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한국시장 전략 선회?
외국계 은행, 한국시장 전략 선회?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11-03 13:13
  • 승인 2014.11.03 13:13
  • 호수 1070
  • 2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년 만에 행장 바꾸는 SC

실적 부진·초호화 생활 논란에 꼬리자르기식 교체
첫 한국인 선임 예정…외국인 행장 시대 막 내리나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아제이 칸왈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회장 겸 한국SC은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 4월 취임한 지 6개월 만의 교체다. 그러나 칸왈 행장은 동북아시아 지역 총괄본부 최고경영자(CEO)직과 SC은행 상임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사실상 SC은행 경영에 어느 정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SC금융이 실적 부진과 칸왈 행장의 초호화 생활 논란으로 인해 급하게 행장을 바꾸는 것이라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SC은행이 반년 만에 행장을 교체한다. SC은행 측은 “현 칸왈 행장은 동북아 지역 총괄대표직에만 전념하고 한국 비즈니스를 이끌어 갈 후임 행장은 관련 절차를 거쳐 한국인 행장이 임명될 계획”이라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SC은행이 한국인 행장을 선임하는 것은 2005년 한국진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새 행장 후보로는 박종복 소매금융본부 부행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행장은 대표적인 SC은행 영업통으로 꼽힌다. 강남 PB센터 부장 및 본부장, 소매사업1본부 상무와 프리미엄사업부 상무, 소매채널사업본부 전무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수익성 급감에 상반기 적자 전환

내부에서는 이러한 박 부행장에 대한 기대가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순이익 급감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SC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38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3억 원 급감한 수치다. 수익성 감소에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 해도 지나친 감소다.

이에 따라 SC금융은 한국시장에서의 규모를 더욱 축소할 계획이다. 행장 교체와 함께 SC금융지주를 해체해 SC은행에 합병하는 것도 그 일환 중 하나다.

그간 SC금융은 자회사를 모두 정리하면서 국내에서의 몸집을 줄여왔다. 이미 자회사 중 저축은행과 캐피탈은 매각을 진행 중이고 펀드서비스와 증권은 은행으로 흡수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칸왈 행장의 퇴진도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평이다. 전임 리차드 힐 전 행장 역시 지난 1월 임기를 2년 앞두고 교체된 바 있다. 당시 SC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순이익 746억 원으로 2012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힐 전 행장의 경우 퇴임 이후 인도네시아 SC은행장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현재 본사 태스크포스팀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서 힐 행장의 징계로 해당국 부임을 탐탁잖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귀띔이다.

대저택에 회원권 특별승인 논란

일각에서는 칸왈 행장의 초호화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교체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칸왈 행장이 한국 부임 직후 몇십억 원대 저택에 거주하고 VIP 골프 회원권과 피트니스 회원권을 승인받은 것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칸왈 행장은 본래 SC금융이 보유했던 골프 회원권 대신 신세계 트리니티클럽 회원권을 특별승인으로 받아냈다. 트리니티클럽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회원제 골프장으로 특별회원의 경우 회원권이 21억 원에 달한다.

또 칸왈 행장은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의 피트니스 회원권 역시 특별승인으로 받아 이용 중이다. 반얀트리 서울의 회원권은 1억3000만 원선이며 기존회원의 추천과 심사위원회의 입회심사를 거쳐야만 자격이 부여된다.

게다가 칸왈 행장이 현재 회삿돈으로 거주 중인 곳은 서울 한남동에 있는 1000㎡대(300여 평) 규모의 저택이다. 이 저택의 보증금은 10억 원대로 임대료와 관리비만도 연간 2억 원이 들어간다는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상반기 실적은 칸왈 행장의 책임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면에서 단지 수익성 급감으로 인한 교체는 아닐 것”이라며 “행내 자금사정이 악화된 가운데 지나친 사치가 도마 위에 오르자 미리 꼬리자르기를 했다는 쪽이 더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