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 후보의 포기와 후배의 발언, 각종 의혹 키워
내항 개항·송도 신항 활성화 등 당면과제 해결 가능할까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유창근 전 현대상선 부회장이 인천항만공사 4대 사장에 취임하면서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청와대의 지목을 받아 선임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한 유력 인사가 유창근 신임 사장을 내정해 공사 쪽으로 통보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반대 측은 “첫 민간기업 CEO 출신 사장을 선택해 해피아 인사라는 지적을 피한 것과 같이 정치권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소문의 발단은 항만공사 사장으로 유력하다고 평가됐던 해양수산부 출신 정모씨가 돌연 면접에 불참하면서 시작됐다. 유정복 시장의 지지를 받고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가 면접을 포기한 정모씨가 자신의 지인을 통해 낙하산에 밀렸다는 하소연을 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사건 발단이다.
아울러 정모씨가 임원추천위원회가 실시한 사장 면접에 나오지 않은 이유 역시 표면적으로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함이었지만 실상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인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크다.
우선 이를 강력이 주장하는 이는 역시 정모씨의 지인이다. 해당 지인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모씨가 한 인사로부터 ‘이미 사장이 내정돼 있다.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이러느냐’는 말을 듣고 면접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정모씨는 ‘임원추천원장이 서류심사 날 늦은 밤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고, 3순위 내정자 명단까지 내려왔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지역 시민 단체와 정·관계, 항만업계 관계자들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핵심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해 유창근 사장을 지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도 지역 공사를 정치판으로 생각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역 항만단체 관계자 역시 “인천은 내항 개방과 다음해 개장하는 송도 신항활성화 등 현안이 많은데 아무것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열을 올렸다. 또 “그동안은 해피아 인사들이 와서 임기만 채우고 정계로 진출하거나 제 살길을 찾아 갔는데, 이번에는 정부 낙하산이 왔다. 인천을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유창근 사장은 인천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고, 공모 기간이 매우 짧았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했다.
실제로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후보 2명을 추천해 해수부 장관이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지만 유창근 내정자를 단수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다. 장관 심사가 보통 1~2주가량 걸리는 점을 비교해 봐도 이번 사장 선임은 그를 단수 추천한 지난 23일 당일 결정이 돼 의문을 남긴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역시 논평을 통해 “현직 새누리당 인천지역구 당원협의회장이 유정복 시장의 사실상 승낙을 받아 응모했으나 청와대가 이미 기업 출신을 낙점했다는 소문을 듣고 중도 포기했다고 한다”고 상황을 알렸다.
이어 “해당 인사가 청와대 낙하산 인사에 밀리면서 그동안 유정복 시장이 그토록 강조해온 청와대와 통하는 힘 있는 실세시장이 허언이었음이 입증됐다”면서 “청와대가 정식 선정절차를 뛰어 넘어 인천과 전혀 연고가 없는 ‘듣보잡’ 인물을 내정해 앉힌 것도 비상식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결국 유창근 사장이 해운, 물류분야에는 밝은 전문가일지 몰라도 인천의 항만 분야가 내항 재개발, 신항 활성화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는 점이 염려되고 중앙정부로부터 홀대를 받아왔다는 지역 여론이 팽배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인천시당 관계자는 “항만공사 자체가 지역보다 중앙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영역”이라면서 “유정복 시장이 힘을 실어준 인사를 밀어낼 수 있는 곳은 청와대 한 곳이기 때문에 이러한 의혹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기도 했다.
논란에 대한 반박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이를 부정하는 의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임원추천위원회 등은 절대 인사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또 일부 언론을 통해 정모씨가 “사장이 될 가능성이 없어 보여 스스로 물러선 것이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라고 밝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창근 사장도 지난달 29일 “주변 사람들이 그동안의 경험을 고려해 응모하라고 권유해 사장 공모에 응모한 것”이라며 청와대 내정설 등을 부인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아직까지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각자의 설명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인천항만공사는 그동안 계속해서 해피아 논란이 있었던 차라 의심의 눈초리가 높아진 상태라는 의견도 있다. 인천항만공사 제1대 서정호, 제2대 김종태, 제3대 김춘선 전 사장 등은 모두 해양수산부 출신이다.
유창근 사장이 첫 비(非)해피아 출신 사장인 것이다. 유창근 사장이 첫 민간 기업인 출신으로 정부와 지역사회, 각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만족 시킬 수 있을 지 역시 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유창근 사장이 이러한 당면 과제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만 있다면 현재 일고 있는 청와대 낙하산 설 역시 충분히 수그러들 수 있을 전망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