대해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노미정 부회장이 자기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100억 원대에 이르는 주식담보대출의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영풍제지 측도 아무 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영풍제지 관계자는 “증여와 관련된 사항은 모두 이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번 담보대출과 배당금과 관련된 질문에는 “개인적인 문제가 들어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공개해줄 수 없다”면서 “다들 알고 있지 않냐.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에둘러 말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